2018/06/09 12:30

더 월, 2017 대여점 (구작)


열려라, 스포 천국!


언제부터였나, 규모와 그에 비례하는 예산의 영화들이 '조금만 ...' 외치며 매해 여름 군비 확장을 노리던 와중 정반대에 서서 '조금만 ...' 속삭이며 규모를 줄이고 이야기에 제약들을 스스로 추가했던 영화들이 등장했던 . 기억은 콜린 파렐의 답답한 표정을 보며 나조차도 답답함을 느꼈던 <폰부스> 그랬다. 물론 전에도 작은 규모로 장소에서 쇼부 보는 영화들이 없던 아니지만. 어쨌거나 계열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첫기억은 <폰부스>였다. 공중전화부스 안에서 사생결단하는 이야기라니.


이어 비슷한 영화들이 많이 나왔지만, 첫기억에 이어 계열의 끝판왕은 역시 <베리드> 아닐까. <폰부스> 공중전화부스 내부와 외부의 여러 인물들에게 카메라를 나눠줬던 반면, <베리드> 진짜 끝까지 갔다. 생매장 당한 남자 하나와 남자에게 허락된 1평도 되는 하나. <베리드> 스스로에게 덧씌운 제약 덕분에 걸작이 장르 영화다. 그야말로 환상의 관짝 스릴러라고나 할까.


그렇담 < > 어떤가. <베리드> 계열의 극한을 보여주었기에 굳이 그에 비한다면 < > 한층 여유롭다. 하나가 주된 배경이긴 하지만 어쨌거나 개활지잖아. 트여있고. 근데 그게 빡친다. <베리드> 관짝만큼 빡친다. 뭔가 도망치면 도망칠 있을 같은데 실상은 그러지 못하는 빡침. 역시 적당한 희망이 전제된 절망은 공포스럽고 화가 난다. 진짜로 악마가 존재한다면 엄청 좋아할 .


근데 사실 < > 하나라는 공간적 제약보다 캐릭터와 캐릭터 간의 대화에서 오는 재미가 영화다. 멀리 어딘가에서 주인공의 머리를 조준한 이름 모를 스나이퍼는 하여간 존나 짱이다. <폰부스>에도 비슷한 캐릭터가 나왔었기 때문에 그렇게 새로울 것도 없고 진귀한 설정도 하나 없는데 전형성을 꺾고 꺾는 패기 하나가 짱이다. 스톡홀름 증후군에라도 걸린 마냥 주인공과 무전으로 대화하다 그에 감화되어 쿨하게 살려주는 것도 아니고, 조국을 침공한 미군 주인공에게 어설픈 절규나 설교도 한다. 그에게 주인공은 그냥 데리고 노는 게임 상대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심지어 주인공에게 운이 조금 따라주어 다음 스테이지를 보장받지 못할 상황이 되자 앞뒤 안가리고 그냥 쏴버리는 냉정함. 게다가 실력도 무섭다. 총알 하나로 헬기 격추라니. 이거 왕년의 스티븐 시걸이나 최근 <스펙터>에서 제임스 본드가 하던 짓인데.


클로즈업을 이용한 감정 전달은 물론 현장감도 제대로 전달하는 영화다. 보다보니 속에서 텁텁한 모래가 나올 같더라. 보는내내 절대 저런 가야지-라는 생각만 했다.


그나저나 스나이퍼는 진짜 게임에 재미를 느껴서 하루 웬종일 쓰레기 더미에 앉아 상대를 조준하고, 언제 올지 없는 다음 상대들을 기다리는 것일까. 갑자기 그거 생각나네. 웹툰 <전자오락수호대>에서 대전게임 털어먹고 다음 상대 나타나기 전까지 한없이 기다리던 . 하여간에 뉴비들 갈구는 재미로 게임하는 올드비들 대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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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로그온티어 2018/06/09 14:30 # 답글

    포스터는 미국뽕맞은 전쟁영화같은데
    알고보니 심리(+호러)스릴러라니
  • CINEKOON 2018/06/10 13:47 #

    꿈도 희망도 없는 결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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