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6/23 12:51

오션스 8 극장전 (신작)


아무래도 여성 중심 영화라는 점에서 여러모로 화제가 되고 있는 듯하고, 또 그럴 수 밖에 없는 운명의 영화다. 재작년의 리부트였던 <고스트 버스터즈>가 밟았던 전철과 비슷하게 갈 수 밖에 없는 거지. 재밌는 건, 적어도 나에게 있어선 그 <고스트 버스터즈> 영화가 꽤 재밌었다는 점이다. 미러링이나 남혐, 여혐을 떠나 영화 자체가 재밌으면 흥행은 박할지언정 최소한 나처럼 그 영화를 좋게 보는 사람들이 생기기 마련이다. 근데 이 영화는 안 그래. 


열려라, 스포 천국!


여성 중심으로 재편된 구조 때문에 영화를 나쁘게 보는 게 아니다. 오히려 그 여성 중심으로 재편된 구조 '덕분에' 이 영화를 더 기대했었다. 내가 남자이긴 하지만 그냥 관객의 성별을 떠나 일단 멋있잖아. 애초에 <오션스 11>도 그래서 멋있었던 거고. 간지와 필모그래피 끝장나는 배우들의 화려한 조합. 조지 클루니와 브래드 피트, 멧 데이먼 등의 조합도 근사했지만 산드라 블록과 케이트 블란쳇, 거기에 앤 헤서웨이와 헬레나 본햄 카터면 끝난 거 아닌가. 이 정도면 할리우드의 과거와 현재를 잇는 최정상급 캐스팅인데. 애초에 여성들의 의기투합을 다룬 영화라는 점에서 기대를 했으면 더 했지 안 하거나 못 하지는 않았다는 이야기.

그렇기에 이 영화는 더욱 더 이러면 안 됐다. 각 캐릭터 별로 이야기를 만들어주고 설정을 붙여줬어야 했다. 장르를 떠나서 일단 캐릭터 무비 아니겠는가. 하지만 이 영화 속 인물들에겐 최소한의 이야기가 없다. 그냥 훔치고 싶어서 훔칠뿐. 단순해서 좋지 않느냐고? 대충 어떤 성격의 어떤 지향점을 갖고 있는 인물인지는 있어야 하는 거잖아. 그 점은 산드라 블록의 '데비 오션'과 특히 케이트 블란쳇의 '루'에게서 더 도드라진다. 왕년에 잘나가다 몰락한 디자이너라는 최소한의 설정을 갖고 있는 헬레나 본햄 카터의 캐릭터가 그나마 재밌는 건 바로 그 때문이라고 난 생각한다.

하이스트 장르로써의 긴장감도 제로에 가깝다는 것이 더 큰 문제다. 근데 가만 생각해보면, 이전 시리즈도 긴장감이 그리 크진 않았었다. 워낙 주인공 집단이 유능하고 프로페셔널하니까, 어떤 장애물이 생겨도 여유있고 능글맞은 스무스한 태도로 넘어가는 게 이 시리즈의 매력이었거든. 그럼에도 긴장감이라는 게 아예 없진 않았었는데, 이번 작은 그게 전무. 내 생에 뭔가를 훔치는 영화에서 이토록 긴장감이 없기는 처음이다.

그럼 긴장감이 그리 크지 않음에도 이전 시리즈가 재밌었던 이유는 또 무엇이였나. 스타일리시한 화면 구성과 편집 덕분이었다고 난 생각한다. 스티븐 소더버그가 진짜 그런 거 잘했었지. 이번 영화는 긴장감이 전무한만큼 그 방면에서 기대한 부분도 어느 정도 있었는데, 그것도 제대로 못했단 생각이 드네. 뭔가 따라 하려고는 했지만 제대로 안 된 바로 그 기분.

후반부에 갑자기 등장하는 추격자 캐릭터를 아예 영화 초반부나 늦어도 중반부부터 등장시켜 안타고니스트로서 설정 했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지금은 너무 그들만의 리그 같은 느낌이라서. '옌'이 등장하는 장면은 반가웠다. 허나 이 캐릭터 자체가 너무 데우스 엑스 마키나 잖아. 옌 뜨면 다 털리는 건데. 애초에 천장 타고 날아다니는 작자를 어떻게 이기냐 이 말이야.

오션 일당에게 털리는 까르띠에 사람들이 불쌍하고 착한 사람들이라는 점도 신경 쓰인다. 영화의 주인공들이라고 해서 꼭 착하고 도덕적으로 옳을 필요만은 없지만 전편들이 모두 명백한 악당을 설정해두고 그의 재물을 갈취함으로써 쾌감을 주었다면, 이번 영화는 그냥 주인공들이 나빠 보일 뿐. 아무 것도 모른채 속수무책으로 털린 까르띠에는 대체 무슨 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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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로그온티어 2018/06/23 18:26 # 답글

    그냥 소더버그 감독이 빠져서 그래요.
    본인 시리즈 리부트한다는데 시찰도 안한 무책임한 소더버그를 탓해야 합니다(?)

    뭐 저 분이 그럴 양반은 아니라는 건 알고 있지만 (...)
  • CINEKOON 2018/07/09 15:34 #

    제작자에 이름이 올라있긴 한 것 같던데, 그건 그냥 <쥬라기 월드> 신작 크레딧에 스필버그가 올라와 있는 거랑 비슷한 개념이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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