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6/28 15:37

개들의 섬 극장전 (신작)


사실 그 압도될만큼 명백한 미장센 때문에 그렇지, 웨스 앤더슨이 진짜 뛰어난 부분은 다름 아닌 편집이다. 미장센은 그냥 예쁘고 깔끔하지, 하지만 정작 큰 유머들의 대부분은 모두 그 묘한 타이밍의 편집에서 나오거든. 이번 영화 역시 그걸 잘한다. 물론 여전히 압도될만큼 명백한 미장센과 함께.


스포는 크게 없을 지도?


우리나라 입장에서야 '왜색'이라는 단어를 쓰며 일본의 문화나 정신이 지나치게 강조되는 영화에 반감이 들 수 밖에 없다. 이해해야지, 뭐. 다만 어쨌든 이 영화는 서양인들이 서양인들의 자본을 통해 만든 서양인들의 영화이니만큼, 역사적으로 왜곡되거나 서양인들의 시각에서 본 전형적인 오리엔탈리즘만 배제되어 있다면 크게 문제될 것은 없을 거라 생각한다. 당장 나부터가 일본 서브컬쳐들을 좋아하니까. 

관람하기 전에 궁금한 게 있었는데, 바로 왜 하필 일본이냐는 것. 그리고 그 일본을 어떻게 다룰지가 궁금했다. 크게 둘 중 하나라고 봤는데, 첫번째는 7,80년대 일본 문화에 강력한 영향을 받았던 현 할리우드 대부분의 감독들이 그렇듯이 웨스 앤더슨 역시도 일본을 찬미하는 이른바 일뽕 영화가 나올 경우. 두번째는 제국주의 시절 일본과 그를 무조건적으로 뒤따랐던 우매한 국민성을 돌려까는 이른바 디스 영화가 나올 경우. 둘 중에 하나겠지, 라고 생각하며 영화를 봤는데 결국 영화는 그걸 둘 다 하더라.

일단 좌우대칭성애자답게 일본을 지극히 웨스 앤더슨 식으로 재창조 잘해냈다. 애초에 일장기부터가 너무나도 명백하게 좌우 대칭이잖아. 웨스 앤더슨 태극기 보면 멘붕탈 듯 일본의 전경과 인물들을 깔끔하고 단순하게 재조립해 스톱모션 애니메이션으로 표현해낸 부분은 시각적인 영상미가 너무 압도적이라 황홀할 지경이다. 특히 앞서 말했던 편집의 묘가 진짜 잘 살아난 영화이기도 한데, 중반부 독 와사비 제조 시퀀스는 짧지만 강렬했다. 

생각보다 다른 일본 서브 컬쳐들에 대한 오마주나 패러디는 많이 보이지 않더라. 그래도 전체적으로 일본 자체를 예쁘게 묘사해주었으니 감독 스스로나 일본 사람들은 만족할... 지도?

재밌는 건 일본 찬양의 기저에 교활한 지도자와 우매한 국민성에 대한 희화화를 함께하고 있다는 것. 새로 취임한 고바야시 시장은 말할 것도 없고, 그 아래에서 이리 끌려 다니고 저리 끌려 다니며 그야말로 손바닥 뒤집듯 편리하게 태도 돌변하는 자들의 모습이 한심하기 짝이 없다. 주인공 인간 둘 정도를 제외하면, 나머지 인간들은 모두 견공들에 비해 한참 모자란 지지리궁상들.

다만 사건 해결에 결정적인 기여를 하는 여성 캐릭터가 일본인 여성이 아니라 백인 여성이라는 점은 아쉽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그녀가 일본인이 아니었기 때문에 사건 해결에 도움을 줄 수 있었던 부분은 없었던 것 같은데. 아니면 서양 등의 외부 개입이 없다면 발전 가능성이 전혀 없다면서 일본 사람들을 다 싸잡아서 그냥 까는 술책인가. 근데 그 태도라 하더라도 그건 그거대로 또 문제다. 하여튼간에 동양 문화권을 바라보는 서양인들의 지극히 전형적인 오리엔탈리즘에서 완전히 벗어나진 못한 영화.

캐릭터가 떼거지로 나오는만큼 각 캐릭터를 어떻게 운용하는지가 중요한 영화일텐데, 아예 놔버리는 캐릭터들도 있지만 그마저도 사이사이에 간결한 배치를 잘 넣었다. 제프 골드브럼이 목소리 연기를 하는 루머 광신도 개 캐릭터가 재미있더라. 아, 이런걸 얼마 전에 봤던 <오션스 8>에서 보고 싶었던 건데.

그나저나 일본 하면 보통 고양이가 떠오르기 마련인데, <캣츠 앤 독스> 시리즈에 이어 이번 영화에서도 고양이들은 일종의 악의 축으로 묘사된다. 어쩌면 이것 역시도 그냥 서양인의 관점에서 보았기 때문 아니었을까. 일본엔 개 사랑하는 사람들이 없냐 

뱀발 - 와타나베 켄 목소리 당연히 나올 줄 알았는데 없더라. 아니면 사나다 히로유키라도 있을 줄 알았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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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teese 2018/06/28 23:52 # 답글

    고양이가 악의 축이라기보단 '고양이만 좋다는 "편향"된 인간'
    백인캐릭터 문제는... 외부인들의 이야기에 좀 더 귀를 기울여줬으면... 이란 정도로 ㅎㅎ
    실제 해결에서의 활약은 일본인들도 많았고, 트레이시는 조언에 비중이 더 컷다고 생각합니다.
  • CINEKOON 2018/07/09 15:33 #

    외부인들의 이야기에 좀 더 귀를 기울여줬으면 하는 마음에서 만든 설정이라면 그것이야말로 더 오리엔탈리즘적인 묘사 아닐까요. 메이지 유신이 그랬듯 서구권 말 잘 듣고 서구문명 받아들이면 더 좋은 결말이 날 것이다- 이런 오독이 가능할 것 같기도 하고...

    애초에 같은 내부자 일본인들 사이에서도 옳은 말을 하는 일본인 이야기를 듣지 않으려고 하는 현실 세계의 우경화된 일본인데, 최소한 그 안에서의 자체적인 자정 능력부터가 가장 우선시되어야 하는게 아닐까... 하는 푸념이 생기네요.

    근데 확실히 같은 일본인인 아타리가 이것저것 많이 하긴 하죠. 그나저나 고양이만 좋다는 편향된 인간 고바야시는 문신까짘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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