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7/08 11:06

신라의 달밤, 2001 대여점 (구작)


말은 대놓고 안 하지만, 누구나 그런 생각을 해본 적 있을 것이다. 학창시절 나보다 못나갔던, 못생기고 뚱뚱하고 찌질했던 그 시절의 누군가가 지금은 어떻게 살고 있을까. 또는 나보다 훨씬 잘나갔던, 잘생기고 인기 많고 싸움까지 잘 하던 그 시절의 누군가는 또 지금 어떻게 살고 있을까. 특히 요즘 인기있는 아이돌 그룹의 멤버들 학창시절 사진을 보면서 그런 이야기들 많이 하지 않나. 뚱뚱한 사람을 아직 긁지 않은 복권 취급 한다던가 뭐 그런. 2001년 영화임에도 <신라의 달밤>은 그걸 잘 캐치 해냈다. 아니, 그냥 그 시절 사람들도 다 그런 생각을 갖고 있었다는 건가. 둘 다겠지 뭐.

그리 신선하다고 볼 수는 없지만 왕년에 잘 나갔던 남자와 한 때 찌질했던 남자의 신세가 180도로 뒤집혀 있다는 설정 자체가 갖는 힘이 있다. 근데 더 웃긴 건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는 거지. 왕년의 날라리 양아치는 공부를 좀 해 학교 선생님이 되었을지언정 제자들을 매로 다스리는 속성은 버리지 못했고, 한 때의 찌질이 모범생은 그토록 끼지 못해 서러웠던 남자들의 세계를 동경해 그 방면의 극단이라 할 수 있는 조직 폭력배의 세계에 몸을 담근다. 허나 그 세계에서도 철두철미하고 분석적인 모범생.

이 영화와 더불어 당시의 한국 코미디 영화들은, 결국 지금의 한국 코미디 영화 흥행 공식의 원조가 되었던 영화들이다. 욕설과 슬랩스틱을 적당히 두른채 웃기다가 막판엔 인물 간의 연대와 감동으로 마무리 짓는 바로 그 공식. 요즘 기준에서 보자면 지나친 자기 복제의 시작처럼 보이긴 하지만, 그래도 꽤 세련되고 영화적 재미는 큰 편이다.

대부분의 개그 씬은 그냥 풉-하고 웃는 정도였는데 박장대소한 부분들은 모두 박 반장의 몫. 등장할 때마다 지갑 던지는 것도 웃기고, 무엇보다 내 먹이감은 내가 지킨다는 식으로 무턱대고 총질하다가 결국 그걸 또 빼앗기는 게 또 개그. 아, 진짜 희대의 캐릭터다.

덧글

  • SUPERSONIC 2018/07/08 13:32 # 답글

    딱 부담없이 보고 웃을만한 영화였죠
  • CINEKOON 2018/07/09 15:34 #

    그걸 박 반장이 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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