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7/09 15:30

시카리오 - 데이 오브 솔다도 극장전 (신작)


애초에 리스크가 큰 프로젝트였다. 얻을 수 있는 것보다 잃을 게 더 많았다. 뭐, 전작의 후광이 너무 컸던 거지. 전작이 대규모의 예산을 들인 블록버스터 액션 영화는 아니었지만 나름 흥행 했고, 무엇보다도 훌륭한 연출과 촬영 덕에 꽤 두터운 팬층을 만든 작품이었으니까. 무엇보다 떡밥이나 후속작 예고 따위가 일절 없었고, 그 안에서 깔끔한 결말이 났었으니 이 갑작스럽게 등장한 속편은 말그대로 거대한 사족 같아 보였다. 심지어 전편의 감독 떠나가, 촬영감독 떠나가, 에밀리 블런트 떠나가. 그나마 남아있는 것은 더티 섹시 두 남자 배우와 왠지 지금도 대도시 한 가운데가 아닌 주 경계 끝자락 오두막에 살고 있을 것만 같은 각본가 하나였으니...


데이 오브 스포일러!


하지만 이 영화, 꽤 선방 했다고 해야겠다. 무엇보다 감독의 용기가 가상하다. 다른 영화도 아니고 드니 빌뇌브가 떠나간 <시카리오 - 암살자들의 도시>의 속편을 맡다니. 이 용기 자체가 가상하고, 꽤 그럴 듯한 장르 영화 하나를 만들어냈다는 것에 한 번 더 감동한다. 전편이 매우 훌륭한 이른바 '아트 버스터'이긴 했지만, 어쨌거나 장르적 재미는 그리 크지 않았었거든. 그럼에도 별 불만이 없었던 것은 그 장르적 재미의 빈자리에 훌륭한 연출과 촬영을 한없이 가득담아 고봉밥 마냥 꾹꾹 눌러주었기 때문이었다. 이번 속편은 딱 그 반대다. 전편의 훌륭한 연출과 촬영이 들어차 있던 자리에 장르적 재미를 한사발 넣어준거지. 솔직히 까고 말해 영화관에서 1편을 처음 보며 느꼈던 약간의 지루함이, 이번 2편에는 없었다. 

더 웃긴 건 요즘 액션 영화들에 비해서도 이 영화에 딱히 액션 시퀀스가 많지 않다는 점. 물론 전편에 비해서야 늘어났지만, 그럼에도 그리 많지 않고 그나마도 그리 길지 않다. 그럼에도 전편의 쫀쫀한 긴장감을 비교적 잘 계승하고 있고, 국경지대에 대한 공간적 묘사가 탁월하다. 특히 중반부의 레예스 호송 시퀀스가 가장 좋음. 1편의 후아레즈 진입 장면에 비해 조금 아쉽지 않다면 거짓말이겠지만, 그럼에도 최소한 1편에 먹칠 하지는 않는다.

근데 다 떠나서, 그냥 캐릭터로 먹고 들어가는 영화다. 거의 주기로 찾아와 여름 시즌을 개박살내며 초특급 마초 섹시가 무엇인지를 절실히 깨닫게 만들어주고 계신 조쉬 브롤린과, 그 왕좌를 위협하는 베네치오 델 토로 두 남자가 미친듯이 끌어제끼는 울트라 쌍두마차. 전편 첫등장의 슬리퍼에 이어, 이번 영화에선 크록스를 신고 터벅터벅 첫 등장하는 조쉬 브롤린의 맷은 전편에 비해 조금 더 감정적이 되었다. 아예 영화에서 그걸로 욕 먹더라. 당신 정도의 경력을 가진 사람이 꽤 순수하다고. 그 점에 있어서 조금 의아한 부분이 있기는 하다. 시종일관 침착하게 공작을 벌여왔던 맷은 후반부 자신의 인생을 송두리째 흔들어 놓을 수 있는 결정을 통해 상명하복을 무시하는 점. 이 점에 있어서는 분명 알레한드로의 죽음이 크게 작용 했겠지. 아직까지도 이 시리즈의 진 주인공은 알레한드로지만, 그럼에도 이번 영화는 맷의 관점이 더 크게 보이는 영화다. 애초에 부제부터가 '군인의 나날들'이잖아. 알레한드로는 군인이 아니다. 1등급 암살자이자 복수귀이지. 때문에 개인적으로 이번 2편은 군인 신분에 더 가까운 맷의 일대기라고 보는 편이다.

재밌는 건 맷과 마찬가지로, 알레한드로 역시도 캐릭터가 변화한다는 점. 남의 집 쯔왑쯔왑 저녁 식사 자리에 초대받지 못한 손님으로 등장해 애고 어른이고 싸그리 죽여 버렸던 전작의 비정함이, 이번 작에서는 한 소녀를 보호하는 다정함으로 치환된다. 이 부분 역시도 맷의 변화 못지 않게 의아할 수 있다. 하지만 어느 순간 알레한드로 역시 자신이 행했던 복수의 연쇄고리에 의해 찾아온 죄책감 때문에, 속죄의 일종으로 그런 행동을 했다고 볼 수는 있겠다. 물론 이걸 잘 살리지 못한 연출의 잘못이 있기는 하지만.

알레한드로의 경험치 딜러로 전락할 줄 알았던 국경지대 카르텔 잡몹들이 의외로 활약해 알레한드로를 죽여버리는(!) 장면에선 나도 모르게 헙- 소리를 냈다. 마음 속으로 양가적인 감정이 들었는데, 첫째는 이토록 매력적인 캐릭터를 죽여버린 것에 대한 아쉬움이요, 둘째는 아쉽긴 하지만 여기서 이 캐릭터를 부활시켜버리면 그것 자체로 장르 변화가 일어날 것 같은 걱정이었다. 근데 결국 부활 시켜 버리더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에라이, 터미네이터도 아니고. 진짜 알레한드로는 인생의 운 100%를 그 날 다 썼다.

최소한 브릿지 역할은 잘 해준 작품이라고 본다. 얼른 후속작 나왔으면 좋겠다. 차기작 스케줄 상 드니 빌뇌브가 돌아올 것 같지는 않고, 솔리마 감독 본인도 인터뷰를 통해 3편은 다른 감독이 맡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던데. 이러다 혹시 3편 감독은 각본가에서 감독으로 반 전업한 테일러 쉐리던이 되는 거 아닌가 모르겠다.

뱀발 - 국방부장관은 <기묘한 이야기> 시즌 1의 그 아저씨. 맷의 CIA 상관은 캐서린 키너. <40살까지 못해본 남자>에서부터 좋아했었는데 이번 작에서 별로 안 나와 아쉬움. 레예스는 <트랜스포머 - 최후의 기사> 속 걔더라. 햐, 작품 선구안 한 끗차이구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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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는데 결국 또 최종 보스였음. 여기서 얼빠지고, 그 허망하고도 약소한 최후에는 또 어이 털리고. 액션도 너무 답답하다. 연출자인 스테파노 솔리마는 &lt;시카리오 - 데이 오브 솔다도&gt;를 만든 이력이 있다. 그 영화 속 액션에서는 적어도 이런 느낌 못 받았었거든? 근데 &lt;위드아웃 리모스&gt;의 액션은 엄청 답답하고 ... m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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