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7/09 20:17

앤트맨과 와스프 극장전 (신작)


일장일단이 있는 마블의 올해 스케쥴이다. 두 달 간격으로 신작이 찾아와 좋기는 한데, 또 한 편으로는 처음으로 물린다(?)라는 느낌을 받기도 하고. 이번 영화 이후엔 내년 초까지 차기작 스케쥴이 없으니 그건 그거대로 또 아쉬운데, 이미 <인피니티 워>에서 우주구급 결말을 내어 차기작에 대한 궁금증을 유발시켰으니 그 궁금증을 과일마냥 잘 익었을 때 따먹으려면 또 그 사이 공백기가 어느 정도 있는 게 좋아보이기도 하고. 어쨌거나 제작사의 스케쥴 전략은 그렇다치고, 영화 자체는 전편에 비해 꽤 심심해졌다. 액션과 코미디 양쪽 모두에서 타율이 떨어진 속편이랄까.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를 나쁘지 않게 본 데에는 '가족영화'로써 이 영화의 정체성 때문이다.


열려라, 스포천국!


코미디 타율이 현저히 떨어졌다. 사소한 말장난은 물론이고 거의 최종병기 급이었던 마이클 페냐의 '루이스' 전매특허 필살기 플래시백 립싱크도 전작의 그것에 비하면 많이 재밌지 않다. 일단 말장난 코미디 자체가 지나치게 미국적으로 변했다. 미국식 유머 딱히 싫어하는 편은 아니지만, 그 어떤 것보다도 타국의 언어로 번역해 옮기기 어려운 게 또 그거 아닌가. 근데 이번 영화 번역 누구임? 제대로 번역한다 했어도 아마 국내 관객들의 대다수는 쉽게 웃지 못했을 것이다. 아니, 일단 웃기 전에 이해하는 것부터가 어려울걸? 이런 식의 유머들이 지극히 미국 중심적이다 보니 말장난으로 인용되는 TV CF나 인물들 모두 미국 사람 아니면 알기 힘든 것들이다. 그러니까 그런 생각도 들더라고. 애초에 전작은 에드가 라이트가 오래 붙잡고 있던 거잖아. 어쩌면 그 1편의 재미는 다 에드가 라이트의 것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

액션 역시 매우 아쉬운데, 일단 메인 빌런 '고스트'와의 케미를 잘 짜지 못했다는 게 큰 패착. 무슨 말인고 하니, 앤트맨과 와스프처럼 크기 조절 능력을 갖고 있는 캐릭터들은 전편과 <시빌 워>에서 증명 되었다시피 상대가 공격할 타이밍에 작아져 회피하는 경우가 많다. 그럼 고스트는? 고스트 역시 신체 투과 능력을 갖고 있기 때문에 상대의 공격을 쉽게 회피할 수 있다. 그렇다면 크기 조절 능력자와 신체 투과 능력자가 맞붙는다면? 그것은 물리적인 힘이나 속도 싸움보다는 타이밍과 눈치 싸움이 될 공산이 크다. 서로가 서로에게 주먹을 날리는 순간을 순식간에 파악하고 회피하는 연출이 중요하다는 말. 근데 이 영화는 그런 걸 안 한다. 그냥 투닥투닥 주먹 싸움이 대부분. 사실 대부분의 수퍼히어로 영화들에서 등장하는 빌런들이 모두 수퍼히어로와 비슷한 능력을 갖고 있다는 점에 좀 질려가던 참이었다. 수트의 크기 차이는 있었지만 아이언맨과 아이언 몽거 구도는 모두 강화 수트 능력자들의 대결이였고, 캡틴 아메리카와 레드 스컬의 대결도 그러했다. 헐크에게는 비슷한 힘괴물 어보미네이션과의 매치가 주어졌었고, 이는 앤트맨도 마찬가지였다. 앤트맨이나 옐로우 자켓이나 모두 크기 조절 능력자들이였잖아. 그런 점에서 보자면 이번 영화 메인 빌런 고스트의 설정 자체는 괜찮다. 수퍼히어로 주인공들과 다른 능력을 통해 여러 액션 조합들을 선보일 수 있었으니까. 근데 이 영화는 그걸 안 했다. 이 정도면 책임회피에 직무유기 수준.

전편에서 중요했던 것은 코미디와 액션 뿐만이 아니었다. 이런 규모의 액션 블록버스터 치고는 좀 특이하지만, 설정이 설정이다보니 '귀여움'이 꽤 중요했던 영화였지. 개미들 워낙 귀여웠잖아. 개미들 나오는 장면은 거의 다 애니메이션이라 봐도 무방할 정도였는데. 하지만 이번 영화에서는 그마저도 부족하다. 대부분 개나 고양이만큼 커진 상태의 개미들이 등장 하는데 좀 징그럽기도 하고. 그나저나 개미들 좀 불쌍하더라. 자유의지 없이 핌 박사가 부려먹는 존재들. 전편에서도 마찬가지긴 했지만 이 정도는 아니었던 것 같다. 아예 여기서는 연구소 기물 짓고 경비도 서고 하잖아. 만리장성이랑 피라미드 만든 노동자들이 어떤 기분이었을지 알 것 같았다

루이스가 리더로 있는 얼간이 3형제는 전편만큼의 분량을 나눠받지 못해 이야기에 착 감기지 못하고 둥둥 뜬다. 하지만 가장 큰 희생자는 역시 스캇의 전처와 그 재혼남. 특히 재혼남은 전작에서 스캇을 쫓는 일종의 안타고니스트로 기능했을 뿐만 아니라 의붓딸을 지키는 믿음직한 모습을 보여줌과 동시에 끝내는 스캇을 인정하고 받아들이기까지하는 성장형 캐릭터였다. 근데 이번 영화에서는 딱 두 씬만을 배분받고 싸그리 분량 증발. 

기존의 재밌던 캐릭터들을 싹 밀어내고 그 자리를 차지한 신 캐릭터들은 그럼 어떠할까. 메인 빌런인 고스트의 사연을 소개하는 플래시백은 촌스럽다 못해 안 하느니만 못하는 수준이고, 로렌스 피쉬번의 빌 포스터 박사 역시도 원작의 캐릭터를 실사화한데에만 그 의의가 있을 뿐 스토리 전개에는 있으나 마나한 인물이다. FBI 요원으로 등장하는 랜달 박의 우 역시도 사람 좋은 웃음만 지을 뿐 그 이상은 하지 못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윌튼 고긴스의 소니 버치 캐릭터는 재미있다. 물론 캐릭터 활용을 더 잘 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최소한 <아이언맨2>에서 샘 락웰이 연기한 저스틴 해머처럼. 비록 그 정도까지는 나아가지 못하나, 윌튼 고긴스의 억울하고 벙찐 표정을 통해 주인공에게 제대로 호구잡힌 맛깔난 악당을 볼 수 있어서 그나마 다행이였다. 이 양반은 타란티노 영화에서만 그런 줄 알았는데 MCU까지 와서 호구잡힌 인생이라니.

하지만 다 떠나서 여성들의 영화다. 에반젤린 릴리는 본격적으로 수퍼히어로의 가면을 쓰며 전작에서의 희미한 존재감을 뒤늦게나마 해소한다. 캐시 랭은 또 어떻고. 아, 진짜 귀엽더라... 이대로 시리즈 내내 쭉쭉 나왔으면 좋겠다. 근데 타노스 핑거스냅에 살아남았을까? 그리고 오랜만에 히로인으로 등장한 미셸 파이퍼는 진짜... 대단하더라. 아, 영원한 캣우먼이여!

전작이 수퍼히어로 장르라는 외피 안에 하이스트 영화로써의 정체성으로 중무장했던 영화라면, 이번 속편은 수퍼히어로 장르라는 외피 안에 가족 영화로써의 정체성으로 똘똘 뭉쳐있다. 어째 영화에 대해서 나쁜 소리만 한 것 같지만, 그래도 이 영화를 좋게본 이유는 딱 그거 하나다. 전작이 그랬던 것처럼, 딸과 함께 놀아주는 수퍼히어로 주인공의 모습으로 영화를 시작해서 좋았다. 그리고 그게 폴 러드의 얼굴이라 더 좋았다. 폴 러드의 앤트맨은 좀 오래도록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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