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7/09 20:38

경주, 2014 대여점 (구작)


세상의 모든 도시는 각자마다 고유의 이미지가 있다. <미드나잇 인 파리>에서의 파리는 낭만의 도시이고, <만추>에서의 시애틀은 외로운 도시이며, <무간도>에서의 홍콩은 비정한 도시다. 그렇다면 경주는? 푸릇푸릇한 능들을 통해 한여름의 풋풋함과, 청춘을 상징하는 녹색들의 향연을 통해 젊음의 기쁨을 노래하는 도시일까? 오히려 장률은 영화 <경주>를 통해, 경주를 어디서나 죽음이 도사리고 있는 도시로 묘사한다.


스포는 조금.


어디서나 죽임이 도사리고 있는 도시-라고만 이야기하면 뭔가 범죄의 도시인가, 싶겠지만 딱히 그런 건 아니다. 그저 도시 이곳 저곳에 널려있는 능들을 통해 죽음의 이미지를 가만히 전시하고 있을 뿐. 하긴, 생각해보면 능들은 진짜 무덤들이다. 그저 문화재나 옛 것, 혹은 관광명소로만 인식되어서 그렇지 따지고 보면 정말로 죽은 자를 품고 있는 무덤들이지 않은가.

더불어 주인공인 박해일의 '최현' 주변에도 죽음은 계속해 떠돈다. 잠시 마주쳤던 모녀는 얼마 안 가 자살했단 소식으로 다시 그를 찾고, 우연인지 운명인지 모를 만남으로 알게 된 여자는 남편이 죽은 과부이다. 심지어 영화 후반부가 되면 오토바이를 몰고 달리던 폭주족들의 갑작스런 죽음 역시 그를 찾는다. 하긴, 따지고 보면 애초에 북경대학교에 교수로 재직중인 주인공이 대한민국의 경주로 온 것부터가 친한 형의 죽음 때문 아니였던가.

경주라는 도시를 죽음의 도시로 묘사한 건 색다르지만, 전체적으로 영화는 지나치게 느리다. 때때로 롱테이크는 효과적으로 보이기도 하지만, 또 한없이 지루해보이기도 한다. 이쯤되면 대체 이 영화가 뭘 말하고 싶은 건지 아리송 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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