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7/15 17:24

스카이스크래퍼 극장전 (신작)


애초 액션 장르에는 구약과 신약이 존재한다. 순서를 좀 바꿔 신약부터 말하면, 그것이 마이클 베이의 <더 락>이라는 점에 대부분이 동의할 것이다. 그렇다면 구약은? 이건 좀 사람들마다 다를 걸? 스탤론의 <람보> 시리즈를 이야기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아놀드의 <코민도>나 <터미네이터>를 꼽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만큼 7,80년대 할리우드 액션 영화들이 다채로웠다는 반증이 되기도 하겠네. 어쨌거나 저쨌거나 액션 장르의 구약성서가 무엇이냐 라고 나에게 묻는다면, 내 대답은 항상 같을 것이다. 그것은 스탤론도 슈왈츠제네거도 아닌 브루스 윌리스의 <다이하드>일 것이라고. 그리고 드웨인 존슨의 <스카이스크래퍼>는 바로 그 액션 장르의 구약성서에게 꽤 많은 것을 빚지고 있는 영화다.


스카이스포일러!


사실 <다이하드>만 이야기해서 그렇지, <타워링>과도 적당한 짬뽕이 되어 있는 영화다. 일단 유럽 출신 테러리스트들이 점령해 폐쇄한 빌딩에 혈혈단신의 몸으로 침투한 주인공의 이야기를 그린다는 점에 있어서는 <다이하드>지만, 불타는 초고층 빌딩에 갇힌 이야기는 또 빼도 박도 못하게 <타워링>이거든. 그러니까 드웨인 존슨의 <스카이스크래퍼>는 액션과 재난 장르를 적당히 혼합 짬뽕한 영화라는 말.

<다이하드>의 존 맥클레인이 매력적이었던 이유는 그가 살짝 선배인 람보나 코만도에 비해 일당백의 무적영웅이 아니었다는 점이었다. 존 맥클레인은 진짜 고생을 많이 한다. 엄청 쳐맞기도 하고, 악당들의 총알세례를 피해 달리기도 하며, 심지어는 날카로운 유리조각이 몸에 박히기도, 건물 옥상에서 뛰어내리기도 한다. 하여간에 진짜 고생을 많이 하는 인간적인 영웅이란 소리. 그러면서도 존 맥클레인은 항상 유머 한 방울을 잃지 않는다. 악당 앞에서도 이죽거리고, 적절한 트릭과 깡으로 장애물을 돌파하는 그런 캐릭터였단 말이지. 그렇다면 <스카이스크래퍼>에서 드웨인 존슨이 연기한 윌 소여는 어떤 인물인가. 일단 존 맥클레인과는 다르게 진지하다. 뭐, 그럴 수 있지. 가족이 악당들에게 산채로 붙잡혀 있는데. 하지만 장르 영화로써는 좀 아쉽다. 인물 자체가 너무 전형적인데다가, 그가 하는 행동들이 하나같이 다 예측가능한 범위 내라서 말이지. 

고생은 많이 하는가? 나름 많이 한다. 에단 헌트 마냥 건물 외벽을 기어 다니기도 하고, 악당들에게 꽤 쳐맞기도 함. 근데 이상하게도 그렇게 와닿지는 않더라. 딱 하나 감정 이입했던 부분은 불타는 마천루로 다시 들어가기 위해 윌 소여가 고공크레인을 기어오르는 장면. 와-, 몇 백 미터 상공 주인공의 시점으로 바라보는 아래쪽은 정말 후덜덜이더구만. 하지만 그것 외에는 별다르게 재미있는 연출이 없다. 그건 아쉬운 지점.

까놓고 이야기해 가장 기대했던 설정은 주인공의 의족 설정이였다. 애초에 의족에 의지하는 캐릭터를 설정한 점이, 마냥 주먹으로 악당들을 다 뚜까 패고 다니는 주인공의 이야기론 가지 않겠다-는 일종의 선언처럼 느껴졌거든. 일단 패널티를 하나 주고 시작하는 거니까. 근데 그걸 또 잘 못 써먹더라. 아니, 잘 못 써먹는 게 아니라 안 써먹는다. 이 영화가 주인공의 의족 설정을 써먹는 부분은 딱 세 부분 정도인데, 첫째는 악당들이 의족인 줄 모르고 주인공의 다리에 관절기를 썼는데 그게 먹히지 않는 부분, 둘째는 건물 외벽을 기어 다니다가 생명줄이 의족에 얽히는 부분, 셋째는 빠르게 닫히는 패닉룸의 문을 고정하기 위해 잠깐 의족을 사용하는 부분. 이렇게 총 세 부분 정도인데, 그 중 그나마 나은 건 두번째 부분. 그 외에는 너무 빨리 지나갈 뿐더러 유머용으로만 쓰여서 좀 아쉽더라. 이럴거면 뭐하러 프롤로그에 주인공 다리를 날린 거냐.

영화의 최후반부 전투는 쓸데없어 보이는 최첨단 디스플레이 방에서 일어나는데, 그것도 설정해놓고도 잘 못 써먹더라. 아, 물론 액션 동선이나 컨셉으로도 못 써먹었지만 뭔가 그럴듯한 은유를 때릴 수 있는 설정인데 그걸로도 못 써먹음. 이럴 거면 진짜 그냥 멋있어 보이려고 설정한걸까.

악당으로 등장하는 코레스 보타 역시도 매력이 없다. 말이 보스지, 그냥 두고 보면 존재감도 없고 하는 일도 없음. 이 계열의 본좌인 알란 릭맨의 한스 그루버가 떡하지 버티고 있는 상황에서 이렇게 재미없는 캐릭터 쓰기도 쉽지 않았을 거다.

몇 십년이 지났는데도 <다이하드>의 나카토미 빌딩을 기억하고 있는 건 그곳이 주인공의 무대로써 잘 기능해주었기 때문이었다. 이 영화 속 펄은? 이름과 생김새만 번지르르했지 주인공에게 별다른 무대를 못 만들어준 것 같아 아쉬움. 아, 진짜 왕년의 그 감성들 다 어디로 증발 해버린 거냐.

뱀발 - 감독 누군가 하고 봤더니 <피구의 제왕> 찍었던 양반이었네. 나름 출세라면 출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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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딱 그거 하나. 어째 &lt;범죄도시&gt; 때만 하더라도 거의 한국의 드웨인 존슨 같은 느낌이었는데 그게 얼마나 됐다고 벌써 질리냐. 하긴, 드웨인 존슨도 벌써 질려가는 판국에. 그래도 더블 천만을 적립한 시리즈이니 대단하다면 대단하다 하겠지만 그러면서도 3편과 4편이 제작될 거라는 소식엔 여전히 걱정이 앞선다. ... more

덧글

  • 로그온티어 2018/07/15 18:13 # 답글

    에... 전 구약이 [프랜치 커넥션]이고 신약이 [다이하드]인 줄 알았는데...
  • CINEKOON 2018/07/15 19:13 #

    프렌치 커넥션도 정말 굉장한 작품!
  • 포스21 2018/07/18 18:05 # 답글

    최후반부 전투는 이소룡의 그 영화가... 생각나더군요. 거울이 가득찬 방에서 싸우는 그거요.
  • CINEKOON 2018/07/21 12:35 #

    <용쟁호투>였던가요. 너무 오래 전에 봐서 기억이 가물가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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