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e Hit Wonder. 영화업계보단 음반업계에서 더 많이 사용하는 말일텐데, 한 앨범 성공 시키고 그 이후론 줄줄이 망한. 그야말로 잘된 게 하나뿐인 사람들을 가리키는 말이렷다.















시바 3년 있다가 돌아온다매!

넷플릭스에서 던컨 존스의 <뮤트>보다가 빡친 김에, 요즘 할리우드의 원 히트 원더들을 좀 정리해보기로 했다. 그야말로 엄청나게 성공적인 데뷔를 해서, 그 이후 작품들이 줄줄이 주목받았지만 모두 줄줄이 망했던 감독들의 리스트. 말이 리스트지 그냥 세 명 정도 된다. 사실 이 계열의 끝판왕은 <디어헌터>의 마이클 치미노겠지만 너무 오래된 이름이기도 해서 요즈음의 젊은 할리우드 감독들만 꼽아보기로 한다.
이 리스트 역시도 언제나 그래왔듯 객관성 담보 불가인지라, 읽다가 본인의 최애 감독이 등장해 기분이 상했을지라도 넣어두시라. 그만큼 철저히 객관적인 리스트.
그럼 시이-작!
3위.

3위는 이 블랙리스트를 만드는데에 있어 시동을 걸어준 그 이름, 던컨 존스 되시겠다. 그러나 3위인만큼, 아주 최악의 작품들만 만든 감독은 아니기에 어느 정도 정상참작의 여지가 있다 하겠다.

<더 문>이라는 대단한 SF 소품으로 이름을 알렸다. 샘 락웰의 원맨 쇼 연기와 지금은 사회적 고인이 되어버린 케빈 스페이시의 목소리 연기가 빛나던 작품. 일견 단순해보이는 시작에서 끝내는 복제인간 설정까지 끌어와 존재론적 담론을 이끌어내는 꽤 성공적인 영화였고, 저예산의 한계를 영리하게 돌파하는 비주얼을 가진 영화이기도 했다. 때문에 본인 뿐만 아니라 많은 영화 팬들이 차기작을 기대했는데, 차기작이 무려-

<소스코드> 되시겠다. 솔직히 이 영화 하나 때문이라도 아직까진 던컨 존스의 미래를 기대할 수 있다. 그 정도로 훌륭한 작품이었다. 블록버스터 규모는 아니지만 절제된 스펙터클을 잘 보여주었고, 그 와중에 논리성과 감동을 모두 잡았던 실로 대단한 영화. 아직까지도 엄청나게 좋아하는 영화. 까놓고 말해 이 영화 하나 때문에 이 양반의 향후 행보가 더 아쉽고, 그러면서도 이 영화 하나 덕분에 아직까진 기대를 못 놓고 있는 감독이 된 거지. 그러니까 엄밀히 말하면 원 히트 원더가 아니라 투 히트 원더쯤은 되는 감독.
하지만 그 차기작 상태가...

호드와 얼라이언스의 싸움. 사실 샘 레이미가 프리 프로덕션을 어느 정도 진행하다가 하차하게 되어 이른바 땜빵용 감독으로 투입된 셈이다. 사실 원작 게임을 즐겨하진 않아 이 IP 자체에 대한 기대감은 크지 않았지만, 감독이 던컨 존스라는 점에 있어서 꽤 기대를 한 영화였다. 할리우드에서 종종 보이는 신데렐라 감독이 될 줄 알았거든. 저예산 영화로 착실히 실력을 쌓다가, 거대 스튜디오에게 픽업되어 큰 블록버스터 연출의 길을 밟는. 그래도 <더 문>에서 <소스코드>로 점점 예산이 증가되는 기획들을 다룬 감독이었다보니 이 영화도 잘 해낼 줄 알았는데... 결과는... 더 이상의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
그래도 100% 온전하게 망작은 아니었다고 생각한다. 게다가 땜빵용 감독으로서, 그리고 거대 자본에 종속된 고용 감독으로서 던컨 존스가 할 수 있는 게 그리 많았을 것 같지도 않고. 그리고 인생은 삼세판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아직 원 스트라이크인 것을.

그리고 찍은 게 넷플릭스 오리지널 <뮤트>. 그야말로 처참한 완성도를 보여준다. 장르적인 재미도 전무하고. 그나마 위안이라면 폴 러드 얼굴 보는 맛 정도랄까. 하여간에 이 양반 커리어에서 최저점을 찍은 영화라 할 수 있을텐데, 문제는 넷플릭스가 감독 및 창작자에게 전권을 위임해주는 정책으로 유명한 곳이라는 거다. 한 마디로 <뮤트>는 그 어떤 제약도 없이 온전하게 던컨 존스의 책임이란 소리. 그런데 이 모양이니 실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하... 진짜 좋게 쳐줘서 <뮤트>까지 투 스트라이크다. 다음 작품 작정하고 본다, 내가.
2위.

시퍼렇고 불그죽죽한 필터 조명 매니아 내지는 성애자로 보이는 그 이름하야 니콜라스 윈딩 레픈. 던컨 존스가 그랬듯이, 기깔난 영화로 칸 영화제를 뜨겁게 달궜던 감독이다. 그 작품은 바로-


그 남자가 만든 불세출의 영화, <드라이브>. 내가 가장 애정하는 키스씬을 포함하고 있는 영화이기도 하고, 뭣보다 영화가 후까시를 미친듯이 잡는데 그게 촌스럽거나 오그라들지가 않아 좋았다. 이야기 자체는 다른 장르 영화들이 이미 수도없이 벗겨먹은 것인데도 불구하고 그 음침하면서도 쿨한 비주얼로 폭주 기관차 마냥 돌파한 희대의 영화. 아, 진짜 <드라이브>는 보면 볼수록 좋은 영화다. 이렇게 기깔난 영화를 만들었으니 당연히 차기작도 기대하지 않을 수 없었는데-

그리고 만든 게 <온리 갓 포기브스>...... 별로 할 말도 없는 영화다.
그래도 <드라이브>를 만든 감독이니 이 정도로 끝나진 않겠지?

그리고 만든 게 <네온 데몬>...... 아주 최악의 영화라고는 할 수 없지만 그래도 <드라이브>를 만든 사람인데...

그냥 라이언 고슬링이랑 브로맨스나 펼쳐주세요.
1위.

사실 이 계열의 끝판왕이라 볼 수 있다. 닐 블롬캠프라는 애증의 이름. <디스트릭트 9>으로 엄청난 커리어 하이를 찍고 그 이후부터 곧바로 수직하락하고 있는 희대의 젊은 감독.

특유의 메카닉 디자인으로 꽤 많은 매니아층을 보유하고 있기도 하고, 무엇보다 장편 상업 영화 데뷔작이라 할 수 있을 <디스트릭트 9>의 완성도는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 페이크 다큐멘터리와 SF라는 장르가 만난 게 이번이 처음은 아녔지만, 남아공이라는 개성있고 의미부여하기 쉬운 공간적 배경을 설정하면서 다층적인 은유들까지도 잘 깔아놓은 영화기에 진정한 수작이라 생각한다.
당연히 이런 감독을 할리우드에서 눈 여겨 보지 않을 수 없었기에, 차기작은 좀 더 고예산을 책정받아 무려 맷 데이먼을 원톱 주연으로 세워 영화를 찍고 만다. 그게 바로 <엘리시움>. 사실 <디스트릭트 9>에 비해 여러모로 빠지는 영화인 것은 사실이지만, 이 한 편으로 이 젊은 감독의 커리어가 꺾일 일은 없을 정도의 퀄리티였다고 생각한다.
문제는 다음에 만든게,

시발 <채피>였다는 거지. 이 영화에 대해선 길게 설명하기도 싫다. 보는내내 영화를 집어 구겨던져버리고 싶더라.
이후 리들리 스콧과 손잡아 <에이리언>의 시퀄을 만든다고 야부리 털더니 확정 되었다가 수포로 돌아갔고, 최근 소식으로는 무려 오리지널 <로보캅>의 직계 속편을 감독하게 되었다고 한다. 아, 진짜 좋은 제작자랑 각본가 붙여줘라... 안 그러면 이 사람 프로덕션 디자이너랑 소품 디자이너가 천직인데...


영화 하나로 실력을 꽃 피우기 정말 쉽지 않다. 근데 최소한 이 사람들은 개화라도 했잖아. 정말로 미워서 쓴 글이 아니라 정신 차리고 제대로된 차기작 만들어줬으면 하는 마음에 쓴 글.
덧글
로그온티어 2018/07/17 14:51 # 답글
만일 안 보셨다면, 봐주세요. 리뷰 보고 싶습니다. 워낙 아이디어도 배우도 괴랄하게 써먹은 특이한 영화들인지라 신랄한 리뷰를 볼 수 있을 것 같아서...
호빠 2018/07/19 09:45 # 삭제 답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