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7/21 12:58

빅 식 극장전 (신작)


로맨틱 코미디는 의외로 '금단'의 장르다. 만들어져서는 안 될 장르란 소리가 아니라, 사랑에 빠지면 안 될 존재들을 주인공으로 갖다놓고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는 소리. 여기에는 여러가지 바리에이션이 있는데 <로미오와 줄리엣>이라는 고전으로 시작된 라이벌 가문 출신끼리의 커플도 있고, 그 외에도 종교가 다르다던지 인종이나 문화가 다르다던지 아니면 퀴어 영화처럼 성별이 같다던지 하는 설정으로 가는 경우가 대부분. 때문에 어떤 설정을 끌어와도 기시감이 심하게 들 수 밖에 없는 설정 문화를 가진 장르이기도 하다. <빅 식> 역시 마찬가지인데, 이 경우는 종교와 문화의 차이에서 오는 금단의 커플을 다루고 있다. 때문에 이미 어디서 많이 봤던 거고, 또 뻔할만큼 전형적이지만... 그딴 거 다 필요없이 각본 하나 끝내주게 잘 쓰면 만사형통이라는 걸 보여주는 대단한 영화라고 하겠다.


빅 스포일러!


상술했듯 설정 자체는 뻔하다. 파키스탄 남성과 미국 여성 사이에서 문화와 종교의 차이 때문에 벌어지는 대소동. 근데 어라? 영화가 시작한지 채 얼마 되지 않아 갑자기 여자 주인공이 쓰러져 혼수상태에 빠져버리는 전개가 시작되고, 이후로는 뻔하면서도 예상치 못한 부분까지 영화가 나아가게 된다.

포스터에서도 조 카잔이 두번째 롤로 올라오길래 혼수상태 빠졌어도 금방 깨어날 줄 알았는데 거의 후반부 가서야 깨어나는 쿨 전개. 때문에 그녀의 병원 보호자로 간택된 남자 주인공과, 쓰러진 여자 주인공의 부모가 함께 펼치는 케미스트리가 좋다. 일단 상황 자체가 아이러니하고 웃기잖아. 아직 결혼한 사이도 아니고 심지어 혼수상태로 쓰러지기 직전엔 대판 싸우고 헤어졌는데 갑자기 덜컥 보호자가 된 남자친구. 그리고 그 남자친구와 좋든 싫든 함께할 수 밖에 없게된 여자의 부모. 이거 자체로 이야기가 재밌는데, 여기에 홀리 헌터의 명 연기가 더해진다. 솔직히 까놓고 말해 그 째려보는 연기는 커리어 최고 연기 같음. <피아노>보다 더.

정략 결혼이라는 파키스탄 문화의 한 단면을 다루면서도 지나치게 비판적으로 묘사하지 않는 점 역시 멋지다. 물론 정략 결혼 문화 자체에 대한 비판점도 어느정도 녹아있다고 말할 수는 있으나, 거시적으로 그것을 까는 것 자체에 함몰되지 않고 그 시스템 하에서 살아갈 수 밖에 없는 사람들의 미시적인 단면들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좀 더 감정적으로 풍부하게 느껴진다. 그래, 미국 내에서 다인종 코미디 할 거면 최소한 이런 식으로 하라고.

실화 바탕 이야기고, 그 실화의 주인공이 직접 영화의 주인공을 연기한다는 점에서 더욱 더 파워풀 하기도 하다. 하지만 재밌는 게, 시종일관 삼삼하게 파워풀 하면서도 정작 많이 느끼해질 것 같은 장면에선 직전에 생략해버린다는 거다. 각본을 객관성 있게 썼다는 느낌. 막말로 한국영화였다면 중후반부 주인공의 스탠드업 코미디 장면은 한 10분 정도 런닝타임을 잡아가며 눈물 콧물 다 질질 짜게 만들었을 것이다. 근데 딱 괜찮은 지점까지만 때리고 한 발 물러서더라. 물론 뒤에 한 번 더 나오긴 하지만.

매력있는 영화고, 여전히 뻔하지만 그래도 꽤 근사한 엔딩 씬을 갖고 있는 영화. 끝나자마자 다시 보고 싶어지는 영화는 실로 오랜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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