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7/22 19:31

맘 & 대드 극장전 (신작)


볼 때 상황을 요약하면, CGV 심야 상영으로 <빅 식>을 11시쯤 보기 시작했다. 끝난 뒤 바로 이어서 새벽 1시쯤 상영 시작하는 당 영화를 보게된 상황. 첫번째로 보게된 <빅 식>이 생각보다 너무 좋아 혹여라도 이 여운이 휘발될까 싶어 뒷 영화를 취소할까 했으나... 실제로 드니 빌뇌브의 <컨택트> 본 다음 바로 <레지던트 이블> 마지막 편 보고 후회한 날이 있음 그래도 주말을 맞이해 관람 결정. 인간은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상영관 자리에 앉아 한참 금호타이어 광고를 보고 있는데, 문득 감독이 누군지 궁금해져 그 때서야 검색을 하기 시작했다. 브라이언 테일러라... 여기서 순간적으로 두 가지 과정을 통해 헷갈렸는데, 처음엔 <토르 - 다크 월드>와 <터미네이터 - 제니시스>의 감독인 알란 테일러인 줄 알았다. 좋은 연출자는 아니지만 그래도 대규모 예산의 영화들을 운용하다가 이런 영화를 찍은 것일테니 개성을 더 담았겠지? 라는 착각을 하다가, 그 다음엔 작곡가 브라이언 테일러랑 헷갈렸다. 아, 그 사람 음악 만들다가 다 때려치고 영화까지 찍은 건가-, 싶은. 근데 시발 필모그래피를 검색했더니 줄줄이 나오는 <게이머>와 <고스트 라이더 - 복수의 화신>...... 그걸 깨닫는 순간 상영관의 불은 꺼지고 있었다.


열려라, 스포천국!


B급 영화엔 크게 두 종류가 있다. 첫째는, 정말로 못 만들어 B급의 만듦새를 갖고 있는 영화. 그리고 둘째는, B급 감성을 재현하기 위해 포장만 B급으로 한 영화들. 당 영화는 명백히 두번째 종류다. 작정하고 못 만든 영화는 아니다. 분명 B급 영화의 감수성을 표방하기 위해 일부러 선택한 연출들이 많다고 여겨진다. 하지만 문제는 B급 감성 재현하려다가 영화 전체가 결국엔 B급으로 빠져버렸다는 거지. 이 정도면 연출력도 문제지만 기획력도 문제다.

특정 주파수에 노출된 성인 남성과 성인 여성들이 스스로의 자녀들을 학살하고자 하는 욕구를 주체 못하고 자식 세대들과 피튀기는 싸움을 벌인단 설정은 좋다. 딱 B급 감수성에 미친듯이 웃기기 좋은 설정이라는 거지. 게다가 적절한 은유도 넣을 수 있고 말야. 하지만 영화가 그걸 다 못한다. 일단 촬영과 편집이 심각한 수준인데, 콘티뉴이티가 엇나가는 장면들도 많은 데다가 거의 매 씬마다 발작적으로 BGM을 넣는다. 그냥 음악만 넣는 것도 아니고 락 음악 같은 노래들도 마구잡이로 쑤셔 넣는다. 때문에, 보다보면 내가 지금 영화를 보고 있는 건지, 아니면 뮤직 비디오를 보고 있는 건지, 그것도 아니면 하다못해 내가 지금 대체 뭔 종류의 영상물을 보고 있는 건지 혼란스러움. 음악은 분명 영화에 있어서 중대한 요소지만, 잘 못 쓰면 그만큼 위험한 게 또 영화 속 음악이다.

웃기기라도 하냐? 딱 두 번 웃었다. 뜬금없이 니콜라스 케이지가 택견 공격마냥 딸의 남자친구에게 손날치기를 시전하는 장면. 이 부분은 딱히 웃기려고 한 포인트는 아닌 듯 한데 그냥 뜬금없고 니콜라스 케이지의 시종일관 진지한 모습 때문에 웃긴다. 두번째는 니콜라스 케이지의 노부모가 니콜라스 케이지를 조지러 오는 장면인데, 할아버지가 아버지를 쫓고 그 아버지가 자신의 아들을 쫓는 기묘한 삼각구성이 꽤 재밌다. 에라이, 이 부분만 딱 떼놓고 두 시간짜리 영화 만들었으면 더 재밌었을텐데. 목숨을 건 런닝맨 컨셉으로.

니콜라스 케이지는 몇 년째 B급 영화를 전전하고 있다. 그 때마다 '좋은 연기력은 여전하고, 지금은 그저 운이 나쁠 뿐이니 나중엔 괜찮아지겠지'라는 생각을 했었는데, 이번 영화를 보며 좀 충격 먹었다. 연기는 여전히 나쁘지 않은데, 이 양반의 작품 보는 안목이 확실히 많이 무너졌구나 하고. 이번 영화에서도 시종일관 희번덕 대는 연기 하느라 고생 많으셨어요, 케옹.

같은 날 이어서 본 <빅 식>은 전형적이되 훈훈하고 여운 넘치는 결말을 내게 선사했던 반면, <맘 & 대드>는 기분 찝찝하고 뭔가 싶은 결말을 내게 던져줬다. 시바 그래도 마무리는 지어야 할 거 아냐. 애초에 이렇게 마무리 짓지 못할 일은 벌이지 않는 것이 여러모로 이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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