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괴수 영화의 팬이자 괴수들의 왕인 바로 그 고지라의 팬이었기 때문에 어쩌면 설레고 기대했던 게 당연하다. 하지만 그 기대는 1편부터 홀랑 자빠졌고 결국 관성에 의해 어쩔 수 없이 보게 된 2편이 되어버림. 그래도 포스터에 메카 고지라가 보이고 최근 천조국의 어떤 젊은 영감탱이가 올드보이 메카 고지라를 꽤 그럴듯하게 재현해냈던 적이 있었기 때문에, 그리고 요즘의 사람들이 이해못해도 쇼와나 헤이세이 시절 괴수들의 레슬링을 좋아한 부분이 분명 있었기 때문에 메카 고지라 vs 고지라 이 구도 하나만으로도 꽤 괜찮은 그림이 나올 거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은근히 기대했던 것이...
스포일러증식도시!
나오기는 별 게 다 나온다. 하는 게 없어서 그렇지 역대 고지라 중 최고의 스펙을 지닌 고지라도 나오며, 하는 게 없어서 그렇지 소미인들도 나오고, 하는 게 없어서 그렇지 모스라 떡밥과 기도라 떡밥, 하는 게 없어서 그렇지 2만년 뒤 지구의 고지라 짝퉁 잡몹들도 나오고, 하는 게 없어서 그렇지 꽤 그럴듯한 전투 기체도 나온다. 심지어 메카 고지라도 나오기는 하는데... 이건 뭐 나오는 것도 아니고 안 나오는 것도 아니고. 하여간에 메카 고지라는 말 뿐이고 결국 SCV 마냥 열나게 채굴해야하는 나노메탈 뭐시기가 갑툭튀. 아...... 그래서 메카 고지라 안 나온다고? 포스터엔 왜 있냐 이런 거 한 두번 속아봐?
결국 또 고지라를 쓰러뜨리려는 열혈 주인공의 이야기 하나가 남는데, 그나마 괜찮은 건 전편에 비해 그 열혈의 농도가 꽤 많이 옅어졌다는 거다. 그거 딱 하나 전편보다 좋음. 대신 그 자리에 꽤 핵심적인 딜레마가 들어온다. 최강의 숙적을 쓰러뜨리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인간으로서의 정체성을 포기할 것이냐, 아니면 최강의 숙적에게 지더라도 인간으로서 남을 것이냐의 문제. 근데 진짜 문제는... 왜 그런 고민을 굳이 고지라 영화에서 하냐고... 고지라 영화에서 뭐 거창한 것을 바라는 것도 아니고, 일단 장르적인 재미를 먼저 준 다음에 딜레마를 던져야지 지금 장르적인 재미도 별로 없고만...
이번에 등장하는 고지라는 '고지라 어스'라는 생뚱맞은 이름으로 명명되었던데, 그 압도적인 스펙에 비해 연출이 후져서 별로 임팩트는 없다. 실사와 애니메이션의 차이도 있겠지만 이런 사이즈 강조하는 건 가렛 에드워즈가 진짜 잘했는데. 한 발 한 발 진군할 때마다 엄청난 양의 충격파가 생겨난다고는 하는데 말로만 씨부리고 정작 보여주는 건 없다. 이럴 거면 애니메이션으로 하지 말고 그냥 소설로 쓰지 그랬어?
원래 사기라는 게 거창한 것만이 아니다. 난 된장찌개 먹고 싶어서 들어간 식당인데, 정작 나온 게 피자라면 사실 그것부터가 사기고 기만이다. 주인장 입장에서야 실수겠지만, 어쨌든 그걸 받은 나로서는 사기거든. 장르 영화에서 그런 사기가 도드라지는데, 그게 뭐 좋은 거라고 이 영화는 그걸 그대로 하고 앉아있다. 괴수들끼리의 레슬링이나, 아니면 최소한 거대 괴수가 조지고 부수는 그런 걸 보고 싶었는데 정작 나온 것은 소소한 메카닉 액션. 그것도 멋대가리 없는 양산형 독수리 로봇.
이제 이건 의리도 아니고 관성도 아니고 그냥 대체 끝은 어떻게 내나 보자는 심정으로 3편을 보게 될 것 같다.
덧글
nenga 2018/08/01 18:00 # 답글
제일 재미있던건 꿍꿍이를 갖고 외계인들이 왔다가
같이 도망치게 되었단 설정정도...
뭐 TV에서 해주면 볼 정도였던걸로 기억합니다.
CINEKOON 2018/08/07 17:0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