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8/04 12:56

미션 임파서블 - 폴아웃 극장전 (신작)


시리즈 중에서는 3편을 가장 좋아하지만, 그래도 시리즈 내내 항상 고른 완성도를 유지해왔던 시리즈라고 할 수 있겠다. 망작이라 치부되는 오우삼의 2편조차 개봉 당해의 박스오피스 1위였고, 다른 허접한 블록버스터 영화들에 비하면 그래도 아주 거지같은 작품은 또 아니였으니. 좀 유치해서 그랬지 뭐 또 매편마다 감독이 달라지는 시리즈로도 유명한데, 초창기 <에이리언> 시리즈를 보는 것 같아 좋았다. 톰 크루즈를 포함해 대부분의 배우진은 유지되는데 감독은 매편마다 달라서 느낌이나 스타일이 다 독특해. 그게 좋았어. 때문에 전편인 <로그네이션>을 재밌게 보았음에도 불구하고 이번 6편의 감독이 또다시 크리스토퍼 메쿼리라는 사실은 조금 불만이었다. 이왕이면 시리즈의 전통을 살려 다른 감독을 기용했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 뭐 이런 마음에서. 근데 막상 6편을 보니 이 정도의 퀄리티로만 계속 나온다면 전통이 뭐 별건가, 라는 생각도 들고.


열려라, 스포천국!


오우삼의 2편과 에이브람스의 3편에서 이 시리즈의 기조가 조금 달라졌다는 생각을 항상 했었다. 에스피오나지 장르로써의 정체성 보다는 액션 장르로써의 정체성을 택한 것은 아닌가 했던 거지. 물론 그 자체로 불만은 없었다. 그래도 3편이 엄청나게 재밌었으니까. 하지만 전편인 <로그네이션>이 이 시리즈의 새로운 분수령이 된 느낌이다. 그 영화의 재미는 큰 스펙터클에서 오는 게 아니라, '우와, 이게 대체 어떻게 돌아가는 상황인지 알 수가 없네!'쯤에서 오는 거였거든.

이번 영화는 전편의 그 장점을 계승하되, 단점이라고 여겨졌던 액션과 스턴트의 아쉬움을 완전하게 채워서 돌아왔다. 여전히 크리스토퍼 메쿼리 특유의 고전주의적 연출이 돋보이면서도, 크고 알찬 물량공세는 더 강해졌다는 말. 크리스토퍼 메쿼리는 사실 연출을 엄청나게 잘한다는 느낌은 크게 없다. 하지만 기본기가 충실하고, 고전주의자로서 이 시리즈에 기품을 더해주었다고 생각해 좋다. 생각해보면 <잭 리처>에서도 그랬었지. 그 영화도 중반까진 별 느낌없었다가 카체이스 장면부터 하드보일드 감각의 진수를 보여주었던 영화였는데. 

기억에 남는 액션 시퀀스는 크게 세 개. 순서대로 헤일로 점프, 파리 시내 오토바이 추격전, 헬리콥터 추격전. 많은 사람들이 헬리콥터 추격전을 백미로 꼽던데 난 그 정도는 아니더라. 일단 클라이막스가 너무 많아서 에단 헌트가 헬리콥터를 탈 즈음이 되면 관객으로서 좀 지치는 느낌이랄까. 물론 그 자체로 좋긴 했지만. 그 부분보다 좋은 건 파리 시내 오토바이 추격전이다. 워낙 카체이스를 좋아하기도 하는 데다가, 그 부분에서의 촬영이나 연출이 정말 좋더라. 프레임 왼쪽에서 갑툭튀한 자동차에 에단 헌트 날아가는 게 제일 좋음. 예상치 못한 지점의 쇼트에서 액션이 툭 튀어나오는 걸 원래 좀 좋아하거든.

대를 위해 소를 희생할 것인가의 모티브로 굴러가는 작품인데, 썩 잘했다고 보지는 않는다. 하지만 지나칠정도로 딥하게 다루느니 이렇게 가볍게 경공술로 다루는 게 낫다. 특히 대중영화에서는. 그리고 무엇보다 이 영화의 오프닝 진짜 특이함. 초거대 블록버스터 첩보 영화의 오프닝이 주인공의 상상 결혼식이라니. 막판에 핵 터지긴 하잖아 그 자체로도 특이해 멋졌고, 무엇보다도 에단 헌트라는 주인공의 트라우마와 심리적 감정선을 잘 보여주는 이른바 명쾌한 오프닝.

솔로몬 레인이 재등장할만큼 매력적인 빌런이라고 생각하진 않았고, 존 라크가 헨리 카빌의 어거스트 워커였다는 반전은 그리 크게 먹혀들지 않았기에 악역 선정과 연출에 대해서는 아쉬움이 있다. 그리고 예고편에서 강조된 에단 vs 일사의 구도도 그리 오래 가지 않아 아쉬움. 하지만 그런 몇 가지 소소한 단점들을 다른 장점들이 너무 크게 덮어주고 있어서 큰 불만은 들지 않는다. 수퍼히어로 영화들과 스페이스 오페라 영화들을 좋아함과 동시에, 견자단이나 성룡 영화에서 많이 나오는 실제적인 스턴트들도 좋아하는 특이 취향을 가지고 있는데 그게 이 영화에서 잘 드러나 좋았다. 진짜 요즘 CG로 떡칠되어 실제감이 잘 들지 않는 블록버스터 영화들만 보다가 이 영화 속 화장실 액션 시퀀스에서 느낀 육박감은 진짜 대단하더라.

맥 없이 주절 거리긴 했는데, 어쨌거나 마지막은 톰 크루즈 이야기로 끝마쳐야겠다. 원래 좋아하는 배우다. 잘생겼고, 친절하고. 다만 너무 그런 점들만 부각되어 진정한 배우로서의 면모가 잘 드러나지 않는 배우라고 생각한다. 연기도 정말 잘하고, 무엇보다 작품 선구안이 정말 좋은 배우거든. 이 사람 필모그래피만 봐도 느껴지는 게, 엄청난 거장들과의 작업도 겁먹지 않았다. 그러면서도 또 가능성이 보이는 신인 감독들에게도 항상 열려있고. 필모그래피에 스탠리 큐브릭과 스티븐 스필버그, 폴 토마스 앤더슨이 존재한다. 반면에 별 거 아닌 것처럼 보이는 이름들이었다가 톰 크루즈 이 양반이 알아보고 나름 키워준 감독들도 참 대단하단 말이지. 이 영화의 크리스토퍼 메쿼리나 조 카신스키 같은. 하여간에 재능이 넘치면서도 성실한 배우를 우리가 싫어할 이유는 없지 않나. 톰 크루즈야말로 동종업계 최강의 얼굴 마담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뱀발 - 미셸 모나한을 다시 소환해 스토리아크를 마무리 지어준 것에 대해 정말로 고맙게 생각하고 있다. 근데 왜 내가 고마워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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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로그온티어 2018/08/04 13:08 # 답글

    박력이 대단하더군요. 저건 진짜 어떻게 한 건지 알고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 CINEKOON 2018/08/07 17:05 #

    수퍼맨 아닌 헨리 카빌의 박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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