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8/28 20:50

너의 결혼식 극장전 (신작)


세상엔 많은 장르 영화들이 있다. SF, 액션, 코미디, 드라마, 공포 등등. 하지만 그 중에서도 관객과의 공감대 형성이 가장 중요한 현실 밀착 장르는 멜로다. 그리고 로맨틱 코미디도. 요즈음이야말로 한국 멜로 영화의 가뭄이 아닌가 싶었지. 따지고 보면 <건축학개론> 이후로 괜찮은 멜로 영화가 한국에 없었다. 때문에 당 영화도 보러 극장까지 가는데 꽤 많은 내적갈등을 했던 영화다. 박보영을 그렇게 좋아하는 것도 아니고, 심지어 김영광은 누군지도 잘 몰랐거든. 아, 왠지 막상 보면 별로 남는 거 없는 일반적인 한국 멜로 영화가 아닐까... 싶었던 관람 전의 내 자신에게, 걱정했던 것보단 꽤 괜찮은 영화니 얼른 가서 보라고 권하고 싶다. 그 정도로 영화 괜찮음.


너의 스포일러.


전반까지는 무난한 한국형 로맨틱 코미디의 공식을 따른다. 무조건적으로 예쁜 외모의 여주인공과, 그를 사모하지만 고백하기엔 너무 겁이 많거나 능력이 없는 남주인공 셋업. 거기에 남주인공 주변에 깔아두는 감초 역할의 친구 캐릭터들. 그래서 거기까지만 보면, '역시 거기서 거기군'이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다. 그럼에도 이 영화가 밉보이지 않는 것은, 최소한 날로 먹으려 들지는 않았다는 게 느껴지기 때문일 거다. 예를 하나 들면, 중초반부에 자위 행위 중 가족에게 그 모습을 들키는 에피소드가 하나 나온다. 그 썰이 시작될 때까지만 하더라도 나는 팔짱을 끼고 앉아있었다. 원초적으로 웃길 수 밖에 없는 이야기긴 하지만, 워낙 이런 에피소드가 이런저런 영화와 방송 시트콤들에서 많이 반복되어 온거거든. 그래서 해봤자겠거니 하고 봤는데- 세상에나. 롤케이크로 이렇게 재미나게 변주할 줄은 몰랐다. 종합적으로 말해 코미디의 타율이 꽤 괜찮은 편이다. 이 부분에 있어서는 대만 영화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도 떠오르더라. 다분히 성적인 코미디를 깔고 가면서도 크게 거부감이 들지 않는. 이야기의 결도 전체적으로 비슷하긴 하지만.

하지만 다 떠나서 이 영화가 좋은 이유는, 결말 그거 하나가 크다. 제목부터 '너의 결혼식'이라길래, 유행이 지날대로 지난 <졸업>의 결말이라도 또 우려먹는 건 아닌가하는 걱정이 있었다. 근데 이 영화는 정말 성숙한 선택을 하더라. 사실 성숙하다기 보다도 이치에 맞는 엔딩인 거다. 다만 워낙 요즘 한국 영화에서 그런 결말 싫어하잖아. 어떻게든 여주인공과 남주인공이 이어지는 엔딩을 택하지. 그게 대중적인 건 줄 알고 말야. 때문에 감독과 각본가의 용기가 훌륭해보이기도 하지만, 결국 이 결말을 존중하고 화끈하게 밀어줬다는 점에서 제작자의 용단이 크게 돋보이는 부분. 아, 남주인공의 마지막 쇼트에서 김영광의 표정이 너무 좋더라.

박보영은 딱 기대한만큼 해줬던 것 같은데, 김영광은 의외다. 원래 강하늘을 점찍어둔 캐릭터라고 하던데, 그렇게 되었다면 너무 모범생적인 느낌이 강해 별로였을 것 같다. 딱 지금 정도의 날티나는 귀여움이 좋다. 하여간에 김영광은 이 영화에서 발군이었다. 

예전에도 그런 생각을 해봤고, 이 영화를 보고 나오면서 다시금 상상해보았는데. 나로서는 도저히 상상 못할 엔딩이다. 내가 만약 저 상황이라면 딱 둘 중 하나거든. 결혼식 안 가는 방법, 그리고 가서 깽판 놓는 방법. 난 아직 어른이 아닌가 보다. 누구나 다 첫번째 방법을 선택할 걸?

뱀발 - 오프닝 타이틀 시퀀스 구리다. 아니 무슨 영화 시작하자마자 미식 축구하는데 선수들 머리 위에 스텝롤 띄우고 앉았냐. 무슨 RPG 게임 캐릭터도 아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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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애 초반의 당연한 귀여움을 거치고 나면, 영화가 담아내는 것은 결국 또 '사랑의 과정'이다. 사랑을 다루는 멜로, 로맨스, 로맨틱 코미디 장르들은 그들 중 대개가 모두 이 '사랑의 과정'을 담느라 바쁘다. 설레고 떨리는 연애의 시작과 그 초반, 이어 풋풋하고 단내 나는 중반을 지나고나면 찾아오는 싫증과 권태의 후반까지 ... more

덧글

  • 로그온티어 2018/08/28 21:19 # 답글

    성공한 실패를 그리는 모순만큼 현실적 공감을 이끄는 것이 없다고 생각해요
  • CINEKOON 2018/08/30 13:55 #

    성공한 실패... 정말이지 어렵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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