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9/03 14:56

서치 극장전 (신작)


흔한 형식이 아닌 것은 맞지만, 그렇다고 아주 새로운 아이디어인 것은 또 아니다. 불과 몇 년 전 같은 제작자가 만든 <언프렌디드 - 친구삭제>라는 영화가 있었고, 인디 영화 몇 편과 미드에서도 몇 번 시도했던 것이 바로 컴퓨터 모니터 화면으로만 진행되는 형식이다. 하지만 누차 이야기했듯이 누가 먼저 했는가-보다, 누가 어떻게 살렸느냐-가 중요한 게 또 이 바닥 아니겠나. 


열려라, 스포천국!


대단히 영리한 것은 맞다. 일단 비주얼의 형식이 일반 관객들에겐 대단히 새롭게 보이거든. 그래서 일단 이목을 끈다. 그러면서도 적절히 사회 비판적 요소도 함께 끌고 간다. 까놓고 말해 요즘 SNS 안 하는 사람 거의 없고, 좋은 점도 많지만 분명히 짚고 넘어갈 만한 단점과 비판점들도 꽤 많잖아. 그리고 우리 모두 그걸 공감하고 있기도 하고. <서치>는 그 방면에서 일단 영리한 영화다. 호기심을 동하게 하는 것은 물론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 유튜브, 또는 개인 방송 등 실제 존재하는 웹페이지들을 영화로 끌고 와 대단한 현실감과 함께 공감을 이끌어내고, 더불어 유저이기도 한 관객들이 자기 자신을 돌아보게 만드는 영화거든. 부모 관객들에게 어떻게 하면 자녀들의 사생활을 캘 수 있는지 팁도 많이 주고

하지만 그렇게 바로 눈에 띄는 부분들보다도, 이 영화의 감정적 측면과 함께 서사의 구조에 대해서 더 많은 이야기를 하고 싶다. 사실 저 형식이라는 게 장점 못지 않게 단점도 많거든. 일단 호기심이 드는 포맷인 것은 맞지만 그만큼 형식에 스스로 제약을 두는 꼴이 되기도 하니까. 관객들에게 뭔가를 제대로 보여주고 싶어도 모니터 밖으로 나갈 수 없으니 생기는 그런 제약들. 근데 이 영화는 스스로에게 건 그 제약에서 벗어나지 않으며 일반 극 영화들도 해내기 힘든 아주 제대로 된 이야기를 보여주고 있다.

미스테리 스릴러 장르에서 결국 중요한 건 감정의 모티브다. 내가 왜 딸을 찾고 구해내야만 하는지를 관객에게 제대로 설득시켜야 한다. 아빠가 딸 찾는 건 당연한 거 아니냐고? 아, 물론 당연하지. 하지만 그런 뻔한 관계만으로는 제대로된 서사가 안 서고, 관객에게 극 중 인물의 절박함도 제대로 전달시킬 수 없다. 때문에 초반부에 판을 잘 깔아줘야 한다. 이 영화는 그걸 잘 깔았다. 감독 스스로도 픽사의 <업> 초반부를 레퍼런스로 삼았다고 하던데, <업>만큼은 아니여도 가히 마음을 울리는 오프닝이다. 그리고 이후 영화에서 중요한 감정들과 사건들도 모두 그 판 아래에서 움직인다. 영리했다.

인물의 얼굴 표정을 두 시간 내내 보여줄 수 없는 그 제약을, 마우스 포인터의 망설이는 움직임으로 잘 표현해냈다는 건 실로 대단한 성과다. 보이는 건 마우스 화살표 뿐인데 거기서 감정이 읽히더라. 머뭇거리기도 하고, 너무 화가 나서 마구 움직이기도 하고. 더불어 겁나 빡쳐서 메시지 창에 쏘아붙이는 말들을 길게 적었다가 죄다 지우는 장면도 같은 맥락이다. 사실 그 방면에서 가장 좋은 설정은 채팅창에 뜨는 상대의 '글 쓰는 중' 표시겠지. 

떡밥 회수도 기가 막히게 한다. 딸 실종 사건에 배정된 형사의 페이스북을 통해 신상을 터는 장면에서, 뜬금없이 모성에 관한 설파가 잠깐 지나가는데 아주 효율적이고 이치에 맞다. 진범인 그 아들래미도 시종일관 등장하고 말이지. 아, 진범과 결말에 대한 이야기가 나와서 말인데 대단히 논리적인 반전이다. 요즘 반전 하나만 믿고 설쳐대는 스릴러 장르 영화들이 많은데, 이 정도는 해야 제대로된 반전이라고 생각한다. 결말에 이르기 전까지 여러 떡밥들을 던지며 관객들을 혼란스럽게 하고, 때로는 충격을 주는 부분들도 역시 똑똑 하더라. 갑자기 주인공의 동생이 연루되는가 하면, 전과자의 고백과 자살을 통해 사건이 다른 국면으로 전환되는 부분 등. 관객을 잘도 가지고 논다. 

존 조의 연기가 참 좋은데, 일부러 한국계 미국인을 캐스팅 했다기 보다는 미국 국적의 동양인을 찾고 있었던 걸로 보이더라. 백인 남성보다 어쨌든 사회적 양자고 소수자라는 느낌이 있잖아. 그래서 딸을 잃어버렸을 때 더 절박하게 느껴지기도 하고. 

딱 지금의 시간대에 나올 수 있는 스릴러라고 생각한다. 불과 10년 전에만 나왔어도 이해 못했을 영화. 허나 시의적절했고, 더불어 영리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해피 엔딩이라 좋았다. 지극히 현실적이고 생활밀착형 스릴러인데, 이 영화에서까지 비극적 결말로 끝났다면 SNS를 쓰는 나의 일상이 더 우울해질 것 같았다.

뱀발 - 감독이 1991년 생이다. 갑자기 화가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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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로그온티어 2018/09/03 15:38 # 답글

    나이 젊은 감독이 이렇게 또 한 건 해내는군요
    난 뭐했나.... 아니 그전에 왤케 젊을 때 한 건 해내는거야! (버럭)
  • 타누키 2018/09/03 18:42 # 답글

    오 그러고보니 업이랑 비슷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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