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9/13 17:27

물괴 극장전 (신작)


제목을 뒤집어놓은 것도 그렇고, 장르 영화에 인색한 한국 영화판의 특성상 같은 장르라는 것도 그래서 여러모로 봉준호 감독의 <괴물>과 엮이고 있다. 하지만 생각보다 <괴물>과 엮어볼만한 지점은 많지 않다. 그래봤자 정체불명의 괴수가 등장한다는 것 정도와 그 괴수의 기원이 인간들의 탐욕 또는 실수에서 기인한다는 것 정도? 근데 뭐 그런 건 대부분의 괴수 영화들이 다 그러니까 논외로 치고. 어쨌거나 봉준호 감독의 <괴물>보다 사실 더 가까운 친척뻘 영화는 다름아닌 프랑스 영화 <늑대의 후예들>이다. 이 영화도 조선왕조실록에 적힌 괴생물체 언급 몇 줄로 만들어진 영화라며. <늑대의 후예들>도 딱 그 짝이거든. 제보당의 괴수였나, 뭐 그랬던 것 같은데.


열려라, 스포천국!


사실 기획 자체는 꽤 그럴 듯하다. 현대물이 아닌 조선시대를 다룬 역사물을 배경으로한 괴수 영화라니. 궁을 배경으로한 괴수 영화는 상상도 하지 못했던 조합 아닌가. 그 자체로 신선한 이미지의 맛이 있다. 그리고 작서의 변을 적당히 섞어 들어가 괜찮은 궁중암투극까지 가미할 수 있으니 꽤 그럴듯 한 건 맞잖아?

하지만 결과는 결국 대찬 실패.

사실 가장 큰 문제는 영화의 톤 앤 매너가 균일하지 못하다는 것이다. 애초에 캐스팅부터가 김명민 주연이니 어쩔 수 없이 <조선명탐정> 시리즈가 떠오를 수 밖에 없는데, 그나마 그걸 최소화하려면 영화가 가진 코미디 톤을 담백하게 쫙 빼던지 아니면 최소한 김명민 만큼은 그런 코미디를 하지 말게 하던지 둘 중 하나였을텐데. 이 영화는 김명민에게 코미디를 시키고 있다. 물론 코미디 톤이 강한 것은 물론 아니다. 근데 영화 속에서 주인공을 첫 소개하는데 거기서부터 쭈그리고 앉아 나뭇잎으로 얼굴 가린채 등장하는 건 좀 아니잖아. 박희순이 중종으로 나오고, 아니나 다를까 이경영이 사건의 흑막으로 나오는데 또? 둘이 나올 땐 그렇게 영화가 진지할 수 없다가도 김인권과 이혜리가 나오면 또 그렇게 가벼울 수가 없다. 애초에 대체 이 영화의 컨셉을 무엇으로 생각하고 시작했던 것일까. 원래 정우성 주연에 신정원이 감독으로 내정되어 있었다는데 신정원의 인장이 이렇게 남아있는 것인가.

생각보다 액션은 괜찮다. 괴수가 부리는 난동도 그렇지만 특히 대인 액션이 꽤 괜찮은 편. 김명민은 엄중한 카리스마를 선사하고, 김인권은 괴상한 카리스마를 보여준다. 액션의 합이나 태가 나쁘지 않다. 문제는 그걸 그놈의 쉐이키 캠으로 미친듯이 흔들어대며 찍었다는 거다. 아...... 이거 유행이 지나기는 커녕 요즘 다들 기피하는 건데. 딱히 더 멋지거나 그런 것도 아닌데 대체 왜 이렇게 찍은 거냐고.

물괴의 CG 효과는 나쁘지 않고, 그 기원에 대한 설명도 어느 정도 납득은 간다. 덕분에 연산군의 이미지는 끝도 없이 실추하지만. 다만 그 활용도가 지나치게 뻔하고, 예전 수많은 괴수물들의 답습뿐이라 신선함은 많이 떨어지는 편.

솔직히 까놓고 말하면 김명민과 김인권의 연기는 훌륭하다고 생각한다. 근데 역시 이혜리와 최우식이 발목을 잡는다. 이혜리는 아직 많이 부족하고, 최우식은 여전히 톤을 잘 못 잡고 있는 느낌. 아... 원탑 주연 영화도 아니고 네 명이 나름 노나먹는 영화인데 그 중 둘이 이러면......

조선시대를 배경으로한 한국형 괴수물로써 꽤 많은 기대를 한 작품이었으나 이 정도로 나와 여전히 안습. 평타 정도만 쳤어도 <7광구>의 저주는 가까스로 끊어낼 수 있었을텐데... 대체 제대로된 한국 괴수 영화는 언제쯤 다시 나올 수 있는 걸까. 심형래 : 후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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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로그온티어 2018/09/13 20:53 # 답글

    이 영화도 개그땜에 욕을 먹는 군욬
    [조선명탐정:물괴의 변]이었다니
  • CINEKOON 2018/09/26 20:25 #

    4편인 듯 하옵니다.
  • 역사관심 2018/09/14 03:15 # 답글

    몇줄로 만든 광해와는 다릅니다. 그리고 '물괴'라는 단어가 직접 문헌기록에 사용되고 있지요.
    http://luckcrow.egloos.com/2570033

    사실 이 글을 쓰고 후일 영화화된다고 이야기듣고 꽤 기대했는데...보지 않아 모르겠지만, 아쉽네요. 평이..T.T
  • CINEKOON 2018/09/26 20:25 #

    차라리 진지하게만 갔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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