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9/19 14:28

더 프레데터 극장전 (신작)


일단 영화 외적으로 기분이 좋았던 것은, 찾기가 쉽지 않던 상영관에 결국 들어섰을 때 4,50대의 아저씨들이 많이 보였다는 것이다. 아니, 사실 많이 보였다 정도가 아니라 그들 밖에 없었다. 물론 나와 동년배이기는 커녕 한참의 인생 선배들이겠지만, 뭔가 동질감? 또는 전우애? 같은 것이 솟구쳐 올랐다고 할까. 솔직히 말해 요즘 10대에서 20대 초반의 관객들이 <프레데터>라는 영화를 아는 게 쉽지 않잖아. 그래서 그런지 뭔가 함께 추억 공유하는 느낌이라 좋았다. 그래서 영화가 끝나고 난 뒤에도 그렇게나 많은 탄식이 상영관 곳곳에서 터져 나왔던 것일까. 오래된 친구를 하나 잃은 것 같은 바로 그 느낌 때문에?


진짜 스포일러는 지금부터다!


80년대를 양분했던 두 외계 종족이 있었다. 두 말 할 것 없이 <에이리언> 시리즈와 <프레데터> 시리즈. 심지어 스핀오프 기획물이긴 했지만 둘이 맞다이 깐 전적도 영화와 만화, 게임을 통해 화려하니 그야말로 외계 본좌들이었다고 하겠다. 근데 개인적으로는 <에이리언> 시리즈가 좀 더 좋았단 말이지. 왜냐하면, 어쨌거나 작품 간의 편차는 있었어도 <에이리언> 같은 경우엔 전반적으로 퀄리티가 고른 편이었던데다 각각의 스타일이 너무 명확해 보는 맛이 다 달랐다. 반면에 <프레데터> 시리즈는? 이번 셰인 블랙의 <더 프레데터>를 제외하면 총 세 편의 시리즈가 존재하는데, 솔직히 까놓고 말해 진짜 훌륭한 건 존 맥티아난의 1편이 전부고 그 이후는 그냥 저냥 아닌가. 심지어 <프레데터2>는 그냥 저냥인데 그 다음 나온 <프레데터스>가 별로야. 인생 삼세판이라고들 하는데 세 편의 영화들 중 하나만 좋으면 그게 훌륭한 시리즈라 할 수 있냐는 거지.

문제는 새 시대의 <에이리언> 시리즈도 망해가고 있단 거다. 애초에 메인 크리쳐의 이름이 '그 것' 정도를 의미하는 지칭대명사인 '제노모프' 아닌가. 그럼 그 유래와 기원을 설명하지 않을 수록 신비감 조성에도 좋고 더 무섭지. 그게 그 캐릭터의 매력이었는데 요즈음의 <에이리언> 시리즈는 제노모프 탄생설화에 미친듯이 집착하고 있잖아. 심지어 설득력이나 재미도 별로 없고. 이번 <더 프레데터>도 그러하다. 극 중에서 '프레데터'라는 이름이 계속해서 언급되는데 '프레데터'라는 호칭이 더 걸맞냐, 아니면 '헌터'라는 호칭이 걸맞냐 극 중 인물들끼리 논쟁을 벌인다. 그러다 결국 결말은, "놈들의 특성이 프레데터보다는 헌터에 가깝긴 하지. 하지만 프레데터라는 이름이 더 간지나잖아?" 정도로 귀결된다. ....... 제작진들이 이 시리즈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어렴풋이 보이기 시작하는 지점이랄까.

잠깐이긴 하지만 오프닝의 우주선 추격전은 굳이 이런 걸 찍어가며 예산을 낭비했어야 했나- 싶을 정도로 불필요하고, 프레데터 캐릭터는 전반적으로 멍청해졌다. 아니, 인류를 구원하기 위해 온 프레데터가 왜 우주선에서 나오자마자 멀쩡한 인간들을 도륙내는 것일까? 너 지구인들 도와주러 왔다며. 하다못해 정당방위로 살아남기 위해 자신을 공격하는 군인들을 어쩔 수 없이 죽인 것도 아니고, 애초에 시리즈 내내 등장하는 과시성 시체전시를 벌이며 사람들을 죽여나가잖아! 그냥 클록킹 기술 쓴 상태로 현장을 벗어났어도 괜찮았을 터인데.

영화를 본 시리즈의 열혈 팬 친구가 말했다. 이 시리즈는 항상 주인공이 어떤 형태의 전사인지에 따라 내용이 달라졌다고. 1편 주인공은 그린 베레 출신으로서 실전 경험이 많고 여러가지 함정을 파며 잠복하는 데에 능했다. 그리고 그걸 영화가 잘 써먹었지. 2편은 배경이 대도시인데다가 주인공이 형사였다. 때문에 자신의 근무지로서 도시의 지형지물을 잘 알아 그걸 요긴하게 써먹었고. 망작이라고 하는 <프레데터스>에서도 어쨌든 주인공은 실전 경험 많은 용병으로 설정되어 있지 않던가. 근데 이 영화는 주인공이 스나이퍼잖아. 저격수잖아. 게다가 상대는 클록킹 기술을 가진 외계 괴물이잖아. 그럼 두 놈을 한 필드에 떨어뜨려놓기만해도 서로 숨고 저격하고 뭐 이런 재미가 있지 않았겠어? 근데 이 영화는 그걸 안 한다. 주인공이 저격수라는 것도 초반에만 보여주고 끝임.

실질적으로 시리즈의 전통 역시 파괴한 영화라고 할 수 있을텐데, 일단 프레데터가 지구를 침략하고 싶어하는 단순한 B급 크리쳐로 전락하고 말았다. 얘네 원래 성년식 치르거나 순수한 사냥의 쾌감을 얻기 위해 지구 놀러 오는 거 아니였어? 근데 왜 이제와서 무슨 지구 침략이야... 이게 뭐 어사일럼 영화도 아니고.

프레데터의 사냥개들은 왜 나온 건지 알 수도 없고, 별로 알고 싶지도 않고. 그나마도 <프레데터스>에서 등장했던 사냥개들과 전혀 다른 디자인이던데 심지어 디자인도 <프레데터스>가 훨씬 나음. 아...... 할 말을 잃었습니다.

프레데터 뿐만 아니라 인간 주인공 쪽에게도 문제가 많다. 올리비아 문이 연기한 박사 캐릭터는 과학자인데 왜 갑자기 전사마냥 총 들고 프레데터를 뒤쫓는 건지 의문. 심지어 후반부에서 더 잘싸움. 주인공의 저격수 설정을 살리지 못한 건 그렇다쳐도 얘 동료 파티원들은 왜 다 그 모양인데? 왜 처음 본 사이인데 주인공 아들 구하러 가는 목숨 건 파티에 흔쾌히 동참하는 건데? 갑자기 술집에 들어가 의리를 불살랐던 어떤 영화가 오버랩 되어 심히 불쾌.

주인공 아들은 심지어 데우스 엑스 마키나. 천재라는 설정으로 한 번에 프레데터들의 보안 인터페이스를 뚫어버린다. 그것 참 편리하네. 심지어 얘는 자의가 아니었다해도 실제로 사람을 죽였다!

프레데터들은 지구인들의 문화를 어떻게 그리 잘 알까? 엄지 손가락을 치켜 올리는 게 긍정의 의미인 건 또 어떻게 알고, 지구인들의 교육 편제는 또 어떻게 알아서 초등학교 이름만 듣고도 그 곳으로 찾아오는 것일까. 구글 맵이라도 깔았나? 그것 참 편리하네.

하지만 이 영화의 가장 큰 뻔뻔함은 역시 결말. 아...... "내 새 수트요"라는 대사로 끝난 영화라니. 감독의 마음은 아직도 MCU에 머무르고 있는 것일까. 차라리 프레데터 킬러라는 문구가 나오며 1편의 아놀드 슈워제네거가 등장하는 게 더 나았을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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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이지리트 2018/09/19 19:27 # 답글

    전반적으로 b급 감성폭발수준이였는데 마지막에서 모든게 엉망이 되버렸죠.
    그장면은 나오지 말았어야 했는데..
  • CINEKOON 2018/09/26 20:25 #

    그런 짓은 하지 말아야 했는데, 난 그 사실을 몰랐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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