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9/25 03:17

명당 극장전 (신작)


다 필요 없고, 딱 두 가지만 강조 되었더라면 좋았을 것이다. 첫째는 제목 그대로 풍수지리가 실제 우리의 삶을 어떻게 바꿀 수 있는지를 위트있게 보여주는 것. 그리고 둘째는 흥선군을 주인공으로 삼는 것.


어차피 스포일러 할 팔자.


첫번째 포인트에 대한 이야기부터. 일단 역학 3부작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나왔던 다른 영화들을 간단하게 제목만 살펴보자. <관상>과 <궁합>. 까놓고 말해 관상이라는 개념과 궁합이라는 개념은 요즈음의 관객들에게 현실적으로 다가온다. 그런 개념들을 믿든 안 믿든 간에 일단 살면서 많이 들어봤을 것이고, 관상이나 궁합 따위는 풍수지리보다야 좀 더 생활에 밀접하게 다가오기도 하니까. 남의 얼굴보고 운세 점치는 거나 생년월일 등을 조합해서 짝꿍 점치는 건 재미로라도 할 수 있잖아? 근데 풍수지리는 그게 좀 어렵지. 일단 영화를 보는 모든 관객들이 그것에 큰 관심이 있는 것도 아니고, 애초에 풍수지리라는 것이 보통 집이나 가게를 낼 때 중요하게 여기는 거라. 집사고 가게내는 관객들이 뭐 얼마나 되겠나. 그러니까 <명당>은 앞선 두 영화들에 비해 조금 불리하면서도 이점을 가진다. 풍수지리가 우리의 실제 삶에 얼마나 깊게 뿌리박혀 있는지를 잘 보여주면 일단 신선하게 느껴지고 재밌을 거잖아. 그리고 이 영화는 실제로 그런 부분들을 보여준다! 초반부에 공부 못하는 아이의 공부방을 풍수지리에 맞게 꾸미는 장면의 묘사나, 망해가는 저잣거리를 구하기 위해 마트 내 코너 위치 바꾸듯이 저잣거리를 새단장하는 장면의 묘사 같은 것들. 충분히 재밌었고, 그런 부분들을 좀 더 보여주었어도 좋았을 거다. 근데 이 영화는 <관상>이 그랬던 것처럼, 풍수지리라는 개념을 역사의 소용돌이 속으로 툭하고 집어넣는 것에 지나치게 집착하고 있다. 한마디로 영화가 너무 쓸데없이, 그것도 너무 이르게 진지해진다는 소리.

두번째 포인트는 말 그대로인데, 지성이 연기한 흥선군이 좀 더 빨리 등장하고, 영화의 주인공으로서 기능 했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지금 이 영화의 주인공은 조승우가 연기한 '박재상'이라는 캐릭터인데, 사실 이 이야기 자체에 별로 쓸모가 없다. 그러니까 딱 관찰자 정도의 포지션이 적당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버전의 영화에선 이 인물에게 주어진 게 너무 많아. 복수도 해야하지, 정의감은 또 투철하지, 아는 것도 많아서 일일이 다 해석해줘야하지, 심지어는 일선에 나서서 하이스트 영화마냥 물건도 훔쳐와야 한다. 하는 게 너무 많잖아. 관찰자로서 딱 왓슨 정도의 역할인데 어째 지금 버전은 셜록홈즈까지 다 하고 있는 인상.

그리고 무엇보다, 흥선군의 캐릭터가 매력있을 수 밖에 없다. 내 취향일 수도 있는데, 애초에 타락하는 인물의 이야기는 언제나 재미있지 않은가. 물론 처음엔 흥선군이 좋은 맘을 먹고 왕을 보필하려 하다가 결국 자신의 욕망을 드러낸 것인지, 아니면 애초부터 욕망을 품고 계획을 진행시킨 것인지에 대해서는 의문의 여지가 아주 조~금은 있으나... 굳이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한다면 전자가 더 재밌지 않았을까 생각해본다. 그래야 후반부 흥선군의 광기도 좀 더 강하게 다가온다는 입장이거든. 아, 이건 진짜 흥선군이 셜록홈즈였어야 하는데... 

조승우는 여전히 잘하지만 한 방이 없고, 지성은 캐릭터가 좋지만 배분에서 불리했다. 유재명은 잘하지만 캐릭터가 뻔하고, 문채원은 여전히 잘 모르겠다. 다만 백윤식과 김성균은 이제 좀 위험하겠더라. 둘 다 연기 잘하는 건 알겠지만 요즘 연기한 캐릭터들이 다 비스무리하다 보니... 심지어 백윤식은 중간에 개돼지 드립을 치던데 <내부자들> 떠올라서 피식했음.

결국 역학 3부작의 최종작 답게 지극히 운명론적인 결말로 마무리. 이 시리즈 내내 뭘 하고 싶었던 건지는 알겠는데 굳이 그렇게 진지하게 갔어야만 했나 싶기도 하다. 아니 그리고 애초에 인간의 욕망을 부동산 투기의 위험성을 통해 보여주겠다는 게 좀체 신선하지 않은 기획이라서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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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로그온티어 2018/09/25 05:46 # 답글

    [그때그사람들]의 똘끼를 가진 영화였다면 기획의 신선함은 살아났을 겁니다
  • CINEKOON 2018/09/26 20:08 #

    백윤식의 묘한 기시감...
  • 괴인 怪人 2018/09/26 09:05 # 답글

    초반의 모델하우스직원 분위기를 유지하거나
    후반의 이하응vs장동 김씨 분위기를 초반부터 충분히 설명하거나
    선택해야했는데 둘 다 잡는다고 무---리 해버린 결과
    = ㄸ내나는 카레
  • CINEKOON 2018/09/26 20:08 #

    너무 과거 역사에 현재의 순간들을 감응시키는 것에 빠져있는 것 같습니다, 요즘 한국 영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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