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10/04 20:22

베놈 극장전 (신작)


언론 시사도 개봉일 직전에 하고, 엠바고도 빡세고, 심지어 그 엠바고를 어긴 미국의 어느 영화 기자가 트위터에 담아올린 '<캣우먼> 급의 재앙'이라던 악평까지. 게다가 요즘 소니 하는 짓도 그렇고, 언제나 아비 아라드가 하는 짓도 그렇고. 톰 하디와 미셸 윌리엄스라는 좋은 배우 데려다가 베놈이라는 근사한 캐릭터를 영화화 시켜놓고 또 망하는 건가- 라고 생각했었는데. 역시 영화는 직접 봐야만 알 수 있는 거다. <캣우먼> 급이라느니, <고스트 라이더> 급이라느니 하던데 까놓고 말해 그런 영화들에 감히 비교할 영화는 아니다. 그렇다고해서 존나 잘만든 영화는 또 아니지만.


열려라, 스포천국!


0.
아쉬운 것 먼저. 일단 기획에 있어서 꽤 유리한 점이 있었다고 생각된다. 마냥 코믹한 부분까지 닮지는 않았지만, 베놈과 데드풀은 비슷한 안티 히어로잖아. 동기야 어찌되었든 좋은 일을 하지만, 과정이 험악한 캐릭터들은 언제나 매력있다. 수퍼맨이나 캡틴 아메리카 같은 모범생들에 비하면 제한없이 좀 더 재밌게 만들 수 있는 거지. 문제는 비슷한 예로 DC의 <수어사이드 스쿼드>도 있었다는 것. 영웅들이 난무하는 시대에 악당을 주인공으로 한 영화면 모름지기 좀 더 막 나가고 좀 더 거침없었어야지 않나. 근데 <수어사이드 스쿼드>는 그걸 못했다. 그래서 욕을 먹었다. 그거 잘했어도 완성도가 시망이라 또 욕 먹었을 걸?

1. 
<베놈>은 그런 걸 잘하는 영화가 될 수 있었다. 심지어 얘는 원작에서 사람 뜯어먹고 이런 애잖아. 그래서 R등급을 기대한 것도 있고... 뭐, 이미 PG-13으로 개봉된 지금 시점에서야 이런 이야기 백 번 해봤자 소용없다는 거 알지만. 어쨌든 좀 더 막 나갈 수 있었다는 거다. 근데 정작 본 영화는? 착해도 이렇게 착한 베놈이라니. 심지어는 귀엽기까지 하다. 귀여운 거야 뭐, 더 다양한 관객층을 끌어들이기 위한 전략일 수 있으니 그렇다치자. 근데 뭐? 같이 지구를 지키자고? 사람 머리를 마구잡이로 뜯어먹는 외계 찐드기 입에서 그런 말이 나온 순간 그건 실패한거다.

2.
비주얼 묘사도 아쉽다. 다양한 모습들을 보여주긴 하는데 완전히 클리어하게 보이지는 또 않는다. 어두운 밤이거나, 정신없이 카메라가 움직이거나, 그도 아니면 아예 스모그를 깔아 숨기거나. 다른 수퍼히어로 영화들에 비하면 스펙터클이 그렇게 강한 것도 아닌데 심지어 그걸 숨기고 앉았으니 여간 아쉬운 게 아니다. 심비오트의 활용도도 거기서 거기라는 생각이 들고.

3.
하지만 가장 아쉬운 건 역시 악당의 묘사인데, 칼튼 드레이크와 결합한 라이엇에 대한 설명은... 거짓말 안 하고 라이엇의 본 모습이 등장하고 불과 10분도 안 되어 리타이어. 아무리 수퍼히어로 시리즈의 첫 편이라지만 빌런 뽐뿌 너무 안 해준 거 아니냐고. 애초에 칼튼 드레이크라는 악당 역시 진부하기 짝이 없는데...

4.
깔대로 깠지만, 그래도 썩 나쁜 영화는 아니다. 오히려 괜찮은 영화다. <캣우먼>이나 <그린 랜턴>과 비교될 대상은 아니라는 게 내 생각. 전체적인 연출이 평이해서 그렇지 철저히 기본은 했고, 무엇보다 톰 하디가 너무 좋다. 톰 하디라는 스타가 영화를 꽤 잘 이끈다는 말씀. 이 양반 랍스타 수조에 몸 담그면서 짓는 표정이 어째 온천탕 들어가며 행복해하는 아저씨 같아 웃기고 좋았음. 하여간에 톰 하디의 스타파워를 여간 잘 써먹은 영화.

5.
<기생수>와 <업그레이드>를 떠올리게 만드는 에디 브록과 심비오트 간의 케미스트리가 꽤 좋은데, 좀 더 늘리거나 좀 더 구체적으로 써먹었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긴 하지만 지금 와서야 욕심이고. 그나저나 <라이프> 개봉 당시에 이거 <베놈>의 프리퀄 영화가 아니냐-라는 말도 안 되는 의혹이 있었는데 정작 지금 와서 다시 생각해보니까 꽤 그럴 듯 하기도 하고. 거기 나오는 외계인 캘빈도 심비오트와 비주얼적 통일성이 있잖아. 심지어 지구 오고 싶어했고. 생각해보니 제목도 그야말로 '라이프'였네.

6.
'거기서는 나도 너 못지않은 루저지만, 여기서는 달라'. '지나치게 착해진 베놈'이라는 아쉬움을 희석시키고 싶었다면, 핑계 마냥 살짝 언급되고 지나가는 심비오트의 이 대사를 좀 더 살렸으면 어땠을까 싶다. 인류를 구하기는 하는데 그 이유가 철저히 이 행성에서의 자신의 위치를 견고하게 만들기 위한 이기적인 마음 때문이었다는 걸로 더 세게 밀고 나갔더라면. 

7.
하여튼 소니 마블 유니버스의 첫 시작인 영화로써 아쉬운 건 맞지만, 현재 받는 평가는 좀 부당하단 생각도 든다. 그저 비싼 스포츠카를 사놓고 달구지로 쓰는 기분이 드는 게 좀 아쉽단 거지, 어쨌거나 잘 굴러가긴 하니까. 그나저나 나중에 이거 진짜 스파이더맨이랑 엮을 건가. 그 둘의 조우는 사실 필연적인 것일텐데. 대체 소니가 지금 무슨 생각하고 있는지 알 수가 없단 말이야, 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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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로그온티어 2018/10/05 09:49 # 답글

    (딴소리) 데드풀을 죽이고(?) 지구에 상륙한 심비오트라니
    그래도 유니버스랑 너무 엮다 실패했단 말은 없으니 그건 다행이네요

    그래서 개인적으로 데이빗 크로넨버그가 이 영화를 감독한다면 좋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었습니다. 폭력의 미학과 (기술이든 뭐든) 기계적으로 휘둘리는 인간이란 주제를 가장 잘 하는 사람이었으니까요. 이상하긴 하지만 지금의 맹탕보단 낫잖아요
  • 로그온티어 2018/10/05 09:55 #

    ...아 그러고 보니 얘네 제작자들, 영화가 데이빗 크로넨버그랑 존 카펜터 영화에 영향을 받았다고 이전에 언질 준적이 있었죠 (...)
  • CINEKOON 2018/10/14 13:55 #

    폭력과 육체의 결부라는 점에 있어서는 대런 아로노프스키도 지지 않을 것 같은데요. 실제로 울버린 프로젝트와 로보캅 프로젝트에 잠시나마 엮였던 적도 있고.
  • 로그온티어 2018/10/14 19:08 #

    아아 그것도 그렇군요. 그 분의 초기작들이 캐릭터가 자기 파괴적으로 흐르는 구조를 그린 적이 많았으니까요. 그 부분에서는 왠지 충격적인 한 방을 날려주실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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