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10/14 13:43

복수의 사도 극장전 (신작)


과거에 기깔나는 액션 영화를 한 편 찍었던 감독이라고 해서, 차기작까지 꼭 액션 영화여야 하는 것은 아니다. 허나 그 차기작에서 액션도 없는데 타 장르로써의 쾌감까지 별로 없다면 그건 그냥 문제인 것 아닌가.

스포는 조금.

예고편만 봤을 땐 재밌겠다 싶었지. 컬트 사이비 종교 집단과 그 광신도들로 가득 찬 괴상한 마을, 그리고 거기 숨어든 사내의 이야기라니. 예고편 정도의 기괴하고 소름끼치는 분위기만 본편에서 이어갔어도 중간은 갔을 것이다. 하지만 정작 기대했던 광기는 온데간데 없더라. 오히려 여기 마을 주민들 엄청 착하고 호의적이던데. 미쳐 날뛰는 광신도 파티원들 기대했는데 정작 목격한 건 RPG 게임에 흔히 등장하는 얌전한 NPC들 뿐이었다.

컬트 집단의 구심점이라고 할 수 있을 교주와 그 측근들 캐릭터가 너무 약하다. 소위 말해 카리스마 전무. 마이클 쉰이 연기하는 교주는 뭔가 있어보이는가 하더니 결국 아무 것도 없는 핫바지였고, 오히려 그 오른팔이었던 칼잡이가 득세하나 싶었으나 말많은 악당의 클리셰를 끝내 이기지 못하고 리타이어. 왼팔이었던 프랭크는 또 너무 유약한 인간이었고.

동네 어린 소년 포지션으로 등장해 피온이라는 소녀와 연애 플래그를 세우던 제레미. 어째 초반부터 사망 플래그를 착실히 세운다 싶더니 결국 영화 내 가장 잔인하게 끔살. 이 정도면 거의 선무당급으로 인물들 생사가 눈에 다 보이더라.

중반부부터 갑툭튀한 <사일런트 힐>의 피라미드 짝퉁과 숲 속의 마녀. 에라이, 그냥 광신도 집단에 대한 이야기인 줄 알았는데 또 판타지를 끼얹네. 그게 꼭 안 된다는 건 아니지만 적어도 이런 걸 집어 넣으려면 최소한 이게 뭔지 설명하려는 노력이라도 하라고! 또 <서던 리치> 느낌이네.

공간적 분위기는 참 잘 살렸고, 빌드업도 어느 정도 착실히 했건만 결국 또 선문답으로 끝내버린 무책임 영화. 가렛 에반스 이럴 거면 그냥 <레이드> 3편으로 돌아오던지, 아니면 그냥 또 쌈박한 액션 영화 하나 더 찍어주던지 해라.

뱀발 - 신분을 숨기고 몰래 들어온 컨셉이라기엔 주인공이 너무 일코 못하더라. 주구장창 죽상으로 일관하고 있으니 내가 교주였다면 가장 먼저 조졌을 듯.
뱀발 2 - 아니 근데, 주인공은 쫓기고 있는 입장이었는데 왜 갑자기 제레미 마을로 끌려갈 때 따라가는 거야? 따라가면 너도 ㅈ된다는 거 모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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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로그온티어 2018/10/14 19:23 # 답글

    안돼. 가렛 에반스가 레이드를 안 찍고 여기서 이러고 있었다고. 안돼에에에에에.

    일단 직접 봐야 겠군요. 설정과 감독 성향만 보면 기대되는 상상이 팍 튀어 나오거든요. 설정이 티모 타잔토와 공동감독으로 만든 Safe Haven같기도 해서, 정말 대놓고 정신없는 호러 영화나 [레지던트 이블]의 정신적 후속작이 나올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근데 장르적으로 노잼이라니.

    근데 뭔가 되게 재밌네요. 호러/스릴러를 감독하던 티모 타잔토가 액션 영화를 만들고, 가렛 에반스가 호러/스릴러 영화를 만들다니. 그래도 [헤드샷]은 꽤 괜찮았는데...
  • CINEKOON 2018/10/23 14:22 #

    <레지던트 이블> 시리즈보다는 <사일런트 힐> 시리즈스러운 부분들이 좀 더 많은 것 같긴해요. 근데 일단 장르적으로 봤을 땐 이 장르 저 장르 다 조금씩만 건드리다 마는 느낌이라...
  • 로그온티어 2018/10/23 14:33 #

    혹시 VHS2의 세이프 헤이븐 세그먼트를 보셨나요? 아마도 그게 이 영화에서 실망스러웠던 것을 채울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요.
  • CINEKOON 2018/10/23 14:46 #

    보지는 못하고 풍문으로 접했던 작품이네요. 근데 제가 의외로 호러를 잘 못 봐서... ㅎ
  • 로그온티어 2018/10/23 15:04 #

    호러를 잘 못 보신다구요? 히히히히히(?) 츄라이츄라이 (음흉)

    ...이상한 소리는 그만두고 진짜 말하자면, 제 경우에, 거기서 많은 인상을 받았습니다. 그걸 보고나서 후유증이 너무 쎄서, 한동안은 (사실 지금까지도) 보통의 호러에서 감각을 느끼지 못할 정도로 그게 너무 강렬했습니다. 호러와 고어에 면역이 없어서 보고나서 몸살에 걸릴 지라도 영화매니아라면 한 번쯤은 볼 만한 작품이라 생각해요. (옆구리를 툭툭 찌름) 정확히는 걸려볼 만한 병이라고 해야겠죠.

    시네쿤님이 멘붕하는 걸 보고 싶어서 절대 이렇게 권유하는 게 아닙니다.
  • CINEKOON 2018/10/24 16:26 #

    굳이 괄호 안의 내용을 안 쓰셔도 충분히 음흉함이 느껴지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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