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10/15 21:16

스타 이즈 본 극장전 (신작)


세번째 리메이크이니, 'a star is born'이라는 제목을 가진 영화만 벌써 네 편이 된다. 이 정도면 이게 시대가 변화할 때마다 리메이크 될만한 이야기인지 그 가치를 따져보게 되는데, 그렇게 굳이 따지고 보면 사실 고전적이다 못해 좀 촌스러운 부분도 보이는 거지. 예를 들면 영화의 결말부, 모든 것이 다 그렇게 되어버린 이후에도 굳이 자신의 처녀적 성씨를 고집하는 것이 아닌 남편의 성으로 무대에 오르는 주인공의 모습이라던지 말이다. 결국엔 그 때 그 때의 시대성을 반영하기엔 어려운 이야기. 아니, 그런데도 왜 계속 만들어지냐고? 이야기 자체가 너무 고전적으로 재밌거든!


세 번째 리메이크인데 스포가 신경 쓰인다면 할 말은 없습니다만.


재미 없을래야 재미 없을 수 없는 이야기가 두 개나 붙어있는 셈이다. 재능은 있었지만 그것을 꽃 피우지 못하고 있던 인물이 연인을 만나 변화되는 이른바 신데렐라 스토리와, 스스로 때문이든 남들 때문이든 높은 곳에 머물다 바닥으로 끝없이 몰락하는 비극적 이야기까지. 이 두 개는 연출을 구리게 하지 않은 이상 기본적인 재미를 줄 수 밖에 없다. 근데 이 두 개가 짬짜면 마냥 붙어 있으니 어찌 재미있지 않을리가.

영화가 성실하다. 고전의 풍미를 그대로 옮기려는 감독의 욕망이 느껴진다고 해야하나. 영화 내에서 끊임없이 유튜브와 SNL 등 21세기 현재의 부산물들이 등장 하는데도 굉장히 오래 전 영화처럼 느껴진다. 오프닝 타이틀도 그렇고, 두 주인공에게 끊임없이 부여되는 클로즈업도 그렇고. 말그대로 브래들리 쿠퍼와 레이디 가가라는 두 스타를 최대한, 그리고 집요하게 보여주는 영화라 하겠다.

이야기 자체도 고전적인데 연출적 스타일도 고전적이라 지루할만 하다. 하지만 본인이 '음악 영화'라는 걸 또 잊지는 않는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레이디 가가까지 모셔온 영화이니만큼 듣는 맛과 더불어 퍼포먼스를 보는 맛까지 확실하다. 레이디 가가 팬들에겐 훗날 거의 경전이 되지 않을까 싶다.

레이디 가가 이야기가 나왔으니 먼저 언급하면, 연기 잘 하더라. 어디서 주워 듣기로는 팝스타가 되기 이전에 연기를 배웠다고는 하더라. 하지만 그래도 이 정도로 잘할 줄이야. 물론 수 많은 뮤직 비디오와 광고 촬영으로 단련되어 있으니 카메라 앞에 서는 것이 아주 처음은 아니겠지만, 그래도 다른 물에서 놀다 어설프게 옮겨온 뜨내기 처럼 보이지는 않는다. 오히려 그 이상이다. 클로즈업을 이렇게 잘 따먹는데 팝스타고 나발이고 그게 다 무슨 소용이야. 영화 보는 두 시간 내내 레이디 가가가 안 느껴졌다. 그냥 내가 잘 모르는, 근데 연기는 허벌나게 잘하는 신인 배우 보는 느낌이었음.

브래들리 쿠퍼 역시도 연기 대단한데, 재밌는 건 감독으로서의 욕심은 스스럼없이 드러냈으면서 배우로서의 욕심은 조금 내려놨다는 것이다. 막말로 결말부 자살하는 장면에서는 결심 직전의 인물에게 클로즈업 한 두 개 정도는 부여해줄 수 있잖아? 근데 감독으로서의 브래들리 쿠퍼가 그걸 막은 느낌이다. 그리고 보란듯이 성공. 얼굴 표정 하나 안 드러나는데 인물의 고민과 격정적인 감정이 다 느껴졌다면 그걸로 된 거 아닌가.

예술이란 건 영원하니까, 어쩌면 예술가들도 불멸이다. 비록 자살로 생을 마감 했으나 또다른 예비 예술가를 어둠에서 끌어올려 꽃피우게 도와주었다면 그건 그거대로 된 거 아닌가- 라는 낙관적인 생각으로 마무리를 하고 싶지만... 시바 그래도 살아야지. 살아내야지. 그래서 그 남자의 모습이 더 섧다. 이복형제에게 남부끄러운 말을 남기고 떠난 그 남자의 모습이 더 섧다.

근데 그건 그거고. 브래들리 쿠퍼 뺨다구를 후리고 싶다. 아무리 클린트 이스트우드에게 사사받았단한들 이 정도로 잘해내면 어쩌란 말인가, 그것도 첫 영화에서! 하여간에 연출 잘하는 놈들은 다 뺨다구 후려야돼.

핑백

  • DID U MISS ME ? : 보헤미안 랩소디 2018-11-11 12:46:03 #

    ... 볼 수 있었던 분위기의 유머도 중간 중간 튀어나와 좋았고. 예술가에게 있어 결핍이란 도대체 무엇일까- 하는 생각도 든다. 최근 비슷한 영화였던 <스타 이즈 본>에서의 브래들리 쿠퍼 캐릭터도 그랬잖아. 돈과 명예에 사랑까지 모든 걸 다 이루었는데도 어렸을 때 느꼈던 근본적 결핍 때문에 결국 파국을 맞지 않나 ... more

  • DID U MISS ME ? : 2019 아카데미 시상식 소회 2019-02-25 23:12:08 #

    ... ;이 가져갔네. <레디 플레이어 원>이나 좀 챙겨주지. 13.주제가상은 <블랙 팬서>가 받을 줄 알았는데 이거라도 <스타 이즈 본>이 받아서 다행. 레이디 가가랑 브래들리 쿠퍼는 이 노래 부를 때마다 눈빛이 참 대단. 14.하여간 이번 시상식은 유독 말이 많았었는데 나름대로는 ... more

덧글

  • 로그온티어 2018/10/15 22:44 # 답글

    오오 궁금하군요. 헐리웃 배우가 감독한 영화들은 정말 끝내주게 좋진 않지만, 인상적인 영화가 몇 개 있어서 흥미롭거든요. 가가 연기 잘한다는 소리는 AHS때 들어보긴 했지만, 방금 트레일러 보니 진짜 땅기네요;; 포스터 보고 그냥 또 음악영화구만 했는데...
  • CINEKOON 2018/10/23 14:23 #

    음악영화로써 <비긴 어게인>이나 <라라랜드>처럼 좋은 '음악'들이 많이 나오긴 하지만, 결국 영화를 다 보고나면 그 음악들 보다도 배우들의 얼굴 표정이 오롯하게 남는단 점에선 그냥 일반적인 음악영화로 치부하기가 어렵네요. 배우 출신 감독이라 그런지 근래 본 영화 중 가장 주연 배우들의 표정을 조심스럽게 잘 담아낸 영화였습니다.
댓글 입력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