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10/22 15:33

퍼스트맨 극장전 (신작)


열 길 물 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고 했다. 무한한 확장성의 우주 공간만큼이나 드넓고 헤아리기 어려운 게 또 사람의 마음 아니겠나. 데미언 셔젤의 <퍼스트맨>은 비록 우주 영화의 탈을 쓰고 있지만 그 한 길 사람 속을 더 깊숙하게 보여주려는 영화다.

스포일러를 피하고 싶다면 아폴로 계획과 미국의 달 착륙에 대해서 아예 몰라야 하는데 그게 가능할런지.

그런 생각을 먼저 해봤다. 대체 셔젤은 왜 <라라랜드>의 차기작으로 <퍼스트맨>을 선택한 것일까. 어디선가 주워 듣기로는 <라라랜드>의 프로덕션이 진행되고 있던 때에 이미 스튜디오와 당 영화에 대해 계약을 했다고 한다. 그 때 라이언 고슬링에게도 캐스팅 언질을 줬었다고. 근데 그런 게 궁금한 게 아니라... <위플래시>와 <라라랜드> 같은 음악 영화를 찍으며 승승장구하던 사람이 대체 왜 아폴로 계획에 매료 되었냐는 거지. 물론 음악 영화만 찍던 사람이라고 해서 평생 음악 영화만 만들어야 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그냥 궁금하다고. 감독이 이 시나리오를 주도적으로 선택한 거라면 그 의도가 궁금하고, 이 시나리오를 보고 제작자가 셔젤을 간택했다면 그 제작자의 의도가 궁금했다. 전작들과 전혀 달라 보이는 이 영화를 대체 왜 선택한 것일까.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우주의 광활한 스펙터클을 보여주려는 영화는 결코 아녔다고. 달이라는 공간에 도달하기 위해 벌어지는 일련의 사건들을 통해, 실존했던 한 인물의 내면을 오롯이 보여주려 했던 영화라고. 그래서 이 영화에서 감독이 가장 힘쓰고 공들였던 부분은, 후반부 주인공인 닐 암스트롱이 달에 도착한 이후 벌어지는 플래시백일 거라고.

까놓고 말하면 실패했다고 본다. 그 시도가 성공했었다면, 달에 도착한 닐 암스트롱이 죽은 딸의 팔찌를 꺼내며 벌어지는 일련의 플래시백 장면에서 나는 감동 했었어야 했다. 하지만 감독의 의도가 느껴졌을 뿐, 결국 감동 하지는 못했다. 이유를 생각해보면 결국 하나다. 죽은 딸의 이야기와 달에 도달하려는 주인공의 집착이 훌륭하게 싱크로나이즈 되지 못했다. 닐 암스트롱이라는 개인의 인간 드라마와, 달에 가려는 기술적 스펙터클이 동기화 되지 못했다는 거다.

영화 전반에 걸쳐 주인공의 심각한 트라우마로 기인하는 딸의 죽음은 존재감이 크지 못하다. 물론 중간 중간 언급되고 명시 되기는 하지만, 그 죽은 딸의 그림자가 영화 전체를 드리우지는 못한단 소리다. 그저 영화 초반의 짧은 묘사와 장례식 장면, 그리고 한 번의 환각 장면이 전부다. 후반부 그 플래시백이 먹혔으려면 죽은 딸에 대한 묘사가 더 많았어야 하고, 그 죽은 딸 때문에 괴로워하는 닐 암스트롱의 모습이 더 설명 되었어야 하며, 결국 달에 집착하는 닐 암스트롱의 모습에 개연성을 부여하기 위해 '달=딸'의 은유가 성립 했어야 한다. 달에 도달하는 것이 결국 트라우마를 극복하고 죽은 딸에게 도달하는 것임을 각인 시켰어야 했다. 근데 이 부분에서 큰 실패를 했다고, 나는 생각한다.

때문에 결국 후반부 그 중요한 방점에서는 끝내 감동하지 못했고, 결국 감동을 받지 못하니 달에 도달하기까지의 과정이 지지부진하고 지루해졌다. 더구나 간절히 달에 가고자 하는 주인공의 맹목적인 목표에 감응하지 못했기 때문에 감정 이입하기도 힘들었다. 진짜 솔직히 말하면 주인공 면상 한 대 치고 싶더라. 딸이 죽었다고는 하지만 뭐 그 딴 태도가 다 있냐. 최악의 남편에 최악의 동료라고 생각한다. 내가 상처 입었다고 다른 사람들에게 상처를 줘도 되는 것은 아니지 않나.

내가 가공할 우주 덕후는 아니기 때문에 고증 면에서 얼마나 완벽 했는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일개 관객으로서 보기엔 충분히 훌륭했다고 생각한다. 무엇보다 광활한 우주 공간을 주 배경으로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시종일관 달그락 거리며 사람을 불안하게 만드는 60년대 그 시절의 우주선 내부를 훌륭하게 묘사하고 비춰줘서 좀 특별하게 느껴지긴 하더라. 평생 살아도 못 타볼 우주선을 한 번 타 본 기분이랄까. 적당한 폐소공포증도 불러일으켜서 좋았고. 근데 타고 가던 자동차에서도 사소한 딸깍 소리가 반복되면 불안하기 마련인데, 다른 곳도 아니고 우주 가는 왕복선 여기저기서 시종일관 달그락 소리가 나니 얼마나 불안하던지. 고장 나기 직전인 경운기를 타고 아우토반에 진입한 기분이랄까.

데미언 셔젤이 필모그래피를 이어오며 반복되던 주제가 여지없이 발휘된 영화이긴 하다. 주인공의 목표를 향한 맹목성 때문에 희생되거나 파국을 맞는 주변 인물들의 모습을 보여준다는 점이 그렇다. <위플래시>에서는 최고의 드러머가 되기 위해 주인공이 여자친구에게 이별을 통보하고, <라라랜드>에서는 서로의 꿈을 위해 남자와 여자가 헤어진다. 물론 <퍼스트맨>에서는 그 정도의 파국까지 보여주지 않는다. 하지만 내가 알기론 닐 암스트롱이랑 그 아내였던 자넷 암스트롱 결국 이혼하거든. 그 부분까지 비춰주지 않아서 이건 뭐 다행이라고 해야하나.

뱀발 - 인간 드라마와 우주의 SF적 스펙터클을 훌륭하게 결합시킨 영화를 이미 우린 하나 가지고 있다. 그 영화에 비하면 당 영화는 너무 그걸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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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지나가다 2018/10/24 13:48 # 삭제 답글

    영화 개봉에 맞춰 원작? 인 닐 암스트롱 전기도 같은 제목으로 국내 출간되었는데 거기를 보면 영화에서 그린 암스트롱은 실제 인물하고 너무 동떨어져 있더라구요. 팔찌 에피소드도 사실이 아니라 하고....
  • CINEKOON 2018/10/24 16:27 #

    그건 아니라고 들었어요. 뭐, 영화인데 어느 정도 극화해도 상관없죠. 다만 그럴 거면 일단 기본적인 영화적 재미가 있어야 한다는 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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