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10/28 12:50

데스 위시 극장전 (신작)


미국의 자경 문화 내지는 자경단 정신에 대한 간략한 고찰. 그러면 둘 중 하나의 스탠스를 취했어야 하지 않나. 자경단에 대한 과감한 옹호까지는 못하더라도 최소한 자경단의 쾌감을 전달해주던가, 아니면 완전히 그 반대편에 서서 사법체계를 무시한 자경 정신 자체를 싸잡아 까던가. 영화는 그 둘 중 무엇도 온전히 하지 못한채 갈팡질팡한다.


스포 위시!


허망하게 아내를 보낸 주인공의 모습을 통해 총기 규제에 대한 목소리를 높이려는 것인가 싶다가도, 주인공이 총포상에 들어서 총기 훈련을 받아 범죄를 소탕하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이건 또 총기 소유 옹호론자의 영화인가 싶기도 하고. 아니, 자경단 정신을 까려는 게 아니다. 애초에 수퍼히어로 장르도 자경단 정신에 기초한 장르 아닌가. 난 수퍼히어로 영화들 좋아하거든. 심지어 그 쪽 방면에서 극단까지 보여주는 타란티노 영화들도 엄청 좋아한다. 그러니까 할 거면 그냥 쾌감 폭발로 만들던가 했어야지, 지금 버전은 너무 이도저도 아니다.

엔딩 크레딧을 제외하면 한 시간 반 정도의 런닝타임을 가지는 것 같은데, 짧은 영화인데다 기초 설정까지 너무 뻔한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전개가 너무 느리다. 아, 안다고. 아내랑 딸 죽거나 엄청 다칠 거 다 안다고. 그리고 그거에 빡돌아서 복수 나설 것 다 안다고. 그러니까 그냥 빨리 빨리 좀 가면 안 될까.

사실 자경단에 대한 일종의 로망?도 있고, 그 쾌감에도 열렬히 순응하는 편이다. 하지만 한 명의 자경행위로 인해 발생되는 모방 자경단들의 피해와 사회 전체의 무법화?를 또 따지자면 여러모로 위험한 발상인 건 맞지. 그럼 주인공도 그에 대응해 잃는 것이 더 있었어야 했다. 아내를 잃지 않았느냐고? 그건 자경 행위를 하기 이전이잖아. 자경 행위를 함으로 인해서 발생하는 또다른 희생이 있었어야 했다는 거지. 나는 그게 주인공의 동생이 될 줄 알았는데 아니더라. 아니, 빈센트 도노프리오 씩이나 캐스팅 해놓고 진짜 꿰다놓은 보릿자루처럼 쓴다. 킹핀의 아우라가 남아 있는 건지 영화 전체의 최종 흑막인가 싶다가도 아니고, 그렇다고 후반부에 형을 위해 과감한 희생을 하나 싶었는데 그것도 아니다. 이쯤되면 영화 전체의 컨셉이 맹탕인 건지 의심스러워진다.

액션 자체의 분량도 많지 않고, 꽤 그럴 듯한 스펙터클도 없다. 브루스 윌리스도 이제 나이가 들었으니 어쩔 수 없지. 하지만 그런 약점이 눈에 보였다면 최소한 브루스 윌리스를 캐스팅 하지 말던가, 아니면 그 외의 메시지를 확실히 전하던가. 결국 영화는 그 어느 것도 제대로 해내지 못하게 되었다.

일라이 로스 영화는 처음인데 대체 왜 유명한 건지 모르겠네.

덧글

  • virustotal 2018/10/28 16:01 # 답글

    힘 없는 정의는 무능이고, 정의 없는 힘은 폭력이다- 블레즈 파스칼

    - 블레즈 파스칼 어록 中 -

    자신을 선인이라 생각하기 때문에 때때로 죄를 범하는 사람이 있다.

    그러나 자신을 악인이라 생각하기 때문에 마음문을 진정으로 열고 회개해서 하나님의 나라에 들어가는 사람도 있다.

    스스로 자기 자신을 선인이라 생각하고, 자기가 하는 일을 바르다고 생각하는 때일수록 더욱 깊게 반성해보아야 한다.



    원문을 찾긴 어렵고 이런글들은 오역이나 가짜도 많은데

    대충 안봐도 이런 어록이 생각나죠
  • CINEKOON 2018/10/29 14:25 #

    힘 있는 정의, 정의 있는 힘의 모습을 보여주었어야 했는데, 아니 뭐 독학 수능 만점생도 아니고 도시 외곽 가서 혼자 총 좀 쐈다고 절대 고수가 되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이뭐병...
  • 로그온티어 2018/10/28 18:57 # 답글

    솔직히 저는 이 작품이 킥애스에서 아쉬웠던 부분을 채워줄 줄 알았습니다. 킥애스 영화판은 원작에 비해서 찌질함과 지독함이 덜했거든요. 그 맛에 원작을 봤는데.

    개인적으로 이 작품은 복수극이 메인퀘스트가 되되, 주변인물 돕는 건 사이드 퀘스트였어야 한다고 봅니다. 물론 그렇게 흘러가고 있기는 하죠. 하지만 초장부터 가족을 조진 인물 쫓겠다는 인물이 주변 범죄 조지는 것에 신경쓰다니! 그건 나중에 여유있을 때 하지.

    다만 후반의 컨셉은 좋았습니다. 초장에 나오는 강도들이 레벨20이고, 주인공이 레벨1이라면, 나중에 주인공은 빌트업을 통해 레벨 40이 된 상태가 되고, 강도들이 또 이 녀석은 레벨1이겠지 라며 멋모르고 덤비다 처참하게 발리는 거요. 다만 컨셉만 좋았죠. 주인공이 우여곡절 끝에 레벨업하는 과정을 더 보여줬다면 이건 정말 신랄하게 재밌었을텐데... 심지어 일라이로스 특유의 고어도 섞였어야 하는데...
  • 로그온티어 2018/10/28 18:53 #

    아 추가로 그린인페르노 보세요
    호러영화 못보시는 건 아는데 꼭 보세요 이히히힠

    ...그린 인페르노가 자연주의자를 격렬하게 까는 성향이었음을 기억해보면, 데스 위시가 자경단물 까기가 될 가능성이 높았긴 하네요. 그러진 않았지만;
  • 로그온티어 2018/10/28 19:00 #

    근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데스 위시의 명장면을 브루스 윌리스가 재현하는 씬은 감동이 왔습니다. 원작의 오버랩, 시공간의 결합 그딴 것은 집어치우고, 존 맥클레인의 투덜거림보다는 진정으로 악당 조지기를 즐기는 Badass한 캐릭터가 완성되는 느낌이었거든요. 그래서 전 이 영화가 2편 나오길 희망합니다. 거기서는 퍼니셔2처럼 좀 지독해지기를 바라면서요.
  • CINEKOON 2018/10/29 14:26 #

    전 원작의 비린 맛까진 살리지 못했더라도 매튜 본의 <킥애스>를 무척이나 좋아한답니다. 속편도 나름 애정하고요. 다만 로그온티어님 말씀대로 이 영화는 좀 갈데까지 갔어야 했어요. 그리고 무슨 만렙건맨이 되었다고해서 다른 사람들이 당하는 범죄를 소탕하고자 하는 모습은... 일단 자기 복수 먼저 진행하다가 휘말리는 식으로 자경단 행위를 시작했어야 하는 거 아니었을까요.
  • CINEKOON 2018/10/29 14:27 #

    그리고 그린 인페르노를 추천하시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로그온티어님이야 말로 진정한 제 귓속 사탄이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드네요... 못 보는 거 잘 아시면서...
  • Nachito volando 2018/10/29 11:02 # 답글

    원작 시리즈를 보시는 것이 좋겠습니다.. 브루스 윌리스가 아까운 리메이크였습니다
  • CINEKOON 2018/10/29 14:28 #

    찾아보니 원작의 주인공은 무려 찰스 브론슨(!)이군요.
  • Nachito volando 2018/10/31 16:48 #

    보실 수 있음 보셔요. 속이 후련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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