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11/10 14:50

할로윈 극장전 (신작)


웃기는 소리지만 난 공포 영화를 정말로 잘 못 본다. 겁이 많아서 그런 것도 있고, 그냥 다른 볼만한 좋은 영화들이 널렸는데 굳이 내가 보기 힘든 그 종류의 것들까지 굳이 섭렵해야할까 싶기도 해서. 근데 또 웃긴 게 막상 존나 잘 만들었다고 소문난 공포 영화들 보면 또 구미가 당긴단 말이야. 그래서 봤던 게 작년의 <겟 아웃><그것>이었지. 하여튼 이번 <할로윈>도 부산국제영화제 때부터 난리더니 결국 북미 박스오피스를 제대로 강타했다 하여 결국 보게 된 케이스다. 흥행도 흥행이지만 평가가 너무 좋았잖아. 그래서 봤는데. 결국 봤는데. 결과론적으로는 그 모든 게 다 추억팔이빨 거품 아니었나 싶다.


모든 스포일러는 여기서부터 시작된다!


뜬금없지만 <블랙 팬서><창궐> 때 했던 비판 지점과 겹치는 부분이 크다. 수퍼히어로 장르든, 좀비 호러 장르든 메시지를 넣는 것 자체는 환영할 만한 일이다. 실제로 그 장르의 걸작들 보면 그런 걸 꽤 잘 해낸 작품들이 또 많고. <블랙 팬서>가 아프리칸 아메리칸으로서 흑인들의 정체성을 담고, <창궐>이 민중이 바로서야 왕도 바로 설 수 있다는 민중친화 혁명적 메시지를 담아낸 것도 좋다. 하지만 근본적인 문제는, 그 영화들이 장르 영화들이란 것이다. 함의? 있으면 좋지. 하지만 적어도 장르 영화에서는 함의보다 쾌감이 우선이란 소리다. 수퍼히어로 장르로써의 재미와 좀비 호러 장르로써의 재미가 선행되지 못한다면 그 뒤에 따라오는 메시지도 힘을 잃기 마련이니까.

<할로윈>도 마찬가지인데, 공포 영화로써는 매우 치욕적인 평가겠지만... 더럽게 안 무섭다. 그게 팩트다. 겁쟁이에 공포 영화 비겁자인 내가 영화 처음부터 끝까지 두 눈 시퍼렇게 뜨고 당당히 볼 수 있을 정도였다면 설명이 될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그런 소문이 났었지, 초반부 화장실에서 아가리 옥수수 터는 장면 정말 호러블했다고. 그래서 그 부분에선 좀 긴장하긴 했었다. 근데 이게 뭐야. 난 또 옥수수 턴다길래 <업그레이드>에서 봤던 고어 묘사보다 더 한 것들이 나올 줄 알았는데 정작 나온 건 이미 턴 옥수수를 뿌려대는 정도. 거기서부터 직감했지. 아니, 이게 이 영화에서 제일 무서운 장면이라던데 이 정도라고?

해당 장르의 원조격인 이야기들이 21세기 들어와 뒤늦게 리메이크되는 일의 난점을 잘 알고 있다. <존 카터 - 바숨 전쟁의 서막>이 딱 그랬지. 사실 그 영화의 원작이 되는 이야기도 모든 모험물들의 조상격인 부분이 있었는데 정작 리메이크가 늦다 보니 그 후발주자들에 의해 이미 단련된 현대 관객들에겐 오히려 식상한 이야기로 다가왔다는 그 난점. <할로윈>도 첫 편이 제작 되었을 당시엔 무척이나 혁명적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슬래셔 장르는 그 뒤로 많은 진화를 이뤄왔고, 현대의 관객들에겐 어느덧 당연한 것이 되었다. 그런 상황 속에서 이 영화가 튀어 나와봤자...... 우리는 이미 제이슨도 봤고 프레디도 본데다가 처키나 직쏘 같은 돌아이들도 우리들에겐 충분하지 않은가. 이제와서 마이클 마이어스가 우리에게 소비되기엔 좀 늦은 감이 있다는 거다.

그러나 슬래셔 장르의 고전 클리셰라고 할 수 있는 '파이널 걸'의 존재를 비튼 부분은 재미있다. 그것도 상징적 존재인 제이미 리 커티스를 복귀 시켜다가 그녀를 중심으로 한 여성 연대를 만든 것도 좋다. 요즘처럼 젠더 이슈가 커지고 페미니즘이 큰 사회적 화제로 대두되는 상황 속에서 아주 좋은 선택이다. 여성 캐릭터들이 더이상 비명이나 지르면서 도망칠 이유가 없다. 남성처럼, 아니 어쩌면 남성 보다 훨씬 더 강력하고 준비된 모습으로 사이코패스 연쇄 살인마에게 맞서는 것이 이제는 당연하게 느껴지지 않나. 그 부분에서는 합격점이다. 

하지만 아까도 이야기했듯이, 장르 영화에서는 함의보다 쾌감이 우선되어야만 한다. 여성 연대 세우고 백 날 강조하면 뭐해. 일단 공포 영화가 더럽게 안 무서운데. 더럽게 무서운 다음에 여성 연대를 강조해도 늦지 않았을 것이다. 왜 안 무서울까 생각해봤는데,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갑툭튀 연출의 실패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스릴을 느끼려면 살인마를 꽁꽁 숨겨두었다가 예상치 못한 시점에 큰 소리와 함께 등장시켜야 하는데, 이 영화는 후반부가 되기 전까지 마이클 마이어스의 시점으로 진행되는 부분이 많다보니 프레임 내에 그가 많이 잡힌다. 대표적인 게 집에서 통화하던 여자를 죽이는 장면인데, 여자의 뒤 저 멀리에서 마이클 마이어스가 다가오는 걸 관객들은 뻔히 보고 있으니 별로 안 무서운 거다. 그럴 경우엔 서스펜스라도 느껴져야 하는데 별로 그럴 여지도 없었던 것 같음.

재밌는 부분 몇가지. 다른 슬래셔 장르의 연쇄 살인마들과는 다르게 동네 친화적인? 살인마 마이클 마이어스의 면모. 차 타고 가는데 '어! 저기 마이클 마이어스다!'라고 할 수 있는 그 동네의 패기가 재미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마이클 마이어스 좀 귀여운 것 같지 않냐. 

아, 내가 40년 동안 한 연쇄 살인마와 대적할 준비를 한 사람이라면 적어도 요새화 시켜둔 그 집 옷장들에다가 여닫이 문을 달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렇게 당하고도 그 생각을 못 했을까, 그녀는.

덧글

  • 로그온티어 2018/11/10 19:07 # 답글

    저는 제이슨을 좋아합니다. 제이슨 귀엽습니다. 제 마음 속에 살인마는 제이슨 뿐이에요. 어머니에게 효도하는 마음으로 살인을 저지르는 삼강오륜 정신이 한국 정서에 맞는 살인마이기도 하죠. 마이클 마이어스요? 난 걔가 어디가 귀여운 지 모르겠던데. (???)
  • CINEKOON 2018/11/13 19:07 #

    불타는 집에 갇혀 우두커니 서서 주인공들 바라보는 게 귀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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