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11/11 12:46

보헤미안 랩소디 극장전 (신작)


가장 신경 쓰였던 부분은 감독 교체다. 애초에 요즈음의 브라이언 싱어도 별로인데 심지어 축구선수 후반 추가시간 교체 마냥 경질되고 바톤 넘겼잖아. 그렇게 연출권 넘겨 받은 사람이 덱스터 플레쳐인데, 이 양반이 만들었던 <독수리 에디>도 실존 인물 전기 영화였으나 그저 그랬거든. 때문에 그런 감독 교체로 인한 불균질함이 가장 눈에 띄지 않을까- 하는 걱정을 보기 전부터 했었다.

근데 그 딴 거 1도 없음. 비율로 따졌을 때 덱스터 플레쳐가 총 몇 퍼센트의 분량을 연출한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대략 2주 분량 정도뿐이었다고 하니 어쩌면 당연한 것이었겠다. 그러나 그런 거 다 떠나서 그냥 영화 전체가 고른 느낌이 먼저다. 브라이언 싱어로서는 소수자를 다뤘다는 소재적 공통점만 제외하면 기존 필모그래피에서 가장 이질적인 작품 중 하나가 아닐까. 서스펜스로 촉발되는 반전이 중요한 영화도 아니고, 그렇다고 스펙터클한 액션이 강조되는 영화는 더더욱 아니니까사실 액션도 잘 못 찍지만

중간 중간에 좀 헐거워지는 부분도 있고, 쓸데없는 묘사에 집착한다는 느낌도 들긴 하지만 전체적으로 놀랍도록 준수하다. 결말부 라이브 에이드 장면이 대략 20분 정도니까, 그 부분 빼면 영화 전체의 서사는 딱 두 시간 정도라는 건데 꽤 잘 해냈다는 생각. 밴드로부터 솔로 독립을 한 프레디 머큐리의 모습을 보여주는 부분이 실질적으로 그리 길지 않음에도, 그 순간들에 그가 느꼈을 외로움과 고립감이 관객에게 오롯이 전해진다는 건 그만큼 연출이 안정적이었다는 반증이다. 중후기 싱어 영화 치고 초기 작품들에서 볼 수 있었던 분위기의 유머도 중간 중간 튀어나와 좋았고. 

예술가에게 있어 결핍이란 도대체 무엇일까- 하는 생각도 든다. 최근 비슷한 영화였던 <스타 이즈 본>에서의 브래들리 쿠퍼 캐릭터도 그랬잖아. 돈과 명예에 사랑까지 모든 걸 다 이루었는데도 어렸을 때 느꼈던 근본적 결핍 때문에 결국 파국을 맞지 않나. 딱 그거 하나 때문이다. 영화에서 직접적으로 설명해주진 않지만 대략적으로나마 희미하게 제시되었던 아버지와의 관계. 거기서 모든 문제는 다 터진 거다. 그게 마약과 알콜 중독까지 이르게 된 거지. 프레디 머큐리도 마찬가지 아니었을까 싶기도 하고. 외모 비하를 받았던 데다가 보수적인 부친과의 사이도 별로 좋지 않았고, 이민자 집안 출신이었던 동시에 게이였으니까. 그 모든 게 '결함'이었다는 건 결코 아니고, 다만 그 면들에 의해 타인에게 불합리한 이유로 고통받으며 고립 되었으니까. 근데 또, 그런 결핍이 없었더라면 그 정도의 경지에 오를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하여간 인생이란 건 염병할 아이러니다.

결말부 20분의 라이브 에이드 장면은 그냥 공연 실황 그 자체다. 그게 그린 스크린에 두른 CG 관객들이든 무엇이든 간에 그 많은 군중 앞에서 노래하고 연주하는 퀸의 모습은 그 자체로 스펙터클. 개인적으로는 'we will rock you'를 가장 좋아했기 때문에 거기서 한 번 쾅하고 터뜨려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들기는 하지만 이해한다. 중간에 한 번 나왔잖아. 그리고 그 타이밍이 맞지. 그 곡의 비하인드를 들려주어야 하는데. 두 번 반복하기는 힘들었을 거다.

라미 말렉은 <박물관이 살아있다> 시리즈를 통해 익숙한 얼굴인데 이렇게까지 연기를 잘 하는지는 몰랐다. 메리의 새 남자친구를 소개 받을 때 프레디 머큐리의 얼굴 클로즈업 쇼트가 하나 있는데, 오직 그 쇼트를 위해 살아오고 연기해온 사람 같이 느껴졌다. 

덧글

  • 포스21 2018/11/11 17:05 # 답글

    이거 보러 갈려는데 자꾸 미세먼지에 뭔가 시시 콜콜한 일들이 발목을 잡네요.
  • CINEKOON 2018/11/13 19:07 #

    MX관 적극 추천드립니다..
  • 로그온티어 2018/11/11 18:46 # 답글

    현재 다큐나 전기영화로 나오지 않았지만 인생사가 화려하고 재미났던 팝가수들이 있을까요?
  • CINEKOON 2018/11/13 19:08 #

    당연히 마이클 잭슨이 가장 최우선 순위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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