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11/25 12:37

사일런스, 2017 대여점 (구작)


비단 천주교나 기독교만의 문제가 아니다. 불교나 이슬람교 등의 다른 종교를 믿는 사람들에게 통용되는 문제. 심지어는 종교가 없는 무신론자들에게도 다가설 수 있는 문제. 물론 어느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 유신론자 내지는 종교인이라면 왜 절대자는 아무 말 또는 신호가 없는 것인지일테고 무신론자라면 자신이 믿는 주체, 예컨대 본인 스스로를 얼마나 믿을 수 있는가의 문제일테니까.


스포는 조금.


그러니까 신념과 믿음의 문제인데, 영화는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간다. 마음 속 깊이는 여전히 믿고 의지할 수 있겠으나, 스스로를 속이며 타인들에게 자신의 믿음을 져버리게끔 보이는 겉의 행위까지 할 수 있느냐. 이러면 또 이야기가 달라진다. 자신의 마음을 간절히 이어나갈 순 있겠으나 자신의 신념과 반하는 행위를 겉으로 할 수 있느냐 없느냐는 조금 다른 차원의 문제일 거거든. 

결말부, 영화는 결국 배교 하고야 마는 주인공의 모습을 보여준다. 하지만 마음 속으로는 여전히 깊게 간직한 믿음. 그럼 이 상황 속에서 그는 진정으로 배교한 것이라 볼 수 있을까. 더 많은 사람들, 더 많은 타인들을 살리기 위해 배교한 것이라면 그것이 진정한 배교라고 볼 수 있을까. 영화 속 일본인들의 말마따나, 그저 형식적인 배교인 것은 아닐까.

애초에 이 믿음이라는 것엔 형태가 없다- 이 말이다. 여러 종교들이 각자의 교리를 내세우며 저마다의 규칙을 만들어내긴 했지만, 근본적으로 믿음엔 형태가 없지 않은가. 그냥 믿으면 된다. 물론 그 믿음과 신념을 꺾지 않는다면 더 좋겠다. 허나 타인의 생명과 그들에 대한 사랑을 위해서라면 그 모든 걸 윤허하고 받아들이는 것도 다른 의미의 믿음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결론적으로는 결국 배교한 주인공이 좋았다는 소리다. 그리고 그가 옳았다고 믿는다. 내 비록 신을 믿진 않지만 그들이 이야기하는 신이 정말로 실존한다면, 그리고 그들이 말하는 것처럼 정말로 그 신이 인간들을 사랑한다면. 그 신은 그 모습을 보고 옳았다 할 것이라 생각한다. 영화 속에 나오는 내레이션처럼 이야기 했을 거라고 생각한다. 

말그대로 '침묵'을 강조하는 오프닝이 재미있다. '침묵' 그 자체를 어떻게 강조할 수 있을까. 그냥 미친듯이 시끄럽게 굴다가 일순간 조용해지면 된다. 집중력을 높이는 꽤 근사한 오프닝. 배우들 다 잘했지만, 아담 드라이버는 <깨어난 포스> 때문인지 영화 내내 뒷통수 때릴 것 같아서 조마조마 했는데 막판에 순교하더라. 하긴, 생각해보면 <패터슨> 같은 선한 영화들도 있었는데. 왜 이리 카일로 렌이 센 건지. 한 사람만 더 이야기하자면, 이노우에 수령을 연기한 이세이 오가타가 정말 대단하다. 첫 등장하는 순간 목소리 톤을 듣자마자 속으로 '캐스팅 잘했네'라는 생각을 했는데 후반부로 치달을 수록 그 생각에 확신이 더 해지더라. 

중반부 물웅덩이에 비친 예수의 모습은 좀 덜 직접적으로 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예고편에서는 진짜 좋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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