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11/25 12:50

툴리 극장전 (신작)


'부성'도 못지 않겠지만, '모성'이야말로 신성불가침의 영역 아닌가. 그걸 주제로 다뤄온 이야기들도 인류 역사를 통 틀어 후달리게 많고. 재밌는 건, 이야기를 짜는 사람들 입장에서도 그게 이젠 더 이상 신선하지 않은 주제란 걸 알고 있는 것 같다는 점이다. 물론 언제나 먹히지. 하지만 그 이상으로 넘어서려면 보다 현실적이고, 보다 비극적인 이야기를 다뤄야 한다. 기간을 좀 넓게 잡으면 최근 봉준호의 <마더>나 린 램지의 <케빈에 대하여>가 그런 영화들 아니었을까.


스포는 아주 아주 아주 미세.


제이슨 라이트먼의 <툴리>도 비슷한 기획처럼 보이긴 하지만, 이 영화에서 다루는 그 '비극'이라는 것이 지나치게 현실적이라 다른 영화들보다 더 무섭다. 아들을 위해 살인을 하거나, 살인마 아들을 키우는 모성의 비극은 비참하지만 지나치게 드라마틱하게 느껴져 살갗에 닿지 않는 반면, <툴리>는 '육아'라는 초현실적 비극을 관객들 앞에 그냥 던져 놓는다.

그래서 아직 갓난이인 셋째 아이 미아를 다루는 툴리의 몽타주 시퀀스는 귀여우면서도 끔찍하다. 늘상 수면 부족에 시달리고, 늘상 스트레스와 동반한다는 점보다, 항상 반복되는 그 고통이 그저 일상이라는 말로 치부되기 때문에 어디 하소연하거나 남들에게 생색 내기도 애매 하단 게 더 끔찍하다. 

제이슨 라이트먼은 지금까지 모두 어른들을 위한 현실적 동화를 만들어왔다고 생각한다. 그게 유난히 더 빛을 발했던 게 <주노>와 <인 디 에어>였는데, 개인적으로는 샤를리즈 테론이 나왔던 <영 어덜트>도 괜찮았고. 그 영화들 모두 중간의 어느 분기점에서 영화가 더 중요 해진다고 생각했었다. 근데 이 영화는 너무 잘 굴러가는 거야. 귀엽고 훈훈하게. 분명 후반부에 뭔가 있을텐데- 하는 생각으로 봤었다. 막 던져보면 야간 보모 툴리와 주인공인 마를로가 갑자기 엮이며 퀴어 영화로 빠진다거나...

근데 이게 뭐야. 중후반부에 대리 섹스? 비스무리한 장면이 나오길래 이 영화가 이렇게 개방적인 길을 가나 했다. 아니, 개방적이다못해 급진적이지. 그래서 어리둥절하고 있는데, 결국 후반부에 반전을 때린다. 아-, 이런 이야기였구나. 이런 이야기를 할 줄은 정말 몰랐는데.

다만 그 반전만으로 밀고 나갔다면 결국 또 하나의 '아, 우리 엄마에게도 인생이 있었지' 식의 이야기로 귀결되기 쉬웠을텐데, 결국 영화는 어머니가 겪는 일상의 평범성이 얼마나 위대한 것인지를 설파하는 것으로 마무리. 그것도 그것 나름대로는 뻔하지만, 그래도 전자보다는 나았다고 생각한다. 

샤를리즈 테론 진짜 대단하다. <영 어덜트>에서 진짜 한심한 모습이었었는데, 이 영화에서는 말그대로 일상에 찌들어 있네. 영화의 결말이 고단했을 그녀의 마음을 잘 알아주는 것 같아 고마웠다.

덧글

  • 로그온티어 2018/11/25 19:40 # 답글

    반전때문에 슬쩍 의문가는데, 일단 훈훈한 영화인건 맞지요?;;
  • CINEKOON 2018/11/26 19:19 #

    훈훈한 영화 맞아요. 반전도 나름 훈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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