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12/08 21:49

호두까기 인형과 4개의 왕국 극장전 (신작)


영화계 뿐만 아니라 방송업계와 각종 문화계 전반에 까지 그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는 디즈니 제국. 그런 디즈니도 가끔가다 자폭하는 것처럼 보이는 영화들을 세상에 내놓을 때가 있다. 당장 떠오르는 게 최근엔 <투모로우 랜드>가 그랬었지. 그리고 바로 이 영화도 마찬가지. 


스포는 미세.


전형적인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풍 이야기다. 모친 또는 부친으로부터 전해받은 미스테리를 품고 이세계에 떨어진 소녀의 좌충우돌 모험기. 그리고 그 모험은 그 이세계의 혁명과 계몽으로 이어질 것이 뻔할 뻔자. 그만큼 전형적인 이야기에 갇혀 있는 영화고, 그 틀에서 크게 벗어나기가 힘든 부분이 있기 때문에 다른 세부적 요소나 연출로 이를 타파해야 했다.

근데 영화가 그걸 못한다. 차라리 쌔끈하게 황홀한 이세계의 비주얼로 현혹 시켰어야지, 정작 영화는 그동안 우리가 보아왔던 수많은 차원의 이세계들의 하위호환에 불과하고, 디테일한 설정과 묘사는 거의 전무한 수준이다. 사탕공장 공장장 역할쯤 되는 키이라 나이틀리의 캐릭터는 왜 날개가 있는지 모르겠네. 그냥 단 것들은 죄다 날아다녀야 성에 차나 보다.

꽃의 왕국과 사탕 왕국, 얼음 왕국을 모두 설정해 놓고도 그 다채로움을 살리지 못하고 무너진다. 각 왕국의 백성들 디자인은 한심할 정도로 꼴사나움. 시발, 특히 얼음 왕국인지 눈송이 왕국인지 거기 백성들은 죄다 생김새가 전위적이더라. 친구하기 싫게 생김.

그나마 영화가 선택하는 한 방은 나름의 반전인데, 이것도 어느 정도 예상되는 지점이 있고 연말용 디즈니 영화인데 그럼 식스센스처럼 해줘야 하냐,  그 반전으로 인해 밝혀진 흑막의 목적성 역시 한심하다. 아니, 구체적으로 뭘하고 싶은지, 왜 하고 싶은지도 잘 모르겠음.

액션은 비웃음이 날 정도인데, 네 개 왕국의 운명이 풍전등화의 상태인데도 불구하고 그 시점에 맞서 싸울만한 핵심 인력은 결국 호두까기 인형 한 놈과 쥐뭉텅이까지 둘 뿐. 게다가 최종 흑막의 양철인형 군대는 수수깡인 줄 알았다. 연로한 헬렌 미렌과 머리에 피도 안 마르게 어린 메켄지 포이가 물렁펀치와 물렁킥 몇 번 날리면 허접하게 부서지고 망가지는 꼬락서니하고는.

디즈니가 지금까지 많은 '공주' 주인공들을 선보였음을 안다. 그리고 그 유산을 존중하고, 나 역시도 충분히 즐겼다. 하지만 시대가 시대이다 보니 조금의 변화는 필요한 시점이라고 생각한다. 요즈음의 디즈니도 그걸 알아챘는지 꽤 잘해왔고. 그런 시점에서 등장한 이 영화는 뜬금없이 전근대적인 부르주아 판타지다. 한 세계를 창조한 창조주의 권위는 그 혈통으로 인계되며, 왕족 교육을 못 받았음에도 등장하자마자 여기저기 명령질 해대고 남 탓하는 어린 아이가 결국 이 세계의 원 앤 온리 영웅이라니. 이 이세계의 앞날이 비참하다. 심지어 막판엔 떠났잖아

결국 이세계의 호두까기 대위는 현세계의 대부를 형상화한 캐릭터였을까. 그런데 꼭 그게 아니라도 너무 토큰 블랙 같아서 싫음.

뱀발 - 헬렌 미렌은 그렇다쳐도 키이라 나이틀리에게는 흑역사가 될 영화일 거다.

핑백

  • DID U MISS ME ? : 헌터 킬러 2018-12-10 20:23:05 #

    ... 모습이 엄청 매력있게 나옴. &lt;300&gt; 이후로 가장 멋진 제라드 버틀러의 모습이었던 것 같다. 하여간에 엄청 재미있게 봤다. &lt;호두까기 인형과 4개의 왕국&gt; 보러 갔을 땐 디즈니 영화였던만큼 상영관에 아이들과 가족단위 관객들 천지였는데, &lt;헌터 킬러&gt; 상영관에는 4,50대로 보이는 아 ... more

덧글

  • dennis 2018/12/09 07:39 # 답글

    트레일러 보고 아! 이거 #되겠다 싶었는데 딱 그대로이근여 ㅎㅎ
  • CINEKOON 2018/12/09 16:28 #

    # 됐죠.
  • 로그온티어 2018/12/09 12:58 # 답글

    깊게 생각해서 발전적이고 보다 극적인 것을 보여주기 위한 영화가 있는가하면, 연말특수를 노리고 그럴싸하게만 만든 영화도 있지요. 관객을 우롱하는 건 아니고, 그냥 연말 시간보내기 위해 애랑 같이 그럴싸한 가족영화를 보러갈 사람들을 위한 영화가 아닌지.
  • CINEKOON 2018/12/09 16:28 #

    맞아요, 그런 연말 가족용 영화죠. 하지만 그걸 기준으로 보아도 영화가 너무 재미없어요.
  • choiyoung 2018/12/09 14:19 # 답글

    조용한 연극 보는거 같았습니다.
  • CINEKOON 2018/12/09 16:28 #

    중간에 등장하는 무용 장면 때문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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