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12/11 15:00

모글리 - 정글의 전설 극장전 (신작)


대략적인 사건의 경과. 러디어스 키플링의 소설을 원작으로한 '정글북' 컨셉의 영화가 각기다른 스튜디오에서 동시에 기획된다. 1번 스튜디오는 디즈니. 2번 스튜디오는 워너. 1번 스튜디오야 이미 동명의 애니메이션으로도 재미를 봤던 스튜디오였기 때문에, 원작 소설도 소설이지만 아무래도 예전에 그들이 만들었던 애니메이션을 기준으로 뼈대를 잡아나갔을 것이다. 거의 풀 CG 애니메이션이라 할 수 있을 정도의 CG 분량과 기술력으로 만들어졌고, 2016년에 개봉되어 초대박을 터뜨리기에 이른다. 문제는 2번 스튜디오였던 워너인데, 참 여러모로 입장이 난감 했을 거란 말이지. 결국 디즈니의 <정글북>과 같은 해에 개봉하기로 한 계획을 전면 수정하고 1년, 2년 개봉일을 연기하다보니...... 자체적으론 경쟁력이 없을 거라 판단했는지 결국 전세계 배급권을 넷플릭스에 넘기고야 만다. 어쩌면 당연한 수순이었을지도 모른다. 디즈니의 <정글북>이 망작으로 나온 것도 아니고, 현 시점에서 개봉된지 2년이 좀 넘었기 때문에 여러모로 기시감이 드는 게 사실이거든.

스포의 전설?

그렇기 때문에 나로서도 디즈니의 <정글북>과 비교하면서 볼 수 밖에 없었다. 그게 후발주자들의 숙명이지 뭐... 하여튼 재밌는 건, 디즈니의 <정글북>과 워너+넷플릭스의 이 영화 모두 감독이 배우 출신이라는 점. 전자는 어째 디즈니 근속 사원이 되어가는 듯한 존 파브로이고, 후자는 모션 캡쳐 연기의 본좌 앤디 서키스다. 특히 앤디 서키스는 이번 영화가 첫 연출 입봉작.

감독 선정이 전체 프로젝트의 방향을 어떻게 좌지우지 하는가-를 알 수 있는 사례라고 생각한다. 애초 유머 가득한 코미디 요소를 좋아했던 동시에 CG 기술에도 관심이 많았던 존 파브로. 그가 만든 영화는 그야말로 풀 CG 영화는 무엇인지 보여주는 영화였다. 그리고 등장했던 모든 동물들은 실제 동물들과 비슷하게 묘사되어 있다. 주워듣기론 동물 캐릭터를 연기한 배우들도 목소리만 딴 걸로 알고 있음. 

반면에 앤디 서키스는 골룸이나 킹콩, 시저를 비롯한 풀 CG 캐릭터를 '연기'했던 사람이기 때문에 그 방면에서 영화가 좀 차별성을 갖는다. 일단 배우들이 목소리 연기 뿐만 아니라 직접 모션 캡쳐 연기를 했다. 때문에 존 파브로의 그것보다는 동물들에게서 표정이 느껴진다. 디즈니의 <정글북>보다 좀 더 인간적인 영화가 바로 <모글리 - 정글의 전설>이랄까. 좀 더 인간적이라는 표현이 자칫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도 있는데, 여기서 인간적이란 건 인간 특유의 페이소스나 주제의식이 더 강하다는 이야기가 아니라 동물들의 묘사가 좀 더 인간적이라는 뜻이다. 사실 존 파브로의 <정글북>을 재밌게보긴 했었지만 그가 차기작으로 <라이온킹>을 만든다고 했을 때 걱정이 되었던 게 사실이다. 그 영화는 분명 동물들만 나올텐데, <정글북>과 비슷하게 했다가는 너무 동물로만 느껴질 것 같았거든. 근데 적어도 앤디 서키스의 이 영화엔 그런 느낌이 없다. 써놓고 보니 이게 좋은 건지 나쁜 건지 모르겠네

크리스쳔 베일이 연기한 바기라는 벤 킹슬리의 바기라 보다 훨씬 더 믿음직하고 인간적이다. 비단뱀 카아는 <정글북>에서 스칼렛 요한슨이, 여기선 케이트 블란쳇이 연기한다. 둘 다 목소리가 섹시하긴 하지만 스칼렛 요한슨의 카아가 모글리를 잡아 먹기 위해 좀 더 매혹적인 섹시함을 겸비한 것에 반해 케이트 블란쳇의 카아는 뭐랄까, 배우 이미지 때문일테지만 좀 더 신적인 이미지다. 실제로 영화 속에서 정글의 선무당 비스무리하게 묘사 되기도 하고.

악당 호랑이 쉬어 칸에 있어서만큼은 누가 뭐래도 <정글북> 이드리스 엘바의 승리다. 물론 이 영화에서의 베네딕트 컴버배치도 나쁘진 않다. 등장할 때 스마우그인 줄 다만 연기를 떠나서 캐릭터가 좀 더 압도적으로 묘사되는 건 이드리스 엘바의 쉬어 칸이다. 이 영화에서는 좀 호구처럼 나옴. 하이에나와 원숭이 부대, 일부 늑대들까지 호령할 정도로 정치력이 좋긴 한데 정작 잘 못 써먹더라. 

그나저나 발루는 왜 이렇게 분량이 많나 했더니 담당 배우가 감독 본인이시네. 감독님, 이거 너무한 거 아니예요?

어쨌든 영화가 생각보다 나쁘지 않던 찰나, 3막에 들어서자 급격하게 이야기가 곤두박질치기 시작한다. 까놓고 말해 사실인지 아닌지는 모르지만 3막부터는 급하게 재촬영한 느낌이었다. 2년 전에 <정글북> 나온 거 보고 너무 비슷해서 안 되겠다! 하며 재촬영한 느낌... 모글리가 인간 세계에 강제 편입 되면서부터 이야기는 심히 지루해진다. 뜬금없이 등장한 사냥꾼과 코끼리의 관계 묘사는 말 그대로 뜬금없고, 프리다 핀토는 왜 나왔는지 잘 모르겠을 정도로 하는 일이 없음. 생각해보면 앤디 서키스와는 이미 <혹성탈출 - 진화의 시작>에서 만났었네. 그 때 인연이 이어진 걸까나.

그나마 모글리의 친구가 되어주던 알비노 늑대의 최후 묘사가 예상치 못한 타이밍에 쾅하고 튀어나오는 터라 그 부분에서 만큼은 잠시나마 흥미가 동했지만 이어지는 장면들이 워낙 그저 그래서... 아니, 모글리 그 새끼는 싸우자고 불러내놓고 코끼리 부대 몰고 오면 어떡해. 주먹 현피 뜨기로 했는데 갑자기 탱크 기갑부대 끌고오는 꼴이다. 야비한 새끼.

쉬어 칸의 최후는 다소 간에 허망하다. 심지어 결말은 급 결말. 진짜 막 찍은 느낌. 그냥 구림.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이 영화를 한창 제작 중일 때 극장에서 디즈니의 <정글북>을 보며 마른 침을 삼켰을 앤디 서키스의 기분이 대체 어땠을까. 그걸 상상해보면 좀 정상참작의 여지가 있나- 싶기도 하고. 그래도 영화는 용두사미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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