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12/23 12:56

스윙키즈 극장전 (신작)


어떻게 보면 댄스 영화인데 군무의 합이 안 맞는 셈이고, 어떻게 보면 음악 영화인데 서로의 하모니가 무너진 셈이며, 어떻게 보면 꿈에 대한 영화인데 영화 외적으로 그 꿈이 무너진 셈이다.


열려라, 스포 천국!


현재 이 영화에 가해지고 있는 비판들이 조금 과하지 않나-라는 생각을 하지만서도, 또 한 편으로는 그 비판들이 불합리 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아니, 오히려 합리적인 편이지. 영화라는 게 순수 예술도 아니고 애초 산업으로 시작된 매체인데. 한정된 돈과 시간으로 여러 대작들 중 연말용 영화를 고르고 골랐을 관객들 입장에서 보자면야 그 비판들이 아예 수긍되지 않는 것도 아니다.

거두절미 하고 이야기하면, 후반부에 주인공들을 죄다 죽이는 엔딩이다. 말 그대로 싹 다 총으로 갈겨 죽이더라. 그 부분에서 일종의 충격이 오기는 했다. 아, 이게 일반적인 충무로 상업 영화에서 선택할 수 있는 엔딩이었던가. 그 정도로 충격적이기는 하다. 하지만 우선적으로는 응원이 되더라. 즐거운 탭댄스 영화로 알고 오긴 했지만, 원래 전쟁이라는 게 다 그런 거잖나. 

문제는 이 영화를 전쟁 영화로 알고 극장을 찾는 관객들이 거의 없을 것이란 점이다. 이 방면에서는 마케팅 팀이 <판의 미로>급 악수를 둔 게 아닌가 싶어지는데, 그렇지만 까놓고 말해 그럼 내가 이 영화를 어떻게 홍보할 수 있을까-를 역지사지로 따져 본다면 또 할 말이 없다. 이건 악수가 아니라 어쩔 수 없이 둔 자충수에 가깝다.

그렇다면 만약, 평행 우주 어딘가에 이 영화가 극장을 찾는 모든 관객들에게 전쟁 영화로 인식되어 선택된 우주가 있다고 가정해보자. 하다하다 별 걸 다 하네 비극적인 결말도 어느 정도 예측된다면. 그럼 이 영화의 엔딩은 마냥 좋은 엔딩인가? 솔직히 말하면 나는 그것도 아니라고 봐. 전체적으로 영화의 톤이 불균질하기 때문에, 결말이 아무리 의미 있고 충격적인 동시에 모두에게 마냥 받아들여지는 상황이었어도 그 자체로 완성도 있다고 보기엔 어려웠을 것이라는 게 내 생각이다. 막말로 영화의 전반부와 후반부가 따로 논다. 경쾌하게 시작 되다가 시나브로 비극적인 상황에 닿아야 하는데, 이 영화는 분위기가 스위치 같다. 그냥 버튼 하나 딸깍-하고 눌러 영화의 분위기를 바꿔버린다. 심히 당황스러울 수 밖에.

음악 영화로써만 봐도 굉장히 실망스러운데, 그 자체로 연출적 함의가 있다 하더라도 탭댄스 장면이 뭔가 죄다 답답하다. 탭댄스를 잘 모르는 일반인들 보기엔 발재간에도 한계가 있는 법이라 전체적으로 합이 잘 맞는 칼군무를 보고 싶은 건데, 풀 샷을 아껴도 너무 아낀다. 그리고 음악 영화든 댄스 영화든 장르적으로 후반부 클라이맥스가 되는 공연 장면에 많은 기대가 쏠리기 마련인데, 배우들의 노력과 안무 자체의 완성도는 돋보이지만 물리적으로 얼마 안 보여주더라. 그것도 심히 답답함.

캐릭터를 소모적으로 썼다는 인상도 강하다. 주인공인 로기수의 친형으로 등장하는 로기진은 괴물급 스펙을 지녔지만 그 자체로 소모되어 다소 어이없는 최후를 맞이하고, 중반부 갑툭튀해 영화의 분위기를 급 바꿔놓았지만 그 자체로는 무섭고 두려웠던 이다윗의 광국도 등장했을 때만큼이나 급 퇴장. 심지어 끝판왕으로 보였던 삼식은 최후도 안 보여주더라. 이렇게 소모적이고 기능적으로 쓸 것이었다면 캐릭터성을 좀 한 쪽으로 몰아주고 가지치기 하는 게 더 나았을 것 같다.

초반 개연성도 좀 문제. 양판래는 왜 갑자기 노래를 부르는지, 로기수는 왜 갑자기 난입해 춤을 추고 자빠졌는지. 이런 세세한 부분에서의 현실성이 초반 몰입도를 좌우한다고 생각하는 편이라 별 것 아닌 것 같음에도 이 흠은 꽤 크게 느껴지더라.

매치 컷을 활용한 빠른 편집이나 채도를 높인 소품 미장센 등으로 볼거리는 꽤 충만한 편이다. 보면서도 꽤 재밌게 본 것이 사실이고. 하지만 논란의 결말을 차치하고서라도, 영화 군데 군데에 생긴 흠이 작다곤 해도 너무 많아 전체적으로 불균질한 인상. 희망의 상승세를 팡! 하고 꺾어야 절망이 더 깊어질텐데, 중반이 탄탄하지 못하니 후반부 결말의 비극이 좀 죽는 느낌이다. 

덧글

댓글 입력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