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12/28 15:34

버드 박스 극장전 (신작)


스포 박스!


당장 컨셉만 봐도 <눈 먼 자들의 도시>와 <콰이어트 플레이스>가 떠오르는 영화인 게 사실이다. 재밌는 건 메타포와 주제 의식마저 그렇다는 것. 특히 그 방면에서는 <콰이어트 플레이스>와의 1vs1 비교를 피할 수 없을 것 같다. 그 영화도 그렇고 이 영화도 그렇고 모두 부모의 조건이 아니라 부모의 자격을 묻는 영화인 것. 

<콰이어트 플레이스> 속 주인공들은 모두 아이들의 친부모다. 그 중에서도 선천적으로 청각장애를 앓고 있는 딸과의 관계가 강조되는데, 두 부모는 딸에게 끊임없이 용기를 주고, 더 잘 살아갈 수 있도록 물심양면으로 돕는다. 반면에 <버드 박스>에서의 상황은 좀 다른데, 일단 소년과 소녀로 두 아이가 등장한다. 다만 소년은 주인공의 친자이지만, 소녀는 그렇지 않다는 것. 그 정도의 차이.

주인공 맬러리는 두 아이들의 삶을 자꾸 규정하려 든다. 아이들에겐 이름을 붙여주지 않아 오직 '보이'와 '걸'로만 불리도록 했고, 아포칼립스 이전의 평화로운 생활과 그 광경에 대해 함구하도록 했다. 물론 일견 이해는 된다. 아이들에게 헛된 희망처럼 보이는 것을 심어주고 싶지 않은 그 심리. 그리고 주인공의 말마따나, '내가 내린 모든 결정은 아이들을 위한 것'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것. 

영화 제목도 그렇고, 시종일관 조그마한 상자에 갇힌 새들의 모습을 보여주는 영화. 그걸 보며 어쩌면 이것은, 안전과 더 나은 삶을 위한답시고 아이들을 옥죄는 부모들의 이야기일까- 하는 생각을 했다. 아니나 다를까, 후반부 클라이맥스라고 할 수 있는 지점에서 주인공은 결국 반성 하더라. 그 부분이 좋았다. 앞에 이상하고 별로인 부분이 무척이나 많았는데도, 그 소박하고 진심어린 클라이맥스가 좋았다.

그럼에도 불만인 것은, 일단 이 아포칼립스 상황에 대한 구체적 묘사나 설명이 전무하다는 것. <콰이어트 플레이스> 역시 설명이나 묘사에 있어서 부족한 부분이 많았던 게 사실이지만, 그럼에도 최소한의 것은 해낸 영화이지 않았던가. 근데 이 영화는 그 딴 게 하나도 없다. 이건 뭐, 외계인들의 지구 침략인 건지, 아니면 샤말란의 <해프닝> 마냥 지구 생태계가 뿜어내는 새로운 재난인 건지. 그런 게 하나도 없음. 오직 있어보이는 분위기 빨 그거 하나로 밀고 나가려 했던 것 같은데 그 생각 자체가 괘씸하다.

산드라 블록의 캐스팅은 다분히 의도적인데, 그 이외의 캐스팅도 그렇다. <문라이트>와 <더 프레데터>로 강하지만 선한 이미지 구축죽인 트리반테 로즈도 나오고, 원래부터 미치광이 전문 배우인 존 말코비치도 딱 그런 역할로 등장. 근데 좀 심하다 싶었던 건, 박찬욱의 <스토커>에서도 불쌍히 희생되는 조연으로 등장했던 재키 위버도 여기서 똑같은 최후를 맞이한다는 거. 더불어 톰 홀랜더도 있어보이는 돌아이로 나오고, 심지어는 BD 웡 이 양반도 나오는데 여기서도 게이로 등장.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근데 사실 제일 재밌는 건 잠깐 등장하는 데이비드 더스트몰치언 캐스팅이었다. <다크 나이트>, <프리즈너스>, <앤트맨>에 이어 이번에도 돌아이 역할! 이 배우는 앞으로 이런 것만 해서 배우 개그 잘 쌓아갔으면 좋겠음.

과거와 현재를 교차편집하는 구성으로 몰입도를 잘 쌓아갔다는 점이나 여러가지 잔재미가 있었다는 점은 높이 사지만, 전체적으로 이 아포칼립스 현상을 설명하려 하지 않아서 그게 싫었던 영화. 하여간에 요즘은 그런 거 일부러 안 하는 게 있어보인다고 생각하나보다, 다들. 근데 난 별로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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