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1/04 12:26

퀵 앤 데드, 1995 대여점 (구작)


때는 서부시대. 절대권력을 가진 무법자. 그리고 그 옛날 그의 손에 부친을 잃었던 복수자. 무법자 처단을 위해 복수자를 돕는 조력자. 서부영화로써 기본적인 판은 다 짜여져 있는 셈이다. 다만 샘 레이미라는 괴짜가 연출했을 뿐.


열려라, 스포 천국!


샘 레이미가 장르 영화 매니아일 것이라는 건 안 봐도 비디오일테고, 그렇다면 왜 잘 만들던 호러가 아니라 웨스턴 신작으로 돌아온 것인가를 따져보자. 아니, 사실 뭐 따져볼 것도 없이 영화 줄거리가 딱 그거 하나만 집중하고 강조한다. 바로 서부영화에서 한 번쯤은 꼭 등장해줘야하는 총잡이들의 1vs1 데스 매치. 기존 서부영화에서 특급 양념 역할을 했던 그 건맨 데스매치를 이 영화는 아예 주된 소재로 삼아버렸다. 여기에 주인공의 복수 플롯이 오히려 양념일 뿐.

거짓말이 아니라, 진짜 영화 처음부터 끝까지 건맨 토너먼트로 진행되는 영화다. 때문에 영화를 보는 입장에서는 계속해서 뻔한 그림을 볼 수 밖에 없는 구조인데, 샘 레이미는 그걸 재미있고 유려한 촬영으로 어느 정도 극복해냈다. 물론 샘 레이미의 연출 센스가 탁월하게 느껴지는 부분이긴 하지만, 그럼에도 샘 레이미 역시 촬영감독에게 큰 빚을 지고 있음. 까놓고 말해 현장에서 샘 레이미가 원하던 대로 카메라가 쫙쫙 움직여줬을 것 같다. 찾아보니 촬영 메인이 단트 스피노티네. 어쩐지. 이 영화 이전엔 <라스트 모히칸>을 촬영 했고, 이후엔 마이클 만의 <히트>나 커티스 핸슨의 <LA 컨피덴셜>을 작업했다. 그야말로 베테랑. 현장에서 샘 레이미 레알 신났을 듯.

배우들의 찬란했던 시절이 깃든 영화이기도 한데, 진 해크만이야 뭐 이 계열 무법자 연기로써는 탑이니까... 명불허전이고, 샤론 스톤은 현재의 샤를리즈 테론에 비견할만하며 러셀 크로우는 진짜 터프하게 잘 생겼더라. 하지만 그래봤자 이 영화 끝판왕은 바로 그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디카프리오가 1974년생인데 이 영화가 1995년에 개봉된 영화니, 촬영 즈음엔 대략 한국 나이로 스물이 채 안 되지 않았을까. 기껏해야 열 여덟 or 열 아홉이었던 건데 진짜 잘 생겼더라. 지금도 나름 중후한 멋이 있어서 멋지지만, 이 때는 진짜 꽃미남이었음.

허나 배우의 잘생김과는 별개로, 디카프리오가 연기한 캐릭터 키드는 영화 전체의 맥락을 해친다. 결국 아버지로부터 인정받고자 하던 욕구에 찌들어 있던 캐릭터인 건데, 그게 좀 매끄럽지 않아 보이거든. 게다가 정말 솔직히 말하면 이 영화에서 아예 없어도 되는 캐릭터다. 존재함으로 인해 딱히 뭔가 이야기 진행에 특출난 부분이 전무. 굳이 하나 찾자면, 죽음 직후 진 해크만이 연기한 존 해로드 캐릭터가 특정 대사를 함으로써 좀 더 그 악당을 비열하고 찌질하게 묘사하는 데에 도움을 보탠 정도... 근데 그건 그냥 다른 캐릭터로도 할 수 있었잖아.

더불어 촬영을 아무리 유려하게 했다한들, 영화 자체의 내용이 계속 반복되다 보니 오는 피로도 못지 않다. 게다가 영화의 결말부는 너무나 예상 가능한 수준. 시밤쾅과 부활 속임수는 언제나 유효한 막타잖나. 근데 그걸 꿋꿋이 하고 있으니 이걸 좋다 해야할지.

샘 레이미야 지금 만드는 영화들에서도 조금씩 B급 유전자를 찾을 수 있을 정도로 언제나 치기 어린 감독이지만, 이 때는 좀 더 실험적이었던 것 같다. 아니, 좋게 말해 실험적인 거고 나쁘게 말해 약간 객기 부린 느낌이랄까? 그래도 이런 영화들 덕에 지금의 완성형 샘 레이미가 나올 수 있었던 것 같아 고맙기도 하고. 근데 영화 자체로만 놓고 보면 아주 좋지도 않고. 존나 양가적인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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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절이었다보니 날아다닌다. 가끔 귀엽게 느껴지기도. 진 핵크만도 좋은데, 이건 아무래도 코폴라의 &lt;도청&gt;을 의식한 캐스팅이겠지? 그나저나 요즘 진 핵크만 나오는 영화 많이 보네. 아, 잭 블랙도 나온다. 처음부터 끝까지 진지한 모습으로. 쉽게 볼 수 없는 모습이니 집중해서 봐야한다. 그 외엔 &lt;라이언 일병 구하기 ... m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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