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1/12 14:11

고질라 - 행성포식자 극장전 (신작)



다시 한 번만 더 말해본다. 
1. 나는 괴수 장르의 팬이며 고지라의 팬임.
2. 때문에 넷플릭스에서 공개되자마자 1편2편을 봤음.
3. 근데 둘 다 재미 더럽게 없었음. 그나마 2편도 관성 때문에 본 것.
4. 그럼에도 관성 때문에라도 3편을 볼 예정이었음.
5. 인간과 고질라 사이에서 발생하는 드라마도 좋아하지만, 괴수와 괴수가 벌이는 레슬링을 조금 더 즐기는 편임.
6. 그래서 이번 3편에 나오는 것이 확정된 킹기도라 때문에 설레었음. 1편과 2편에선 그딴 게 1도 없었으니까.

하여간 결국 봤는데......

1편과 2편에서 핵심적으로 다뤘던 소재와 인물들이 싸그리 갈려나감. 1편부터 주인공 하루오와 연애 플래그를 세웠던 유코는 이번 영화 내내 망부석 신세다. 각본가도 각본 쓰며 아차 싶었는지 한 두 씬 할애하긴 하지만 이야기에 크게 관여되는 것은 없다. 더불어 바로 전작에서 대립각을 세웠던 빌루살루도 종족은 선상반란 자그맣게 일으키는가 싶더니 급 등장한 킹기도라에 의해 싸그리 궤멸. 그들만 궤멸한 것도 아니고 그냥 함선 자체가 파괴. 이렇게 아무 의미 없이 신상 괴수 활약상으로 갈려나가게 할 거였으면 이전 두 편동안 뭐 그리 자세히 묘사했냐.

소미인들 역시 하는 게 없는 것은 마찬가지다. 후투아족이라는 이름으로 등장하는데, 핵심 인물이 될 줄 알았던 신녀 쌍둥이는 결국 일본 아니메 특유의 미소녀 성애로 희생된다. 시발, 얘네 나왔으면 최소한 모스라는 한 번 등장 시켰어야 하는 거 아니냐. 환상 장면에 딱 한 번 나오는 건 뭐야. 그럴 거면 아예 넣지를 말지.

주인공 새끼는 여전히 하는 것 없이 나대면서 소리만 지르니 관객 입장에서 정이 들리 만무하고, 그런 주인공 옆을 졸졸 따라다니며 드래곤볼 후반부의 천진반과 피콜로 마냥 정보 전달하고 싸움 중계하는 역할로 설정된 마틴이란 놈도 말이 너무 많다. 심지어 했던 말 또 하고 했던 말 또 하고 하는 게 이건 무슨 회사 술자리 부장님도 아니고...

1,2편의 그것과 마찬가지로 여전히 고지라의 디자인은 성의 없으며 특유의 영혼이나 액션에서의 타격감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사실 더 심각한 건 킹기도라인데, 이건....... 진짜 말을 안 하고 싶더라. 리디자인 이렇게 할 거였다면 촌스럽단 말 들었을지언정 기존 디자인 밀고 나가는 게 훨씬 더 나았겠다. 지금 디자인은 뱀이나 민물장어 같음. 아니, 그렇게 봐주면 진짜 후한 거고 그냥 연가시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나마 등장하는 고지라와의 매치 역시 별 게 없음. 등장해서 그냥 고지라 앙- 하고 물고 있다 약점 들키고 퇴각하는 신세. 진짜 그게 이 영화에서의 모든 활약이었음.

1편 보면서는 이 양반들이 괴수물이 아니라 그냥 괴수물 스킨 씌운 일본 열혈 아니메 하고 싶었던 건가 싶었었고, 2편 보면서는 역시 괴수물이 아니라 메카닉물 하고 싶었던 건가 싶었었는데. 이번 영화 보면서는 그 갈피 마저 못 잡겠더라. 이건 뭐 미소녀 판타지를 만들고 싶었던 건지, 아니면 컬트 종교물을 만들고 싶었던 건지.

영화 내적으로도 생각해보면 실로 어이가 털리는데, 애초에 그리스 신화의 괴물 히드라로부터 유래된 이름을 가진 게 기도라다. 근데 그런 이름을 가진 신을 믿고 의지한다고? 이름만 봐도 존나 기적이 아니라 파괴를 행할 것 같은 네이밍 센스인데. 이름이야 뭐 그렇다쳐도, 시발 기도라는 게 '우리에게 영광의 종말을!'이라고 하며 종말의 날개 타령하는데 대체 세상 어떤 사람이 그런 신을 믿냐. 현실 세계에도 악마 숭배가 있지 않냐-라고 하면 할 말 없지만 영화 속의 상황은 진짜 존나 간절한 상황이잖아. 엑시프 이놈들은 뭔 실버 서퍼도 아니면서 남의 행성을 기도라에게 먹잇감으로 바치는 건지.

진짜 오랜만에 만난 확정적 망작. 영화 보면서 시간이 아깝기는 오랜만이었다. 런닝타임 길지도 않은 90분 정도인데 그 시간에 PS4나 더 돌릴 걸. 넷플릭스로 봤는데 그 90분 동안의 넷플릭스 월회비가 아까웠고 TV 연결해서 봤는데 그 전기세가 아까웠다. 올 여름 개봉하는 실사 영화 예고편이 이거 3부작보다 서른네배 정도는 더 재밌는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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