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1/18 15:31

언더독 극장전 (신작)


애완동물을 상품으로만 보는 한국 사회를 통렬하게 비판하는 작품. 포스터만 보면 굉장히 해피해피한 국산 애니메이션 같지만......

요근래 본격적으로 이슈화 되기 시작한 개공장에 대한 묘사도 나오고, 이미 많은 사람들이 어느 정도 문제의식을 갖고 있는 유기견들에 대한 이야기도 나온다. 아니, 사실은 그게 이 영화의 주된 스토리 라인이니까 그냥 나온다는 정도로 퉁칠 건 아닌 것 같네.

감독과 제작사의 전작인 <마당을 나온 암탉>을 떠올리게 만드는 부분이 몇 있는데, 인간의 손을 타던 동물들이 그로부터 벗어나 어엿한 자연 생태계의 일부로 귀속된다는 점. <마당을 나온 암탉>이야 뭐, 워낙 훌륭한 원작 소설이 있었기 때문에 영화만의 독자적인 결말이라고 말할 순 없었지만, 오리지널 작품인 <언더독>의 결말은 꽤 설득력 있다. 막판에 DMZ로 유기견들을 싹 탈출시켜버리며 자유를 선사 하다니. 그것 참 한국적이네.

미국의 디즈니나 픽사, 드림웍스 작품들. 그리고 일본의 지브리 스튜디오와 신카이 마코토 & 호소다 마모루의 작품들. 전세계 애니메이션계를 뚜까 패고 다니는 이 양대산맥 때문에 눈이 높아져 있어서 그렇지, 한국 토종 애니메이션으로서 <언더독>의 성취는 특기할만하다. 한국적인 상황과 설정을 현실적으로 묘사하고 있으며, 은근히 성우들의 목소리 연기도 뛰어남. 도경수와 박소담은 아마 네임벨류를 빼고 봤어도 충분히 인정할만한 연기였다고 생각된다.

다만 테크닉적인 측면에서는 <마당을 나온 암탉> 때보다 많이 나아졌다는 생각은 안 든다. 프레임 수 문제인지 뭔지, 애니메이션으로써 캐릭터들의 움직임이 부자연스럽고 휙휙 건너뛴다는 느낌이 없지 않다. 딱 잘라 말해 부드럽지 않은 느낌이라고 해야할까. 

이건 장점인지 단점인지 모르겠는데, 캐릭터 디자인이 진짜 웃긴다. 보통 애니메이션이라면, 어른 관객을 주 타겟층으로 설정한다 하더라도 선역과 악역 사이를 확실히 나누는 캐릭터 디자인을 하기 마련이지 않나. 선역 인물들은 악의 없게 그리고, 악역 인물들은 악의 있게 그리고. 근데 이 영화는 죄다 악의 있게 생김. 물론 주인공이라 할 수 있을 뭉치나 밤이는 논외다. 근데 그 주위 인물들. 개 중에는 박철민이 연기한 짱아 같은 경우. 얘는 변기 안에 웅크리고 숨어 있는 표정이 진짜 악랄하고 비열하게 생겼더라. 이렇게만 이야기하면 내가 무슨 동물학대범처럼 느껴질 수 있는데, 꼭 동물 캐릭터가 아니더라도 그렇다. 인간 캐릭터들 중에도 악역이 있고 선역이 있는데, 후반부에 산 속 부부가 등장한다. 왠지 이효리와 이상순 커플이 떠오르는 캐릭터들인데, 여기 남편 역할 얼굴이 진짜 개무섭게 생김. 직접 보면 안다. 진짜로.

중간 중간에 묘하게 디즈니스러워지는 부분도 있고, 전체적으로 깊게 만족할만한 퀄리티까지는 아직 아닌 것 같지만. 그럼에도 유사 가족을 찾고 서로 연대하는 그들의 모습을 보면서 기뻤다. 그래, 영화 보면서 기쁜 정도면 됐지, 뭘.

덧글

  • 카이크리트 2019/01/18 23:12 # 답글

    저는 산속부부의 남편이 기타치는 모습을 보고 故김광석이 떠올라네요
  • CINEKOON 2019/01/28 13:57 #

    아, 그 분도 비슷하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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