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1/18 15:49

왕이 될 아이 극장전 (신작)


조 코니쉬 감독의 <어택 더 블록>은 재밌는 작품이었다. SF라는 장르를 그릇으로 가져다가, 외계인 침공이란 뻔하고 흔한 밥을 깔고, 거기에 독특한 캐릭터들을 육회와 채소로 넣은 뒤 B급 양념을 가미해 신나게 비벼댔던 작품. 결과적으론 당시 부천 국제 판타스틱 영화제까지 가서 볼만 했던 작품이었다고 기억한다.

오랜만에 돌아온 이 영화는 SF 대신 판타지라는 주형틀을 사용한다. 여기에 버무리는 게 또 그 아서왕 전설. 아, 영국 사람들은 질리지도 않나- 싶다가도 중간에 한 솔로와 츄바카, 프로도와 샘 와이즈갬지, 슈렉과 동키 등등 대중문화의 여러 아이콘들을 대놓고 언급하는 걸 보면서는 살짝 기대가 되더라. 아, 얘네도 그걸 알고 있어서 이 아서왕 전설을 필두로 대중문화 전반의 코드들을 대놓고 가져다가 패러디 또는 메타 유머로 써먹으려는 건가? 그런 기대감을 좀 가졌더라는 말씀.

근데 그런 거 1도 없음. 그냥 정석적인 전개대로 간다. 어린 주인공이 전설의 아이템 줍고 동료들 모아 자신의 이야기를 믿어주지 않는 어른들을 뚫고 악과 대면해 세상을 구한다는 이야기. 딱 그거임.

생각보다 액션의 눈요기가 적고, 악당들의 위협감도 크게 떨어진다. 레베카 퍼거슨이 연기하는 끝판왕 마녀는 예쁘지만 별로 위협적이지 않고, 여기에 잡몹들로 나오는 그녀의 수하들 역시 죄다 한 방. 물량으로 쏟아져 나오기는 하는데 애초 애들 칼질 한 번에 썰리고 먼지 되는 애들인데 얘네로 어떻게 긴장감 조성하겠어. 중간에 주인공 파티원들이 잡몹들로부터 말타고 도망치는 장면이 나오는데, 보면서 그런 생각만 들더라. 그냥 말에서 내린 다음에 정면 승부 해도 다 잡을 수 있을 것 같은 걸?

영화는 악의 세력이 현실로 침범하는 밤의 시간대엔 주인공 파티원 외의 인간들이 모두 사라진다-라는 설정으로 철저히 어른들의 시각을 배제한다. 이거 <그것>보면서도 느꼈던 건데. 아이들의 모험과 그로인해 비롯되는 성장을 다루는 영화들에서는 어른들을 어떻게 다루는가가 항상 중요해지는데, <그것>과 이 영화는 어른들을 아예 배제해버리거나 그들이 아이들의 세계를 인지하지 못하게 설정해버림. 지금 생각해보면 아이들의 놀이와 상상이 다 그런 거 아닌가 싶기도 하고.

템포가 좀 느리고, 중간중간 실소가 나오는 부분도 있지만 그럼에도 예기치 못하게 한 방을 더 찔러 넣어준다는 점과, 요즘 같이 피 튀기는 영화들이 세상천지인 시대에 적절한 아동용 어트랙션 하나가 나와준 것 같아서 반가웠다는 점 등이 내겐 좀 먹혔던 것 같다. 그럼에도 영화가 전체적으로 평범하다는 건 사실.

뱀발 - 멀린이 더블 캐스팅?되어 있다. 젊은 버전과 나이든 버전으로. 후자는 패트릭 스튜어트가 연기함. 근데 젊은 버전 연기한 배우가 겁나 내 취향. 연기 개 웃기게 잘 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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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로그온티어 2019/01/18 20:13 # 답글

    발칙한 아동영화가 있던가... 있던 것 같은데 기억이 잘 안나네요
  • CINEKOON 2019/01/28 13:55 #

    전 <찰리와 초콜릿 공장>이야말로 진짜 발칙하고 괴랄한 아동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이의를 제기하는 분들이 많이 계시겠지만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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