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1/28 13:39

아이 킬 자이언츠 극장전 (신작)


저멀리 유럽 섬나라가 배출한 불세출의 마법 소년 이름을 들먹일 때부터 생각했다. 아, 이거 스펙터클의 규모가 그리 크지 않은 판타지겠구나. 이미 이런 거 많이 봤단 말이지. <비밀의 숲 테라비시아> 같은 느낌. 다만 거대한 위용을 자랑하는 거인이 등장하고, 삶의 성장기에 스스로를 가둬버린 소녀가 주인공이라는 점에서 여러모로 <몬스터 콜>에 가깝지 않겠는가 하고 어림 짐작도 했었는데. 어느 정도는 맞고, 또 어느 정도는 틀린 말.

탁 까놓고 말해 거인 별로 안 나온다. 거인들을 죽인다는 호기로운 제목과는 좀 별개로, 역시 판타지 장르에 우리가 응당 기대하는 스펙터클이 이 영화엔 철저하게 배제되어 있다. <몬스터 콜>의 거대 괴물이 그랬던 것처럼, 이 영화 속 거인도 주인공 소녀의 상실감과 두려움을 투영한 존재로써 기능할 뿐이다. 뭐, 거창하게 거인 잡는 함정 놓고 어설픈 추격까지 벌이긴 하지만.

때문에 어느 정도 이해되는 측면이 있다. 진짜 거대 물량 때려박은 판타지 보고 싶으면 <반지의 제왕>이나 <해리 포터> 시리즈 다시 보면 되니까. 사춘기 어린 아이들의 예민하고 따사로운 내면을 보여주기 위해 판타지라는 장르를 빌려온 것 자체는 이해가 간단 소리다. 그럼 그 재료들을 가지고 잘 볶아냈냐. 그건 또 아니라는 거지. 일단 <몬스터 콜>의 주인공 소년은 관객들에게 초반부터 잘 설명되어 진다. 시한부 판정을 받은 어머니가 있고, 그 어머니 밑에서 고독함과 두려움을 느끼는 소년. 그 설정이 관객에게 초반부터 잘 전달되고, 때문에 관객은 주인공으로서 그 소년의 감정을 어렴풋하게 나마 이해하며 영화를 볼 수 있단 소리다.

근데 이 영화 속 소녀에겐 그딴 게 없다. 그냥 처음 나와서부터 거의 막판까지 진짜 갖가지 꼴보기 싫은 짓거리들을 하고 다니는데, 그러자니 모든 비밀이 밝혀지는 후반부의 반전 아닌 반전에도 관객으로서 심드렁하게 된다. 이 소녀는 자기 외의 모든 사람들을 배척하며, 잘 살아보려고 노력하는 언니 역시 놀리는 동시에 여기에 오빠는 덤 자신을 도와주려는 학교의 정신 상담 선생님 뺨 싸다구까지 후려 갈긴다. 아니, 비유적 표현이 아니라 진짜 뺨 싸다구 후려갈김. 못 믿겠으면 보면 된다. 심지어 태어난지 얼마 되지 않은 아기에게 곧 죽을 거라고 그 부모 앞에서 저주를 내리는데 이런 소녀를 주인공으로서 믿고 따라가고 싶을 리가. 보는내내 주인공 한 대 치고 싶은 영화는 오랜만이었다. 오랜만인데 안 반가움.

무엇보다 계속해서 언급하지만, <몬스터 콜>의 그림자가 너무 깊게 드리워져 있다. 솔직히 두 작품 사이에 제작년도가 그리 차이 나는 것도 아니던데, 그렇다고 어느 한 쪽이 일방적으로 무조건 표절했다는 건 아니지만 적어도 새롭게 보이려는 어떤 노력 정도는 했어야 하는 거 아니냐고. 진짜 보는내내 빡이 쳤던 영화다.

뱀발 - 극장에서 개봉한다고 했는데 넷플릭스엔 릴리즈 되어 있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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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로그온티어 2019/01/28 23:34 # 답글

    동시간대 비슷한 작품이 개봉하는 기이한 현상은 현재진행형이군요
  • CINEKOON 2019/02/06 12:13 #

    기묘한게, <몬스터 콜>과 <아이 킬 자이언츠> 각각 2016년, 2017년에 제작된 영화들이라는 거예요. 근데 둘 다 한국에서는 순서대로 2017, 2019년에 개봉하는 진풍경이... 늦장 개봉하는 것도, 극장 개봉이라는 미명하에 빛 좋은 개살구 취급 받으며 IPTV로 덤핑되는 운명도 비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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