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1/28 14:02

갤럭시 퀘스트, 2000 대여점 (구작)


밀레니엄 시대의 개막과 더불어 찾아왔던 작품. 영화로만 따지자면야 별 재밌지도 않은 유치짬뽕 SF 영화에 불과하겠지만... 나에게는 좀 다르다.

"포기란 없다. 항복도 없다!"

오래된 SF TV쇼 '갤럭시 퀘스트'의 배우들이 20여년이 지나서까지도 자신들을 찾는 팬들 앞에서 TV쇼의 캐치프라이즈를 외친다. TV 안에선 우주를 수 백 번도 더 구한 영웅들이지만, 실상은 캐릭터가 고정된채 여러 자질구레한 행사에 불러다니며 근근히 살아가고 있는 배우들일 뿐. 하지만 그런 그들을 실제 우주 영웅으로 오해한 실제 외계종족 터미안이 찾아오고, 졸지에 그들은 우주의 명운을 건 전투에 휘말리게 된다.

난 언제나 영화 속 상처 받은 인물들의 모습을 사랑하고, 스스로에게 초라함을 느끼는 인물들의 모습에 감응한다. 영화 <갤럭시 퀘스트>엔 항상 등장하자마자 죽는 엑스트라 전문 배우의 절규가 있고, 남성 출연자들 사이에서 성적 대상화만 당하는 여배우가 있으며, 과거의 영광에만 사로잡힌 왕년의 스타, 그리고 자신이 원하지 않던 장르물의 한 배역으로만 남아 연기 경력을 소비하고 있는 남배우가 있다.

이렇게만 적는다면 배우들의 슬픔만을 보여주는 영화인가- 싶지만 실상은 다르다. <갤럭시 퀘스트>는 배우라는 직업의 축복을 보여주는 영화다. 연기를 통해 실제 존재하지 않는 여러 모험들을 겪고 여러 인물들의 삶을 사는 일, 그리고 그를 통해 TV와 영화를 보는 여러 사람들에게 오래도록 기억되는 일, 그리고 심지어 종국에는 그들의 삶을 바꾸기까지 하는 일.

아, 난 정말로 배우가 고귀한 직업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고귀함을 이 영화 속 고귀한 배우들이 너무 잘 보여주고 있다 생각한다. 어린 시절 나에게 시고니 위버의 매력을 다시금 깨우쳐준 영화이며, 최근 아카데미 남우조연상을 타고 승승장구 중인 샘 락웰을 첫 소개받았던 영화이기도 하다.

하지만 정말로 다 떠나서, 내겐 故 알란 릭맨의 대표작으로 아른거리는 영화. 많은 사람들이 <다이하드>의 한스 그루버와 <해리 포터> 시리즈의 스네이프 교수로만 많이들 그를 기억할텐데, 난 정말로 감히 이 영화를 그의 대표작이라 말하고 싶다. 그가 작고한 이후 이 영화를 볼 때마다, 또는 이 영화를 머릿속으로 다시 그릴 때마다 이상하게 나는 울게 된다. SF TV쇼 속 자신의 우스꽝스러운 모습을 경멸해 하면서도, 끝내는 그 모습마저 인정하고 우주를 구하던 배우를 연기했던 그의 모습이 벌겋다.

뱀발 1 - 한편으로는 <스타트렉>의 광적인 덕후들인 트레키에 대한 패러디이자 헌사이기도 하다.
뱀발 2 - 감독인 딘 패리소트의 영화를 모두 좋아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의 코미디 영화엔 항상 삶에 대한 진지한 태도가 한 방울씩 꼭 들어 있다고 생각한다. <뻔뻔한 딕&제인>에도 그런 거 하나 있음.

덧글

  • 포스21 2019/01/28 15:57 # 답글

    재밌을거 같은 영화네요. ^^
  • CINEKOON 2019/03/13 14:51 #

    한 번쯤 보세요
  • dunane 2019/03/11 15:31 # 삭제 답글

    릭맨은 러브 액추어리의 좀 찌질한 모습도 기억에 ^^
  • CINEKOON 2019/03/13 14:51 #

    모든 출연작에서 다 너무 좋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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