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1/28 14:14

폴라 극장전 (신작)


꾸준한 제작과 그 인기로, 액션 장르 안, 또는 아래에 수퍼히어로 장르가 생기고 정착했듯이. 이제는 우리가 원탑 아저씨 장르라는 이름을 새로 만들어야 할지도 모르겠다. 뤽 베송의 <레옹>이 그 창세기를 열어젖혔고, 이후 <테이큰>이나 <존 윅>이 그 바통을 이어 받았다. 그 뿐인가. 할리우드 뿐만 아니라 전세계 곳곳에서 이런 장르들이 출몰하고 있잖아. 한국 대표주자는 당연히 <아저씨>일 테고. 넷플릭스가 제작한 <폴라> 역시 그 맥락 안에 있는 영화다. 맞다, 이번에도 넷플릭스 영화다.

단도직입적으로 이야기한다. 졸라 재밌음. 걸작이라거나 길이길이 남겨야할 문화 유산까지는 아니지만, 보는 동안 너무 재밌어서 다른 일을 못할 정도는 된다. 내가 그랬다. 넷플릭스 제작 영화가 다 그렇지 뭐- 하는 반응을 기대하고 본 건데, 정반대의 리액션이 내 뇌와 입에서 나오니 그걸 느끼는 나로서도 참 당황스러운 실정이다.

이야기는 끗발나게 콤팩트하다. 왕년에 졸라 짱세서 업계 거물이었던 킹왕짱 킬러가 은퇴 하려는데, 회사에서 퇴직금 주기 아까우니까 그 킬러 주인공을 죽이려드는 이야기. 끝. 물론 중간에 과거에 대한 미스테리와 그로인한 회한, 더불어 이런 영화에 꼭 필요한 어떤 '여자'가 등장하긴 하지만 그런 건 그렇게 중요한 게 아니니까.

결국 모든 직원들 은퇴비용이 아까워서 고용주가 저지른 범죄란 말인가. < > 시리즈와는 다른 의미에서 충공깽이다. 보는내내 어이가 털릴 수 있는 설정인데, 주인공의 대척점에 서 있는 그 고용주 캐릭터를 배우가 연기 잘했다. 화면에 나올 때마다 그 생김새가 하는 짓거리들이 웃겨서 키득되게 되더라. 그야말로 키치함 끝판왕.


주인공이 개 쿨함. 보통 이런 종류의 영화에서, 그래도 주인공은 도덕적인 관념 안에서 움직이지 않나. 주인공을 죽이러 온 킬러임을 숨기고 여자가 주인공에게 접근한다. 주인공은 그런 줄도 모르고 그저 여자를 딱하게 여겨 자신의 집에서 자게 해준다. 근데 그 여자가 대놓고 유혹함. 보통의 이런 장르 영화 속 주인공들이라면 그 유혹 안 받잖아. 아니, 생각해보자. 원빈이나 리암 니슨이 그런 유혹 받겠냐고. 


근데 우리의 매즈 미켈슨은 쿨하게 받음. 그것도 아주 중년간지와 섹시미를 철철 흘리면서 받음. 성기 노출만 안 했다 뿐이지 거의 다 보여주는 화끈한 수위와, 이후 그 킬러 무리들을 싸그리 쓸어버리는 주인공의 간지가 포인트다. 할 거 다하면서 죽일 놈들은 또 다 죽이는 그 쿨함. 아... 자기 욕망에 솔직한 이런 주인공 오랜만에 봐서 너무 좋더라.


매즈 미켈슨의 간지가 폭발하는 영화고, 액션도 준수하며, 촬영과 편집 면에서 이야기의 키치함을 잘 떠받들고 있다. 넷플릭스가 계속해서 이런 정도의 재미만 유지해준다면 충분히 믿고 볼만하다 하겠다. 근데 재밌게 다 보고 나서 찾아보니까, 로튼 토마토에서는 12%로 달리고 있더라. 그거 보면서 생각했지, 사람들 수준이 높은 건가. 아니면 내 수준이 낮은 건가. 둘 중 무엇일진 모르겠지만 어쨌거나 난 재미있게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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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로그온티어 2019/01/28 23:37 # 답글

    이 영화 본 사람들 중에 존윅과 묶어서 킬러 유니버스 만들자고 주장하는 분들 계시던데... 그 분들이 괜히 흥분한 게 아니었군요.
  • CINEKOON 2019/02/06 12:14 #

    이 영화의 블랙 카이져와 존 윅이 싸우면 누가 이길지 판단이 안 섭니다. 다만 그 둘이 싸우다가 서로의 엄마 이름이 같다는 걸 깨닫고는 그 계기로 팀 먹고 나머지 킬러들을 모두 족치는 상황이라면... 대체 몇 명이 죽을지. 하긴, 엄마 이름이 같다는 걸로 친구먹는 구린 설정을 차용하는 21세기 영화는 없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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