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1/28 18:57

awesome trailer mix vol.1 객관성 담보 불가

예고편을 진짜 좋아한다. 어떤 특정 영화의 예고편 뿐만 아니라, 그냥 예고편이라는 매체와 그 형식을 좋아한다. 영화 본편이 소설이라면 예고편은 시다. 본질적으로는 마케팅에 의해, 마케팅 때문에 만들어지지만 그 자체로 하나의 작품처럼 느껴지는 예고편들이 또 있기 마련. 개인적으로 좋아했던 예고편들 몇 가지를 추려봤다.



살면서 최초로, 예고편을 엄청나게 돌려보게 된 계기가 된 영화. 샘 레이미의 <스파이더맨2>야 내게 있어 올타임 레전드고, 스파이더맨이라는 캐릭터 자체에 대한 애정도 크다. 허나 그 모든 걸 떠나서 예고편이 진짜 쩔어줬다. 특히 웅장한 트레일러 뮤직을 선호하는 내게 있어, 이 예고편 말미에 터져나오는 음악과 영상의 조화는 그야말로 대 파티. 진짜 끝내주는 예고편이다.



이것도 진짜 엄청 돌려봤던 예고편이다. 이미 위에서 언급한 <스파이더맨2> 예고편과 마찬가지로, 엄청 웅장하고 진지하다. 내가 원체 그런 걸 좀 좋아한다. 잘못하면 세상이 무너져 내릴만큼 위중한 상황에서 흘러넘치는 비장미 같은 걸 좋아한다고. 근데 이 영화가 그걸 다 해줬다. 예고편에 쓰인 음악도 좋지만, 후반부 젊은 자비에의 절규와 늙은 자비에의 타이르는 모습이 교차편집 될 때는 정말이지 소름이 돋더라.



비장미라고 하면 또 이거거든. 영화 본편 자체도 굉장히 암울하고 비장한 기운이 넘쳐흐르는데, 예고편은 더 한다. 사실 난 영화 본편 보다도 이 예고편이 근소하게 좀 더 좋더라.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배우이자 악역 전문 배우가 되어가고 있는 벤 멘델슨의 여러 매력을 맛보기로 볼 수 있는 예고편이기도 한데, 초반부 첫 등장 장면의 과묵한 인상에서부터 후반부에 등장하는 야망으로 가득찬 웅변가로서의 모습이 고루 보여져 더 좋다. 물론 비장한 음악도 필수지. 누군가의 사무치는 외침도 있고. 그냥 난 그런 걸 좀 좋아하는 듯 하다.



사실 이건 좀 특이한 케이스인데... 어떤 특정 부분이 딱 좋은 예고편이다. 01분 20초 부근부터 퀸의 어마어마한 명곡 'Under pressure'가 흘러나오는데, 그 가사 내용과 겹쳐서 봤을 때 감동이 배가 되는 케이스의 예고편. 특히 사랑의 필요성을 역설하는 가사, ''Cause love's such an old fashioned word And love dares you to care for The people on the edge of the night And love (people on streets) dares you to change our way of Caring about ourselves This is our last dance'를 해석하며 해당 예고편을 보면 그야말로 그 매치가 대단하단 생각 밖에 안 든다.



최근에 막 돌려봤던 예고편이 아닐까 싶은데... 사실 이 예고편은 후반보다 초반 때문에 더 좋아한다. 이 예고편만은 논외로, 웅장하거나 비장해서 좋아하는 게 아니라. 예고편 초반에 소개되는 주인공 소녀와, 그 소녀에게 생일 축하한다고 말해주는 남자. 딱 그 장면 하나 때문에 너무 좋음. 별 거 아닌 걸로 감동하고 빠지는 내 모습을 보니 이쯤 되면 나도 진성 변태가 아닌가 싶다...



결국 이 예고편까지 선정하고 나니 더 확실해지네. 역시 예고편은 음악 빨이다. 샘 스미스의 'pray'와 영상의 매치가 절묘하고 너무 좋다. 무엇보다 영화 본편을 잘 요약해 더 좋고. 영화 본편 안 보고 이 예고편만 봐도 벌써부터 가슴이 따뜻해지지 않는가...




더 이상의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



솔직히 말하면... 결국 이 글을 쓰게 된 이유가 된 예고편이다. 얘고편에 쓰인 음악이 참 서정적인데, 영화 본편보다도 더한 감동을 줬달까. 가사를 떠나서 스필버그가 관객들에게 보내는 연가 같은 느낌이었다. 아, 예고편 진짜 졸라 좋네.

정리하고 보니 결국 난 음악 선곡을 중요시여기는 것 같다. 비장하고 웅장한 거라면 사족을 못 쓰는 것 같기도 하고.

덧글

  • 로그온티어 2019/01/28 23:17 # 답글

    저도 트레일러를 좋아합니다. 특히 트레일러1과 2가 좋아요. 허나 그중에도 대체로는 트레일러1을 가장 좋아할 때가 많습니다. 티저는 너무 짧고, 트레일러2는 가끔 서사나 캐릭터 설명하느라 늘어지는 반면에, 작품 스타일을 전면에 드러내며 공격하는 것은 트레일러1라서요. 트레일러3은 기억에서 잊혀질까 툭 던지는 동어반복+삭제장면 추가해서 약간 더 티징하는 거라서 그건 좋아하지 않습니다. 역시 트레일러의 정수는 1과 2에요.

    허나 제 기억에 트레일러보고 맛이 가버리는 바람에(?) 홀린듯이 극장가서 영화보고 그 뽕이 깨지 않은 기억은 루퍼밖에 없네요;;
  • 로그온티어 2019/01/29 00:54 #

    아, 전 추가로 모션그래픽이 듬뿍 담긴 오프닝크레딧과 엔딩크레딧을 좋아합니다. 오프닝크레딧에서는 앞으로의 상황을 암시하는 숨겨진 상징들이 쏟아져 나오며 기대감을 증폭시키는 게 좋고, 엔딩크레딧에서도 똑같지만, 관객이 작품을 보고난 것이니 숨기지 않고 작품의 명장면들을 요약하고 비꼬면서 보여주는 게 좋았습니다.

    그리고 음악 중요하죠. 좋은 언급이십니다! 역시... 진짜 음악은 잘 깔아야 합니다. 특히 저는 상황에 집중시키기 보다 상황을 한번 꼬아서 낸 선곡을 좋아하는데, 느끼하지 않아서요. "지금부터 잘 들어, 간다"라며 상황에 걸맞는 음악깔고 대놓고 집중해라는... 솔직히 영화를 너무 본 입장에서는 쓸데없는 부연설명같아 보이고 와닿지 않거든요.

    그보다 상황에 걸맞잖은 음악을 깔면 극 내부에 대한 느낌보다, 극 바깥에 대한 느낌이 강화됩니다. 극이 관객에게 미칠 영향을 관객이 느낄 수 있어요. 너무 안 맞는 음악 말고 역광표현하듯이 반반대색(으악 갑자기 그게 생각 안나네요. 원색과 반대색의 중간색을 칭하는 말인데) 느낌으로... 어차피 대부분의 영화관람은 유희가 목적이니까. 그러니까, "우리 사이에 (이 장르에) 굳이 통성명이 필요한가?"라는 느낌? 헤이트풀8의 hold'on i'm coming에서 그걸 많이 느꼈습니다. "너네 굳이 얘네 진지한 이야기 들을 필요 없어! 어차피 멀찍이서 얘네가 서로 조지는 걸 즐기러 보러 가는 거잖아!"
  • CINEKOON 2019/02/06 12:11 #

    오프닝 크레딧에서 앞으로의 전개를 맛보기로 조금씩 보여주는 영화로는 역시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가 있겠네요. 최근에 봤던 한국 영화 <뺑반>도 그런 구조를 취하고 있더라고요. 조금 반대의 경우지만, 샘 레이미의 <스파이더맨2>는 오프닝 크레딧에서 이전 작품을 잘 요약해서 보여줬지요.

    그리고 음악은... 음악은 정말로 중요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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