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2/06 13:07

벨벳 버즈소 극장전 (신작)


보통의 넷플릭스 오리지널들은 내게 게릴라 전술을 시전 한다. 이런 영화가 기획되고 제작 중인지도 몰랐는데 어느새 그냥 넷플릭스에 갑툭튀로 릴리즈. 그러다보니 아무 정보 없이 보게 되는 경우가 많음. 그렇게 당한 케이스가 최근엔 <클로즈>. 하지만 <벨벳 버즈소>는 달랐다. 물론 기획 단계일 때부터 내가 알아차렸던 영화는 아니고, 작년 중순 즈음인가부터 그 존재를 느꼈다고 해야하나. 아니, 어떻게 기대를 안 하냐고. <나이트크롤러> 콤비인 제이크 질렌할이랑 댄 길로이의 신작인데 어떻게 기대를 안 하냐고. 게다가 그 이후 공개된 예고편은 뭐 이리 또 좋고 신비 하냐고. 그래서 다른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들과는 다르게 좀 기대를 많이 했던 게 사실이다.


스포일러 버즈소!


영화의 흡입력은 대단하다. 내용 마냥 정말로 마력이 들끓는 그림 앞에 서서 하염없이 바라보게 되는. 딱 그런 느낌의 체험이었다. 여러 미술 작품들을 토대로 그 특징들을 응용해 살인을 구성 하다니 참으로 기묘한 계략이다.

대놓고 미술 비즈니스 까는 영화다. 아니, 그냥 예술에 대한 태도를 전반적으로 까는 것 같기도. 대표적인 건 아무렇게나 버려둔 쓰레기 더미를 예술 작품으로 착각해 대단하고 기발 하다고 추켜세우는 모습이겠지. 사실 이것 말고도 그냥 영화 천지에 이런 게 널려있다.

미술 비즈니스와 비평계를 낱낱이 해부하고 까는 영화인데, 대놓고 한 것 치고는 그리 느끼하지 않은 게 배우들 공이 크다.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제이크 질렌할은 역할에 딱 맞는 연기로 중심을 잘 잡아준다. 진짜 이 양반의 매력은 끝이 없네. <나이트크롤러>에서는 희번덕한 악마였다가, <녹터널 애니멀스>에서는 무기력한 신경쇠약 직전의 복수귀였는데 여기선 또 예술계 스노비즘의 대표주자이자 누가봐도 양성애자인 캐릭터를 아주 잘 연기해냄. 까놓고 말해 이 양반 아니었으면 이 정도로 재밌게 보지는 못했을 것 같다.

각 캐릭터들의 죽음 묘사가 재미있는데, 미술 산업 언저리에서 잡일을 하던 노동자는 그림 원숭이에게 쳐맞고 실종. 근본없이 남 따라하고 약은 수를 쓰던 미술 사업가는 자살로 위장된 교사를 당함. 돈과 명예에 집착해 자신의 전 미술관 동료들을 들볶던 미술 자문가는 자신의 욕망을 실천 하려다가 팔이 잘려 과다출혈로 죽게 된다. 재밌는 건 그 자체로 미술 작품의 일부가 되어버렸다는 것. 아, 출세욕 때문에 주위 사람들을 막 다루던 여자도 그런 최후를 맞이한다. 그야말로 그림이 되어버리며 존재 자체가 소멸. 여기에 글자 몇 개와 문장 몇 줄로 다른 예술가들의 삶을 좌지우지 했던 비평가는 자신이 무시한 미술 작품에게 목이 꺾여 사망. 

그나마 살아남을 뻔 했던 게 르네 루소의 캐릭터다. 욕망과 능력 모두 출중해 성공가도를 달릴 수 있었던 양반. 자신의 정원에 갖다놓은 설치미술 때문에 압사당할 뻔했지만 결국 살아 남고는, 집의 모든 미술 작품들을 정리해버린다. 이렇게 생존하는가 싶더니... 자신의 과거가 결국 발목을 잡음. 사실 가장 잔인하게 살해당한 케이스다.

모든 예술은 위험하고, 죽음과도 같은 힘을 가진다 믿던 사람들의 연대 사망. 생각해보면 이들은 '미술계'가 아닌, '미술 사업계'의 사람들이었다. 어떤 영화 평론가가 그런 말을 한 적 있었다. 영화를 만드는 사람들이 없으면 존재할 수 없는, 그들이 흘린 부스러기를 먹고 사는 게 자기네들 직업이라고. 때문에 냉철하고 냉정하되, 항상 겸손해야한다고. 이 영화의 미술 사업계 종사자들은 모두 거만한 욕망 그 자체였다. 근데 이들을 심판한 건 결국 '미술 사업계'가 아닌, '미술계'의 사람. 아니, 엄밀히 따지자면 그의 저주라고 해야하나. 하여간 비평가와 사업가들이 부스러기에 불과한 줄 알았던 예술가에게 모두 죽음을 맞이하는 결말이다. 근데 이걸 속 시원하다고 해야하냐. 그들도 결국 다 필요한 존재들인데. 물론 그들의 태도가 굉장히 아니꼬웠던 건 사실이지만 말이다.

덧글

  • 로그온티어 2019/02/06 21:24 # 답글

    이번엔 좀 믹스된 부분들이 있는 것 같아요... 여러가지 생각이 들지만, 여기서 쓸 건 아니라;; 아무튼 전 좀 부족했습니다.
  • CINEKOON 2019/02/18 14:36 #

    저도 좀 애매하단 생각은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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