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2/06 14:09

뺑반 극장전 (신작)


할리우드의 유명 프랜차이즈 블록버스터를 한국적으로 이식 하려는 시도. 난 그 시도들 자체는 옹호하고 싶다. 그 시도의 원전이 되는 할리우드 영화들이 보통 장르 영화들인 경우가 많거든. 처음엔 단순 아류나 우라까이처럼만 느껴지겠지만 이런 시도들 하나하나가 모인다면 어느새 한국 영화 시장에서의 장르 영화 파이도 점진적으로 커질 거라 생각하고. 어쨌거나 응원한다는 말.

<뺑반>은 생소한 제목을 가졌지만, 근본적으로 <분노의 질주> 시리즈를 원전으로 삼는 영화다. 그것도 딱 롭 코헨이 연출했던 1편을 떠올리게 하는. 스트리트 레이싱을 곁들인 카체이스 영화인데 여기에서 공권력과 범죄자의 대결이 펼쳐지니까. 아, 딱 들어도 너무 좋은 기획 아닌가. 여기에 역시 <베테랑> 아류처럼 보일 여지가 있긴 하지만 그럼에도 한국 관객들이 뿅 가 죽는 썩은 공권력에 대한 비판과 재벌가의 비리에 대한 이야기가 곁들여지잖아. 심지어 가장 좋은 건 소재다. 뺑소니 전담반이라니. 언젠가 들어보긴 했을테지만 정확히 어떤 식으로 굴러가는 기관인지는 솔직히 잘 모르잖아. 이런 소재의 신선함까지 추가되니 충무로 기획 영화로써는 여러모로 이점이 많은 영화라고 하겠다. 


스포일러 전담반!


근데 시발 결과물이 왜 이래. 애초 <차이나타운> 감독의 신작이라고 했을 때부터 알아봤어야 했는데. 일단 한준의 감독은 대사를 더럽게 못 쓴다. 전작인 <차이나타운>에서도 박보검의 파스타 드립 진짜 짜증났었는데 여기서도 그걸 반복하고 앉았더라. 아니, 아무리 환영이라고 해도 폭사해서 죽기 직전인 주인공의 아버지가 주인공에게 '아들! 갚으며 살자!'라고 하는 건 뭐냐. 대사 왜 이래. 이 밖에도 영화의 직접적인 주제를 등장인물들의 입을 거쳐 대놓고 하는 경우가 너무나도 많다. 보다보면 이게 21세기 한국 영화인지 중2병 감성의 일본 애니메이션 실사 영화인지 헷갈림.

등장인물들도 더럽게 많다. 공효진이 연기한 주인공은 하는 일이 없다. 극중 별다른 성과도 못내는데 여기저기서 꼰대질이나 하고, 단지 사랑한다는 이유로 성심성의껏 자신을 도와준 남자친구에게도 고맙단 말이 없다. 그냥 얘는 뭔가 싶다.
류준열의 캐릭터는 하고싶은 바가 너무 대놓고 드러나 구린 캐릭터다. 멋있는 건 다 얘한테 몰아줬다. 셜록 홈즈 뺨싸다구 후릴 정도의 추리력과 실행력, 정의감, 여기에 가족 문제가 관련된 감동 코드까지. 그냥 대놓고 간지나라고 만든 캐릭터인데 그게 별로.
조정석의 연기 자체는 좋다. 비록 <베테랑>의 유아인이 떠오르는 배역이긴 하지만 나름 그 안에서 잘 놀았다. 문제는 캐릭터 자체의 과소비. 아니, 엄밀히 따지면 과소비가 아니라 못 쓴 거겠지. 이 캐릭터도 그나마 배우 덕에 이 정도로 버틴 거라 생각된다.
그리고 이성민은 첫 등장부터 사망전대 확정.
그 밖에도 별의 별 인물들이 다 나오는데, 특히 류준열과 이성민 부자 사이의 인물들은 죄다 쓸모 없는 캐릭터들이다. 마크 웹의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1편 후반부에서 느꼈던 오글거림이 이 영화에도 있는데 그걸 얘네가 다 맡고 있음. 스파이더맨 돕겠답시고 고공 크레인 기사들이 담합하는 거 오그라들다 못해 손발 잘릴 뻔했었는데 이 영화에선 그걸 더 구리게 하고 있으니 말 다 했다.

하지만 다 떠나서... 애초 <분노의 질주>를 목표로 하고 나온 영화잖냐. 그럼 캐릭터나 이야기는 다 구려도 카체이스 하나 만큼은 제대로 했어야 하는 거 아니냐? 기대하고 온 게 있는데... 이 영화의 카체이스는 정말이지 형편없다. 말을 길게 하고 싶지도 않다. 긴장감을 잘 끌어올리지도 못할 뿐더러, 이런 류의 영화들을 왜 사람들이 좋아하는지 전혀 공부가 안 된 것 같다. <분노의 질주>는 물론이고 <이니셜 D> 정도도 참고 했어야지. 그냥 컨셉만 따와놓고 이렇게 못해버리면 어떡해. 고기 뷔페라길래 갔는데 먹어보니 죄다 콩고기인 느낌.

그리고 어쨌든 특정 직업을 다루는 영화인 건데, 그 직업군에 대한 설명이 너무 없고 그나마 있는 것도 거지 같다. 사법권에 대해서 1도 모르는 나같은 일반인이 봐도 영화가 전체적으로 말이 안 됨. 억지로 만리장성 쌓고 있던데, 이것도 이거대로 문제고. 뺑소니 전담반이라는 비교적 신선한 소재를 가져다놓고도 별 설명이 없다. 말이 뺑소니 전담반이지 그냥 주인공 좌천된 듣보잡 부서 정도로 취급된다. 보통 어떤 직업군이 영화에서 소개되면 관객은 우리가 잘 모르는 그 직업군의 디테일을 궁금해하기 마련이잖아. 근데 이 영화엔 그런 거 그냥 없다. 다른 액션 스릴러 영화들에서 많이 보던 경찰의 모습 딱 그 정도다.

그냥 이렇게 끝났으면 더럽게 재미없는 영화 정도였겠지만. 이 영화가 앙큼한 게, 막판에 쿠키까지 깔아두고 속편 예고 하더라. 그것도 감독의 전작인 <차이나타운> 주인공이었던 김고은 데려다가. 김혜수가 나와도 안 될 판이다, 지금. 아, 이거 보고 떠오른 영화가 있었는데 다름아닌 <그린랜턴 - 반지의 선택>. 그 영화도 마지막에 시네스트로 타락 떡밥으로 속편 예고하고 끝나거든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진짜 생각할수록 웃기네.

핑백

  • DID U MISS ME ? : 돈 2019-03-25 22:50:26 #

    ... 이건 내가 지금 영화를 보고 있는 건지 아니면 MBC &lt;나 혼자 산다&gt; 바하마 특집을 보고 있는 건지 좀 아리송해질 정도. 그 완성도와는 별개로, &lt;뺑반&gt;에서의 류준열은 분명 빛나는 순간들이 있었다. 하지만 이 영화엔 없다. 그냥 조용히 묻어간다는 느낌. 유지태의 활용법은 &lt;꾼&gt;이나 & ... more

덧글

  • 웹하드 순위 2019/02/07 02:53 # 삭제 답글

    잘보고 가욤~~
  • 우물쭈물하지않으리 2019/03/03 17:18 # 답글

    제가 염정아랑 조정석 같이있는장면까지 보고 도저히 안되겠어서 껐는데요, 스톱을 시키니 영화가 반밖에 안지나갔어요!!!!!!! 전 이게 끝인줄 알았거덩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1시간15분을 2시간 15분으로 느껴지게 만드능 구리구리 스토리.... 이성민 저도 나올때부터 사망 확정으로 보앗숩니다...ㅋㅋㅋㅋ 역시 사람 느끼는 부분은 다 똑같다능!!!
  • CINEKOON 2019/03/04 18:21 #

    모든 사람이 느낄 법한 것들을 비틀고 꼬아야 예상 외의 재미가 깜빡이 없이 훅 하고 들어오는 것인데.. 어째 이 영화는 반대 노선으로 역주행만 하는 것 같네요. 아니, 차라리 역주행이라도 했으면 괴랄한 재미라도 있었을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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