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2/10 18:23

블랙코드, 2015 대여점 (구작)


<블랙코드>는 망한 영화다. 그냥 망한 정도가 아니라 아주 처절하게 망했다. 마이클 만 연출에 크리스 햄스워스 주연 임에도 북미는 물론 월드와이드 박스오피스에서까지 모두 외면 당했던 비운의 영화. 그 명성만 익히 들었지 직접 확인하지는 못하다가, 이번에 넷플릭스 릴리즈된 것을 계기로 한 번 봤다. 근데, 생각보다 그렇게 나쁘기만한 영화는 또 아니던데?

마이클 만 영화 답게 마초적인 영화다. 주인공은 천재 해커지만 몸도 잘 써서 원 펀치로도 쓰리 강냉이는 털 수 있을 것 같은 떡대를 지녔고, 여기에 언제 써봤는지 총기류와 도검류 활용에도 능하다. 이쯤되면 기초적인 군사 훈련은 받은 것 같은 모양새. 여기에 사랑하는 여성을 위해 포기할 줄도 아는 희생정신과 든든함까지.

마이클 만 영화에서 인물들의 직업은 항상 중요했다. 그의 영화들은 모두 프로페셔널들의 영화였고, 자신의 일에 프로답게 투신하는 자들을 위한 장송곡이었다. 이 영화의 주인공도 그렇다. 근데 해도 너무 하잖아, 이건. 아무리 주인공이라지만 캐릭터가 너무 완성형 아니냐. 컴퓨터도 잘하는데 머리도 잘 굴리고 몸까지 잘 쓰면... 게다가 얼굴은 또 크리스 햄스워스임.

디지털 시대의 테러를 다뤘다기엔 조금 단편적으로 느껴지고, 그 디지털 테러를 감행한 테러리스트들의 동기 역시 초반에 깔아두었던 밑밥과 카리스마에 비하면 형펀없다. 결국 또 돈이라니. 그것도 개발도상국의 한 마을을 싹 쓸어버리는 것으로 얻어낼 검은 돈. 최후가 허망하리만큼 허접 하던데 그럴만 했다.

중국인들이 주요하게 나오는데, 그에비해 하는 짓들은 또 영락없이 전형적이라 할 말이 없네. 탕웨이는 왜 나왔나 싶고. 근데 꼭 아시안 캐스팅이 아니더라도 캐스팅은 짱짱하다. 비올라 데이비스도 나오는 줄 몰랐다.

하여간 영화가 만렙 주인공의 카리스마를 좀 배제하고 해커 vs 해커의 구도로써 정리 되었다면 좀 더 유려하고 깔끔 했을 것 같다. 이제 마이클 만은 더 이상 <콜래트럴> 같은 영화를 만들지 않을 건가.

덧글

  • sid 2019/02/10 19:18 # 답글

    마이클 만 만의 스타일은 남아 있긴 한가요..?
  • CINEKOON 2019/02/10 19:21 #

    적극적인 디지털 촬영이나 프로페셔널한 인물들, 쨍하고 아름다운 야경 촬영, 순간의 허무주의 등은 남아있긴 합니다만 전체적으로 만듦새가 볼만한가를 또 따져본다면 글쎼요..
  • 로그온티어 2019/02/10 19:39 # 답글

    만일 해킹물에 관심있으시다만, 미드인 미스터로봇을 보시는 게 어떨까요?
    사이코스릴러적 성격만 뺀다면 이 영화에서 기대하던 것들을 거기서 볼 수 있을 것 같은데...
  • CINEKOON 2019/02/18 14:37 #

    이런 추천 너무 감사하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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