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2/18 14:52

증인 극장전 (신작)


빌드업이 무척 잘 되어 있다. 그래서 영화가 전체적으로 안정적인 느낌. 그러나 이건 동시에 단점이 되기도 하는데, 뭐랄까. 큰 한 방이 없어 조금 아쉽다고 해야할까.


열려라, 스포 천국!


그럼에도 휴먼 드라마와 법정물로써 이 정도면 잘 붙는 편이다. 아, 오해 말아야 할 것이 있는데. 장르적으로 법정 '스릴러'는 아니라는 것. 필모그래피 내내 인간에 대한 따스한 시선과 사회적 약자들에 대한 연민을 드러냈던 이한 감독의 신작 답게, 장르적인 재미보다는 인간적인 감동과 캐릭터 묘사에 더 중점을 둔 영화라는 거다. 이건 정지우 감독의 <침묵>과도 조금 비슷한 지점.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장르적인 재미가 아주 없는 것은 아니다. 내용적인 측면이나 연출적인 부분에서 장르적 재미는 크게 없지만, 배우들의 스릴러 연기가 아주 일품이다. 물론 타이틀 롤인 정우성과 김향기가 그 쪽을 담당하고 있는 것은 아니고, <아이 캔 스피크>에서의 눈물 쏟는 연기로 관객들의 눈시울 마저 붉혔던 엄혜란 배우가 여기선 아주 무시무시한 연기를 하고 있거든. 그 뒤 흑막으로 김종수 배우가 제시 되기는 하지만 좀 희미한 편이고, 엄혜란 배우가 연기한 오미란의 캐릭터가 장르적으로는 더 진한 편이다. 사실 캐릭터 자체는 이런 스릴러 영화에서 흔하게 볼 수 있을 법한 캐릭터인데, 배우의 표정과 전략적인 캐릭터 활용을 통해 아주 큰 재미를 느꼈다. 솔직히 까놓고 말해 초반에 돼지 두루치기 드립치면서 눈물 쏟는데 어떻게 안 믿냐. 청포도 사탕 주는 사람을 어떻게 안 믿냐

그럼에도 어쨌든 스릴러라기 보다는 휴먼 드라마에 더 가까운 영화이니까. 다른 부분들을 살펴보자면... 다 좋다. 좋은 각본이 있고, 그 위에 각본보다 더 좋은 연기를 올려놓은 느낌. 매니저나 소속사 사장도 아닌데 매 신작이 나올 때마다 보는 내가 발음 걱정을 해야했던 정우성은 힘을 쫙 뺀채 카메라 앞에 섰다. 근데 이게 먹힌다. 발성에 관해서 신경 쓰이는 부분도 크게 없었고, 무엇보다 각종 TV 매체와 인터뷰 등을 통해 다졌던 친근한 이미지가 이 영화에서 주효했던 것 같다. 잘 생긴 게 최고라고 뻔뻔하게 굴다가 <아수라>나 <더 킹> 같은 영화 나와서 폼 잡는 거 보면 어느 장단에 맞춰야할지 좀 난감 했었는데, 애초 이 영화는 주인공이 변호사지만 소시민적이잖아. 그 친근한 이미지가 이 영화에선 오롯이 먹혔다. 

김향기 배우는 아무래도 연기적으로 돋보일 수 밖에 없는 캐릭터였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연기하기 더 어렵고 부담 되었을 텐데 이 정도면 아주 대단했다- 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 아역 시절부터 쌓은 연기 경력 때문에 일각에서는 김향기 '선생님'이라고 부르던데, <신과 함께> 연작 보면서는 오버들 하네- 라고 느꼈으나 이번 영화에서는 인정할 수 밖에 없겠더라.

증인의 신분으로 섰던 법정에서, 자폐아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정신병자라는 소리를 듣고 내려온 지우. 그런 지우를 걱정하며 엄마는 감싸안지만, 지우는 기어코 2 재판에도 서겠다 말한다. 그리고 덧붙이는 . " 자폐아니까 어릴 꿈이었던 변호사는 없지만, 증인은 있지 않을까?"


애당초 지우의 꿈이 변호사였던 이유는 '좋은 사람으로서 다른 사람들을 도와주고 싶어서'였다. 비록 지우 스스로가 현실의 앞에 타협해 꿈을 접을 밖에 없었지만, 그리고 관련된 사건의 유력한 용의자가 직접 찾아와 입을 찢어버리겠다고 겁을 주었지만. 그럼에도 지우는 2 재판 법정에 선다. 그리고 정말로 '좋은 증인' 되어 다른 사람들을 돕는다.


누차 말하지만, '좋은 사람' 결과가 아니라 상태다. 좋은 사람처럼 보였던 지우의 친구가 나쁜 선택을 함으로 인해 이상 '좋은 사람' 되지 못하는 것처럼, 선의를 베풀었다고 해서 무조건 좋은 사람이 되는 것은 아니란 것이다. 계속해서 노력해야 한다. 여기에서 노력은 돌멩이에 각인하는 것이 아니라, 끝없이 흩어지는 모래밭에 하는 것이다. 흩어지고 흩어져도 계속 쓰고 그려야만 한다. 


그래서 영화 지우가 영웅이라고 생각한다. 영웅은 영웅으로 태어났기에 사람들을 돕는게 아니라, 사람들을 돕기 때문에 영웅인 것이다. 그리고 지우는 정말로 숭고한 선의 하나만으로 남들을 돕지 않나. 정말로 영화 지우가 힘든 세상 속에서도 끝까지 자신만의 빛을 밝히며 살아가기를 간절히 바란다. 끝까지 버티고, 끝까지 모래 위에 선의와 노력을 새기며. 지우가 살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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