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2/23 13:25

더 페이버릿 - 여왕의 여자 극장전 (신작)


아무래도 요르고스 란티모스의 작품들 중에선 가장 코미디에 가까운 영화가 싶은데. 근데 사실 코미디라고 해서 엄청 웃긴 아니고, 그냥 이전 영화들에 비하면 톤이 코미디에 가깝다는 상대적인 이유. 그래도 여기 여왕이 하는 짓은 웃기더라.


결국은 욕망에 대한 이야기다. 여왕 뒤에 숨어서 사실상 국정을 좌지우지 했던 여자가, 갑툭튀로 안에 들어온 자신의 친척에 의해 파멸하는 이야기. 근데 웃기지. 궁에 들어온 신참 아비게일의 출세욕과 권력욕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을 뿐인데 사단이 거라니. 역시 사람에게 인상은 중요하기도 하지만 근본적으로는 그게 다가 아니란 거다.


전쟁과 국내 정치 등을 다루는 영화이긴 하지만 결국엔 여성을 여성의 싸움인지라 전반적으로 멜로 드라마적 감성이 짙게 깔려 있다. 위에 블랙 코미디가 사발이고. 그러다보니 싸움 중간에 서서 심판 아닌 심판을 보는 여왕의 캐릭터가 중요한데, 올리비아 콜먼이 연기를 너무 잘해놔서 이게 심히 볼만 . 


기계적이더라도 사람의 마음을 얻는 가장 쉬운 방법은 결국 사람이 좋아하는 것을 같이 해주는 것이다. 사라가 해주지 못했던 것을, 아비게일은 독사 같이 해준다. 하긴, 아비게일이 그걸 알아채고 토끼에 관심을 보인 것은 아닐 것이다. 그냥 여왕의 취향에 맞장구 쳐줬을 . 사라가 토끼에 관심도 주지 않았던 아비게일이 어떻게 알았겠냐고.


감독으로서 란티모스가 훌룡한 점은, 관객이 감정 이입할 대상을 옮겨가는데 그게 자연스럽다는 거다. 영화 초반 관객 입장에선 엠마 스톤의 아비게일을 응원하게 된다. 안에 들어서자마자 부엌 일을 하는 하녀들에게 왕따 아닌 왕따를 당하기도 하고, 무엇보다 아픈 과거를 지니고 있는 인물인데 어떻게 응원 수가 있겠나. 때문에 아비게일이 똘똘하게 굴어 여왕의 총애를 얻을 때마다 조금 과하다 싶을지언정 그럼에도 응원하게 된다. 근데 재밌는 , 아비게일이 사라에게 독을 먹이면서부터 균형추가 조금씩 사라에게 옮겨 간다. 응원하기엔 아비게일이 너무 독사 같았던 게지.


그렇게 편을 바꿔 사라를 응원하고 있는데... 영화 막판엔 그마저도 여왕에게로 옮겨감. , 진정 사랑했던 사람을 잃고선 독사 같은 사람과 방을 쓰게 처지라니. 애석하고도 애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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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로그온티어 2019/02/23 20:20 # 답글

    맞장구 쳐주기를 좋아하는 사람은 내적으로 외로움이 내제되어 있던 사람입니다. 근데 그 중에서도 타인을 불신하거나 관계에 대한 트라우마가 존재하거나 성향이 바뀌는 등으로 가까워 지기 힘든 사람도 있지요. 그런 사람에게도 통하는 방법은 도움을 요청하는 거라고 배웠습니다. 친해지고 싶은 A씨에게, A씨가 뭘 잘하고 자부심을 느끼는 지를 본 후에, 그것에 관한 부탁을 하는 거죠. 자주하면 귀찮아 할 테니, 한 두번 요청하면서 슬쩍슬쩍 가벼운 대화로 스택을 쌓은 뒤에, '너무 많이 요청하는 것 같아서 죄송스럽네요, 다음번엔 제가 커피나 식사 대접할 게요'로 떡밥 던지지만, 그냥 하는 말로 인지될 오해를 줄이기 위해 구체적 시간을 정해서 약속을 잡습니다. 그렇게 주고 받으며 친밀도를 쌓는 거죠.

    너무 들이대지 않고 인간적인 비즈니스 관계를 유지하면, '이 사람이 왜 이러는 건가'라는 생각과 의심을 돌릴 수 있습니다. 의심이 생기는 순간 관계는 틀어집니다. 그래서 처음엔 '그저 도움을 바랄 뿐이다'란 개연성을 두는 거죠. 허나 얼굴을 자주 들이밀다보면 마음이 안 생길 수가 없게 됩니다. 그걸 이용하는 것이기도 하죠. 그리고 1~2번은 싸우고, 더 멀어지기 전에 담날 꼭 만나야 합니다. 상대가 트라우마로 인해 의심이 많다면 이 작업이 한 1년은 걸립니다.

    ...뭐 그렇다는 말입니다.
    이 덧글을 Technically, missing을 들으며 읽지 마세요.
  • CINEKOON 2019/02/26 12:40 #

    곧 자기계발서 한 권 쓰실 것 같은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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