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2/25 23:25

<배트맨 대 슈퍼맨>, 생각할수록 어이 털리는 것들 초능력자들


  • 슈퍼맨과 조드 장군의 메트로폴리스 전투 이후 2년동안 대체 미 정부는 뭘하고 있었나. 크립토니안들에게 그렇게 당하고 슈퍼맨의 존재 역시 걱정하고 있었으면서, 도심 한 가운데에 추락한 그들 우주선은 그대로 냅뒀다. 렉스 루터 말마따나 외계존재들이 걱정되면 폭탄으로 우주선 문을 터뜨리든 어쩌든 따고 들어가서 외계 기술을 습득했어야지. 렉스 루터가 아무리 천재라해도 조드 지문 잘라내서 우주선 문 따는 건 손에 꼽힐 정도로 어이가 털리는 장면인데, 심지어 정부에서는 그딴 생각도 못하고 있었다. 지문 잘라내기는 커녕 그냥 시체 끌고가서 손만 대면 열렸을텐데, 고작 정부놈들이 한 거라곤 우주선 주변에 텐트치고 앉아있던 것 밖에 없다. 
  • 렉스 루터는 자신의 가장 비밀스런 계획들이 들어있는 컴퓨터를 파티가 벌어지는 건물의 지하 계단과 주방 사이에 대놓고 두었다. 게다가 유리로 된 벽이고, 잠겨있지 않았던 데다가, 그 흔한 CCTV도 한 대 없었다. 그래서 그 안에 브루스 웨인도 들어갔다 나오고 다이애나도 들어갔다 나왔다. 화룡점정으로 렉스 루터의 비서는 그 컴퓨터 앞을 서성거리는 브루스 웨인의 화장실 핑계를 곧이곧대로 믿었다.
  • 홍수 피해자들이 슈퍼맨에게 구원받는 장면은 그 자체로는 좋았으나 좀 웃겼던 게, 다들 물에 잠기는 거 피해서 지붕 위로 올라갔는데 굳이 거기다가 페인트로 슈퍼맨 S 심볼 그려놨던 거… 게다가 엄청 잘 그려놓음. 그런 거 안 그렸어도 슈퍼맨이 구해줬을텐데 대체 뭐하러?
  • 브루스 웨인은 무슨 샤머니즘 무당이냐? 꿈꾸는데 무슨 뜬금없이 예지몽이야. 몽중몽 인셉션 덕분에 배트맨은 그냥 자다 개꿈꾸고 빡쳐서 슈퍼맨 죽이려드는 이상한 캐릭터가 됐다.
  • 브루스 웨인 앞에 갑자기 나타난 플래시도 당황스럽다. 심지어 저스티스 리그 멤버들 중 플래시를 가장 좋아하는 나조차도 그게 플래시인지 긴가민가했다. 워낙 잘 안 보이기도 했고 입고 있던 갑주가 두꺼워서 사이보그인 줄;; 근데 수트 디자인을 떠나서, 당황스러울 정도로 갑작스럽고 뜬금없는 등장이였다. 일반 관객들은 누군지 감조차 잡지 못했을 듯. 어쨌든 플래시가 다른 차원의 우주로 왔다는 거 자체가 이후 시리즈가 많이 진행된 후의 상황일 것 같은데, 당장 눈 앞의 배트맨과 슈퍼맨의 대결이나 신경쓸 것이지 벌써부터 차차차기작쯤의 포석을 깔고 있다는 게…
  • 크립토나이트는 정부에 반입 신고를 해야할 정도로 방사능이 뿜어져 나오는 돌멩인데, 방호복 입고 다루는 사람이 그 누구도 없더라.
  • 클락 켄트가 설산에서 죽은 양아빠와 대화하는 장면. 다른 놈은 예지몽을 꾸더니 이 놈은 죽은 자와 대화한다. 생각해보니 이 자식은 <맨 오브 스틸>에선 죽은 친아빠랑 대화했네. 몰라 뭐야 이거 무서워
  • 배트맨이 크립토나이트를 빼앗기 위해 배트모빌을 타고 렉스 루터의 수하들과 추격전을 벌이는 장면에서, 코너를 돌자 갑자기 슈퍼맨이 보무도 당당하게 서 있다. 이건 뭐… 갑자기 왜 온 거? 슈퍼 청력이 있으니 가능은 하다만 아무 묘사가 없… 게다가 소문으로만 듣던 배트맨을 찾아놓곤 그가 뭘 훔치려 이 사단을 벌인 건지에 대해서는 일말의 관심도 없음. 오히려 시내에서 총질한 범죄자놈들부터 처리하고 배트맨에게 왔어야하는 거 아닌가?
  • 원더우먼이 아쿠아맨과 플래시, 그리고 사이보그에 대한 정보가 들은 렉스 루터의 메타 휴먼 폴더를 보는 장면은 마치 내가 만든 영화인양 보는내내 부끄러웠다. 마치 야동 들어있는 직박구리 폴더를 엄마에게 들킨 아이의 심정이랄까. 이게 뭐야, 메타 휴먼들의 정보는 물론 각 수퍼히어로들의 심볼까지 포토샵하듯 깔쌈하게 디자인해 놓은 렉스 루터라니. 이제보니 렉스 루터는 악당이 아니라 수퍼히어로들을 결집시키는 DC 유니버스의 닉 퓨리였다.
  • 배트맨이 기대에 한참 못미칠 정도로 용의주도하고 주도면밀하지 못했다. 애초에 빌딩쯤은 연필 깎듯 깎아버리는 종족을 상대할 예정이였으면서 기껏 준비한게 음파 공격이랑 따발총 세례였다. 통하지 않은 것은 물론이거니와 시간도 끌지 못했다. 하지만 크립토나이트를 가스무기화 시킨 건 좋은 아이디어였다. 숨쉴 때 폐로 들어가면 직빵이니까. 그럼에도 크립토나이트 가스의 지속 시간 정도는 계산했어야지, 명색이 배트맨인데. 장전 시간도 있었는데 말야. 아니 근데 다 떠나서, 크립토나이트 창은 왜 만든 걸까. 굳이 근접 거리에서 상대에게 찔러 넣어야하는 구 시대의 무기를 대체 왜? 게다가 그 상대라는 놈은 강철의 사나이인데? 배트맨이 진정으로 슈퍼맨을 죽이고 싶었다면, 초반에 썼던 따발총에 크립토나이트로 만든 총알을 장전시켜놨어야 했다. 영화에서도 알 수 있듯 슈퍼맨은 총알 몇 발 정도는 그냥 맞아줬을텐데.
  • 몇 백년간 자신의 정체가 남들에게 드러나는 걸 원하지 않던 할머니뻘의 여자가 입는 옷들이라는 게 죄다 시선 강탈용 드레스라는 설정은 뭐냐. 내가 정체를 숨기고파하는 원더우먼이였다면 청바지에 후드 차림으로 다니겠다.
  • 안면 인식으로 몇 백년간 살아온 사진 속의 여자와 일치하는 사람이 검색되면 ‘와, 이 여자랑 엄청 닮았네?’하고 보통 넘어가지 않나? 역시 꺼진 불도 다시 보는 DC 유니버스의 닉 퓨리, 렉스 루터.
  • 슈퍼맨은 여자친구가 이역만리 중동에서 납치되는 소리는 듣지만 지금까지 길러준 엄마가 고향 동네에서 납치되는 소리는 못 듣는다. 아들 키워봤자 다 소용없다니까
  • 배트맨의 ‘놈을 고담 시로 유인해야겠어'는 재고의 여지없이 최악이였다. 영화가 ‘다행히 저녁 시간대라 민간인 피해는 적을 겁니다'라고 내내 퉁치는 것도 피식 웃겼다. 메트로폴리스의 중심지에서 싸워가며 민간인 희생자들을 냈던 것 때문에 슈퍼맨을 적대시하게 되었던 배트맨이 할 만한 대사는 아니였다고 본다.
  • 그리고 배트윙 타고 얼른 가서 크립토나이트 창을 주워다가 다시 무인도에 있는 둠스데이에게 가면 안 되는 거임? 왜 둠스데이를 고담 시까지 유인해 와. 고담의 수호자라는 사람이
  • 더 웃긴 건, 크립토나이트 창 가지러 왔으면서 정작 창은 잊었는지 신경도 쓰지 않고 로이스 레인에게 짬 시켜버린 배트맨의 위엄.
  • 아무리 급해도 그렇지, 미국이라는 천하제일 강대국의 수장인 대통령이 ‘핵 미사일 쏩시다'하니까 5분도 안 되서 바로 쏘냐. 하늘에다 쏘는 거니까 괜찮다고? ……진심이냐?
  • 핵 미사일 맞고 공중에서 혼수상태에 빠져있던 슈퍼맨이 회복되어 정신차리는 것도 문제다. 설정 상 슈퍼맨은 태양 빛만 받으면 거의 무한한 회복이 가능하니 내용 상 어긋난 건 아니겠다만, 그럼에도 이게 햇빛 먹고 정신줄 잡는 건지 아니면 그냥 공중에서 쳐 자고 있다가 눈뜬 건지 별 느낌 없이 연출한 것도 진짜 능력이라면 능력이라고 하겠다.
  • 그리고 엄마 이름 같다고 친구 먹는 건…… 더 이상의 설명은 생략한다. 그리고 이어지는 슈퍼맨 엄마에게 전하는 배트맨의 한 마디. ‘아드님 친구입니다’ 십분 전까지는 아드님을 쥐어패고 죽이려했다는 건 말 안하더라

병신 같은 점들이 더 많은데, 본지 좀 되서 기억이 잘 안 난다. 분명 더 있을 거야 영화란게 보면 적어도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 건지는 이해가 되야 하는데, 이 영화는 그런게 없다. 그냥 관객들끼리 추론하고 토론하며 때려맞춰야 한다. 영화 이렇게 만든 것도 능력이다. 감독도 문제지만 각본이랑 기획도 엉망이다.


기왕 이렇게 된 거 그냥 마블처럼 댄스 배틀이나 하자.



놀리지 마라, 마블놈들아.




<배트맨 대 슈퍼맨> 개봉 당시 적었던 글인데 일단 옮겨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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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Dd 2019/02/26 10:36 # 삭제 답글

    2번은 루터가 대놓고 배트맨에게 정보 흘려준 것 같은데
  • CINEKOON 2019/02/26 12:39 #

    그럼 정말로 DC 유니버스의 닉 퓨리 확정이네요. 그림도 크게 그리셨네.
  • ㅁㅁㅁㅁ 2019/02/26 14:06 # 삭제 답글

    그리고 저리까지 퍼먹은 벤트맨은 이별을 고하고...
  • CINEKOON 2019/03/04 18:21 #

    벤 애플렉은 이것 때문에 대체 몇 년의 시간과 이미지를 손해본 건가요...
  • 天照帝 2019/02/26 15:50 # 답글

    2번은 정말로, ‘하늘에서 온 악마’인 슈퍼맨 배제하고 지구산 히어로들만 모아서 저스티스리그 패트런이 되려고 한 게 아닌가 생각도 해 봤었더랍니다. 본인들도 달고 다닌 적 없는 로고까지 예쁘게 디자인해서 폴더별로 나눠 놓고 ‘얘들 모아서 짱센 팀 만들거야 꺅’ 이러고 있는 귀.여.운. 루터...(먼 산)
  • CINEKOON 2019/03/04 18:22 #

    저거 로고 디자인하고 있을 제시 아이젠버그의 렉스 루터 모습을 떠올리니 눈물이... 왠지 돈도 많으면서 하청 안 시키고 본인이 직접 포토샵으로 만들었을 것 같아요. 그게 덕후의 운명이지 않습니까?
  • 정호찬 2019/02/26 22:04 # 답글

    1번은 좀 지나가지만 정부 차원에서 뭘 하긴 했습니다. 수어사이드 스쿼드라고 하늘 날고 눈에서 레이저 나오는 불사신 상대로 부메랑 던지는 애, 밧줄 던지는 얘, 미친년을 모았죠.

    아오 그냥 암것도 하지마라 세금도둑놈들아.
  • CINEKOON 2019/03/04 18:22 #

    어차피 남의 나라 세금입니다(소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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