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3/04 01:12

빠삐용 극장전 (신작)


어쨌든 만들어진 리메이크이니 불세출의 원작을 가져다가 뚜까 패고만 싶지는 않고... 그냥 있는 그대로 보자면, 그래도 시기 하나는 잘 잡은 작품이라 하겠다. 스티브 매퀸과 더스틴 호프만의 <빠삐용>이 70년도 초반 작품이니, 2010년대 후반쯤 40주년 기념작 같은 거창한 타이틀 하나 집어다가 리메이크할만 하기는 하지. 새로운 세대들에게도 그들만의 '빠삐용'이 필요할테니까. 근데 이 역시도 있는 그대로만 보자면, 이왕 만들 거 잘 좀 만들지- 하는 생각이 드는 것도 사실.

74년도 영화와는 방점이 조금 다른 곳에 찍혀있기는 하다. 74년도의 그것이 '끝없는 자유에의 갈망'에 초점을 맞춰 진행된 탈출기라면, 이번 리메이크는 빠삐용과 드가 두 남자의 우정과 신뢰에 좀 더 방점이 찍혀있다. 무조건적으로 탈출하고 싶어 악다구니 쓰는 내용이라 하기 보다는, 두 남자가 어떻게 만나게 되었고 또 어떻게 결속을 다지게 되었나가 중점적으로 펼쳐진다는 이야기.

주인공의 자유가 속박 당하는 전개에서 역시 중요한 건, 겹겹이 쌓여진 그 시간들을 영화적으로 어떻게 보여주느냐일 것이다. 주인공 빠삐용은 독방에서 2년을 살고 또 5년을 더 산다. 근데 그 시간들을 있는 그대로 영화 속에 담을 순 없는 거잖아. 그래서 그 시간들을 효과적으로 응축시키는 게 굉장히 중요한데, 이 영화에선 그걸 분장으로 그냥 떼운다. 암전하고 다시 화면 밝아지면 수염이 무성하게 자라 있다거나 머리가 하얗게 세었다거나... 뭐, 그거 나름대로 이해는 가는데 좀 더 재밌는 연출을 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부분.

근데 그 부분적인 아쉬움이 어떻게 보면 이 영화의 성패를 가른 거다. 물론 상술했듯 시기적으로 아주 무의미한 리메이크 시도는 아니겠으나, 어쨌거나 고전 걸작을 리메이크 하려는 시도에서 그 자신만의 야심 같은 것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면 그건 그거대로 문제 아닌가? 할리우드 거대 자본 프랜차이즈 영화들이 천편일률적으로 리부팅을 시도하고 있는 마당에 너무 박한 표현 같지만, 애초 리부트와 리메이크는 의미가 조금 다르다고 생각한다. 리메이크 할 거라면 기존 작품과는 어떤 차별화를 두면서 그 스스로의 야망을 펼쳐나갈 것인지가 중요할 텐데 이 영화는 야망이 좀 없어뵌다. 그럴 거면 뭣하러 만들었냐는 거지.

찰리 허냄은 모든 영화에서 그랬듯 나쁘지 않지만 그렇다고 아주 특출 나지도 않은 매력으로 승부 보려하고, 그나마 <보헤미안 랩소디>최근 아카데미 남우주연상 수상으로 인해 더 주목받을 라미 말렉은... 뭐 그 역시도 나쁜 건 아닌데, <보헤미안 랩소디>의 그것과 좀 비슷한 느낌인지라. 

70년도 작품이 자유에의 갈망을 보여주었다면 그냥 이번 리메이크는 재수 지지리 없는 남자의 탈옥기 같다. 그와중에 브로맨스 소스 뿌리는 거고... 하여간 이토록 별 야망 없는 작품으로 나올 것이었다면 그냥 70년도 오리지널 작품만을 온전하게 냅두는 것도 방법이었을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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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dunane 2019/03/05 00:32 # 삭제 답글

    친구역은 실제 주인공이 쓴 빠삐용 원작에는 없는 오리지날 캐릭터지요 전 탈출 수기라고 볼 수 있는 원작을 훨씬 감명깊게 봤는데 영화 그대로 리메이크인데다 평이 그렇다니 아쉽네요
  • CINEKOON 2019/03/06 12:49 #

    평이라도 좋았으면 달랐을텐데 아쉬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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