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3/04 23:12

항거 - 유관순 이야기 극장전 (신작)


보기 어려운 종류의 영화인 것은 맞다. 가뜩이나 스트레스 받고 지치는데, 주고 시간동안 괴롭고 힘들어야 되냐- 정도의 생각이 들만하거든. 유관순 열사 또는 여러 애국지사들을 폄하하는 것이 아니라, 그만큼 관람하는 데에 어느정도의 정신적+체력적 용기가 필요한 종류의 영화처럼 보인다는 . 하지만 막상 영화는, 굉장히 이성적으로 전략을 영화였다.


일제강점기를 시대적 배경으로 다루고,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익히 알고 있을 인물을 주인공으로 삼아 이야기가 펼쳐지는 데다가, 결정적으로 흑백 영화라는 점에서 이준익 감독의 <동주> 떠올리지 않기란 어렵다. 그만큼 제작 규모나 연출의 결이 비슷한 영화인데, 개인적으로는 영화가 좋음. 


흔히들 국뽕 영화라 말한다. 애국심을 앞세워 관객들 눈물을 짜내려 드는 너무 노골적으로 보이는 영화들. 일례로는 <연평해전>이나 <인천상륙작전>, <명량> 같은 영화들이 있고, 소재는 다르지만 심형래의 <디워> 같은 영화들도 있고... 영화도 짐짓 국뽕 영화처럼 보이지만, 속은 실하고 알차다. 대부분의 국뽕 영화들이 논리는 집어던지고 감정만을 앞세워 영화를 진행한다면, <항거 - 유관순 이야기> 간결하고 이성적이다. 하지만 결국 관객은 눈물을 흘리게 되는데, 영화가 아무리 이성적으로 다뤄도 이야기와 캐릭터들이 주는 자체의 힘이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더불어, 오히려 영화가 그를 이성적으로 담담하게 보여주고 있기에 눈물이 배가 되는 것도 있고. 이야기 생각나네. 지나가던 나그네의 외투를 벗기기 위해 바람과 태양이 내기 싸움한 이야기. 기존의 국뽕 영화들이 이야기의 '바람'이라면, <항거 - 유관순 이야기> 이야기의 '태양'이다. 담담하게 다뤄도 충분히 울고불고 짜고 있다는 .


보통 흑백 화면은 영화적인 것이다. 지금 시대를 사는 사람들에겐 컬러 영화가 디폴트 값이기 때문에, 영화 속에서 흑백 화면이 전개되면 그것은 보통 주인공의 상상이거나 환상 또는 꿈이거나 과거 회상일 경우가 많다. 말그대로 영화 속에서만 있는 비현실적 효과인 . 근데 처음부터 끝까지 대부분의 분량이 흑백인 영화는 그럼에도 사실적으로 느껴지더라. 왜인고 생각을 해보니... 우리가 접하는 시절의 사진들은 대부분 흑백이지 않나. 교과서에서든 사료에서든. 그런 흑백의 이미지들만 접하다가 <암살>이나 <밀정> 같은 영화들을 컬러 화면으로 보게 되면 적잖이 영화적이라 느껴진다. 물론 장르적인 경향이 있기도 하지만. 하여튼 <암살> 같은 컬러 활극을 보고 있으면 '- 내가 지금 영화를 보고 있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되는데, 영화는 완전 반대 노선을 타며 예전에 봐왔던 흑백 사진들과 비슷한 느낌으로 가버리니 오히려 이게 사실적으로 느껴지는 . 물론 그런 아닐까- 하며 혼자 망상한 것에 불과하긴 하지만. 


좁은 공간에서만 시종일관 진행되는 영화라 답답하게 느껴질만도 한데, 가운데에서 관객들의 숨통을 틔워주는 배우들의 얼굴이다. 이렇게 성실한 클로즈업을 보여주는 영화 오랜만에 같았다. 더불어 클로즈업 쇼트 안을 풍만하게 채워주는 배우들의 앙상블도 좋고. 고아성은 언제나 괜찮은 배우였지만 그럼에도 엄청 좋다는 느낌이 지금까진 부족했었는데, 이번 영화를 통해 확실히 좋은 배우임이 증명된 같다. 더불어 주변 공기를 채워준 배우들도 모두 좋고. 독립 영화계나 연극계를 주름잡는 배우들이 많이 보이던데, 그런 배우들을 한데모아 소개한 같아서 감독과 캐스팅 디렉터가 대단하다는 생각도 들고.


하지만 영화에서 가장 코믹한 장면은 엔딩 크레딧이다. 당시에 순국했던 애국 소녀들의 사진이 차례 차례 나오는데, 옆으론 제작사 이름으로 롯데가 올라가고 있는 염병할 아이러니 때문에. 웃으면 되는 장면인데 그거 때문에 씁쓸하게 웃기더라. 생각해보니 롯데 양반들은 <말모이> 제작했었네. <말모이> <항거> 같은 영화들을 롯데에서 만들었다는 제일 웃기고 .


이런 영화들 때마다 느끼는 건데, 나라고 달랐을까. 당시 친일파들을 옹호하는 것은 아니지만, 나라고 살아남기 위해 잠시만 비겁해지지 않았을까. 순국한 애국지사들이 실로 대단한 것은, 그들은 앞으로 다가올 1945 8 15일에 대해 전혀 알지 못했다는 점이다. 지금 우리야 45년도에 광복 맞을 아니까 때로 돌아간다해도 친일하지는 않았을텐데, 그들은 그걸 전혀 없었다. 얼마나 걸릴지, 심지어 독립이 될지 될지조차 모르고 그런 행동들을 했다는 건데... 정말이지 대단하다고 밖에는 없다. 진심이다. 


핑백

  • DID U MISS ME ? : 자전차왕 엄복동 2019-03-04 23:15:01 #

    ... 줘야 주인공이지. 여기 주인공이란 작자는 자기 지켜주려고 나온 사람들이 총 맞아 죽어나가도 그냥 지그시 바라보고만 있음. 아...... 이걸 &lt;항거 - 유관순 이야기&gt;와 같은 날 연이어 본 게 재미있다. 그 영화는 감정을 강요하지 않으며 이성적으로 접근했었는데, 이 영화는 그런 전략 하나 없이 그냥 강요+강요 ... more

  • DID U MISS ME ? : 2019년 영화 결산 2019-12-30 14:25:50 #

    ... 알리타 - 배틀 엔젤 / 높이 나는 새 / 증인 / 메리 포핀스 리턴즈 / 더 페이버릿 - 여왕의 여자 / 가버나움 / 콜드 체이싱 / 사바하 / 빠삐용 / 항거 - 유관순 이야기 / 자전차왕 엄복동 / 캡틴 마블 / 어쩌다 로맨스 / 라스트 미션 / 트리플 프런티어 / 악질경찰 / 돈 / 우상 / 하이웨이맨 / 덤보 / 어스 ... more

덧글

  • 이글루스 알리미 2019/03/14 08:13 # 답글

    안녕하세요, 이글루스입니다.

    회원님의 소중한 포스팅이 03월 14일 줌(http://zum.com) 메인의 [허브줌 컬처] 영역에 게재되었습니다.

    줌 메인 게재를 축하드리며, 게재된 회원님의 포스팅을 확인해 보세요.

    그럼 오늘도 행복한 하루 보내시길 바랍니다.

    고맙습니다.
  • dragonbell 2019/03/14 10:28 # 삭제 답글

    너무나 잘 읽었습니다. 비유와 시원한 통찰력이 돋보이세요. 자주 들르겠습니다 ^^
  • dragonbell 2019/03/14 10:28 # 삭제 답글

    너무나 잘 읽었습니다. 비유와 시원한 통찰력이 돋보이세요. 자주 들르겠습니다 ^^
  • gajet72 2019/03/14 18:39 # 삭제 답글

    지금 우리야 45년도에 광복 맞을 걸 아니까 그 때로 돌아간다해도 친일하지는 않았을텐데, 그들은 그걸 전혀 알 수 없었다. 얼마나 걸릴지, 심지어 독립이 될지 안 될지조차 모르고 그런 행동들을 했다는 건데... 정말이지 대단하다고 할 수 밖에는 없다. 진심이다.
  • gajet72 2019/03/14 18:40 # 삭제 답글

    마지막 이부분에서 심장이 뭉클해져서 댓글 남깁니다.
  • 네네 2019/03/16 17:22 # 삭제 답글

    공장에서 기계와 속도전에 시달리거나, 사무실에서 상사나 업무에 시달리던 분들에게는 몸과 마음을 더 지치게 하는 영화인지도 모릅니다. 아마 친일파가 아직도 판치는 나라라 그럴 겁니다. 그러나 저에게는 너무 의미 깊은 영화였습니다.
댓글 입력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