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3/06 10:38

어 퓨 굿 맨, 1992 대여점 (구작)


니콜슨의 'You can`t handle the truth!' 짤로 유명한 영화이긴 하지만, 그냥 봐도 존나 명작. 더불어 크루즈와 데미 무어의 찬란했던 시절을 만끽할 있는 작품. 여기에 그냥 봐도 겁나 날카로워보이는 인상의 케빈 베이컨과, 그냥 봐도 겁나 구르게 생긴 인상의 키퍼 서덜랜드를 보는 맛도 추가요.


법정 드라마 또는 법정 스릴러에서 주인공을 맡고 있는 캐릭터들은 크게 보통 종류로 나눠지는 같다. 대놓고 성실한 타입과 적당히 속물인 타입. 근데 아무래도 후자가 재밌기 마련이거든. 때문에 속물 주인공을 설정해둔 경우엔 십중팔구 결말부에서 캐릭터의 변화가 생긴다. 등쳐먹고 살거나 적당히 타협해 살아가던 주인공이, 사건의 본질을 맞이하면서 끝내는 모든 걸고 승부보는 전개로 바뀌거든. 영화도 그렇다.


주인공인 캐피 중위는 유능한 변호사지만 역시 적당히 속물이다. 좋게 말하면 현실적인 타입이라고 할까. 언제나 자신만만해하지만, 이면엔 생전 훌륭한 인권 변호사로 유명했던 아버지의 그늘이 있었다. 물론 본인은 아버지 콤플렉스랑 자기를 엮지 말라고 내내 말하지만... 하여튼 영화에서 가장 빛나는 장면은 결국 캐피가 아버지의 그늘로부터 벗어나며 온다. 자신을 보조하던 친구에게 '너라면 어떡할 같냐' 캐피가 물었을 , 친구의 답은 간결하고도 명확했다. '나라면 . 그리고 아버지가 살아계셨다면 분도 하셨을 거야. 하지만 나도 아니고, 너희 아버지도 아니잖아.' 솔직히 '너희 아버지라면 하셨을 거야' 정도의 멘트를 생각했었는데, 그건 결국 상대방을 적당히 달랜 앞세우려는 일종의 회유책 밖에 되지 않는다. 하지만 친구는 결국 캐피를 아버지의 그늘로부터 완전히 끌어낸다. , 존나 좋은 친구고 존나 각본이다. 누가 썼나 했더니 아론 소킨이네. 졸라어썸한 양반.


영화 속에 등장하는 모두가 자신의 신념대로 행동하고, 자신이 맡은 임무를 착실하게 수행하는 인물들이라는 점도 눈에 띈다. 상황은 다르지만, 보통 이런 류의 영화에서 악역들은 싸이코 범죄자거나 믿고 믿은채 설치는 재벌로 설정되어 있는 경우가 많거든. 근데 영화는 악역마저도 신념이 올곧고 강단있다. 설사 모두가 공감하고 수긍할만한 신념은 아닐지라도. 최동훈 감독이 그런 있는 같은데. 안타고니스트도 그의 입장에서는 프로타고니스트일 뿐이라고. 그런 관점에서 보면 니콜슨이 연기한 제섭 대령은 충분히 납득할만한 동기와 행동 양식을 갖고 있다. 물론 여전히 그게 옳다는 아니지만.


하여간 각본도 좋은데 연출도 졸라 잘함. 주에 걸쳐 재판 준비를 하는 변호인단의 모습은 보통 몽타주로 샤샤샥- 그려지기 마련인데, 영화 역시도 마찬가지이긴 하지만 밖에서 쪽으로 달리 하며 디졸브 시키는 몽타주는 대단히 영리했다. 연출 진짜 좋더라. 라이너 양반은 요즘 뭐하고 있나.


각본도 좋고, 연출도 좋고. 하여간 좋은 영화인데 연기까지 좋아서 재수 없어. 크루즈와 데미 무어의 젊은 시절은 자체로 빛나더라. 지금도 대단한 배우들이긴 하지만 정말 어리더라고... 하지만 최종 승자는 결국 니콜슨. 이른바 크루즈와 데미 무어에 매혹되다가 막판엔 니콜슨에게 탄복하는 영화 되시겠다. 생각해보니 분도 37년생이면 지금 여든이 훌쩍 넘어가는 나이인데. 그야말로 리빙 레전드. 같은 시대 끄트머리를 살아가고 있음에 가끔 감사해질 때가 있는 배우다.


종합적으로 어느 하나 모난 크게 없는, 여러모로 정방형의 완성도를 지닌 영화. 법정물로써의 장르 순도가 아주 높은 편이라곤 없지만 그래도 이런 영화를 두고 좋지 않다 하기란 너무나도 어려운 것이다. 




리빙 레젼드의 사자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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