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포스터 속 잭 니콜슨의 히스테릭한 표정과 더불어, 은퇴를 6시간 남긴 노형사가 피해자 어머니와의 약속 때문에 범인을 쫓는다는 시놉시스만 보고 선택한 영화였는데 감독이 무려 숀 펜이네. 본작이 그의 세번째 연출작. 하긴, 생각해보니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적통을 이어받을 후계자엔 벤 애플렉과 브래들리 쿠퍼 이전 숀 펜이 있었지. 물론 앞의 그 둘에 비해 연출자로서 비틀거리는 경우도 많았지만 그래도 이렇게 꾸준히 했다는 게 어디인가 싶기도 하고.
죽은 아이의 엄마가 한다는 말이... 거의 오컬트 수준이다. 뭐 그 딴 식으로 말을 하냐. 영혼을 걸고 약속하라고? 그것도 죽은 소녀가 만든 십자가에 대고? 그 때문에 주인공이 범인 찾으려고 백방으로 노력하는 게 죄다 영혼 안 털릴라고 발악하는 것처럼 보임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니, 무슨 학교 방학 숙제도 아니고 영혼 털리고 싶지 않으면 알아서 잘 하라는 건가.
사실 후반부까지는 그런대로 잘 기능하는 추적극이다. 단순한 방법으로 만드는 긴장감이지만 나름대로 괜찮고, 무엇보다 주인공이 미친듯이 차를 몰고 동네 교회로 돌진하는 장면에선 나조차도 땀을 쥐게 만듦. 교회 문 박차고 들어가는 단 두 쇼트만의 환상 연출은 역시 단순하지만 기가 막히더라. 그 짧은 시간동안 내 입 밖으로 탄식이 흘러나왔으니.
근데 결말부가...... 결말부까지 다 보고나면 1차적으로 드는 생각이, '이 영화가 지금 날 갖고 논건가?' 어떤 느낌인지는 알겠다. 코엔 형제의 영화들이 삶의 우연성과 즉흥성이 초래하는 비극들을 다루는 것처럼, 이 영화 역시도 운명 같은 우연이 한 사람을 어떻게 파국으로 몰고 갈 수 있는지 제대로 보여주는 영화거든. 그래, 뭔 느낌인지 알겠다고... 하지만 그걸 다 이해하고 감안한다 해도 영화 결말에서 맥 빠지는 건 어쩔 수 없더라. 시바, 이렇게 끝나면 주인공이 너무 불쌍하잖아! 이게 다 그 오컬트 마녀 때문이라고!
나쁜 놈이거나 돌+아이거나. 보통 둘 중 하나를 연기하기 마련인 잭 니콜슨 주연작인지라, 중반부까지 너무 사람 좋게 나오길래 이게 무슨 일인가 싶었다. 근데 역시 아니나 다를까 막판에... 거의 반 미친 상태로 전락하던데. 이래야 잭 니콜슨이지!
거시적인 관점에서 보면 그냥 재수없는 교통 사고 하나 때문에 인생 몰락한 남자의 이야기다. 그래, 별 거 아닌 것 같은 남의 일이 누군가를 엄청난 고통의 비극으로 몰고갈 수도 있다. 마치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에서 데이비드 핀쳐가 보여주었던 연출처럼. 하지만 어쨌거나 누군가가 미쳐가는 걸 보고 있는 일은 썩 유쾌하지 않단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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