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3/25 22:42

악질경찰 극장전 (신작)


가지 궁금한 것이 있다. 첫째. 감독은 영화를 차기작으로 택했을까. 그리고 둘째. 하필 세월호 사건이었을까. 그게 의미가 있었을까.


첫번째 질문의 핵심은, 영화가 본격 액션 장르 영화가 아니라는 데에서 온다. 이정범은 끝내주는 액션 영화를 만들었던 경험이 있다. 물론 그것이 그의 데뷔작은 아니었고, 영화 이전에 찍었던 영화들이 모두 액션 장르의 영화였던 것은 아니지만. 어쨌거나 영화는 흥행적 성과를 냈고, 이후에 만든 작품 역시 액션 장르물이었다. 물론 그건 흥행이 그리 좋지 않았지. , 하여튼. 액션 장르로 자신의 전성기를 맛본 감독이 선택한 신작으로써는 아리송한 부분이 있다. 일단 <악질경찰> 별다른 액션 카타르시스가 없거든.


주인공이 형사라는 설정임에도 육체적으로 별로 하는 것이 없다. 오히려 된통 당하기만 한다. 기업 깡패들한테 당하고, 내사과 형사들한테도 무시 받고. 심지어 여고생 콤비의 간질 퍼포먼스에 속았다가 전기 충격기로 뒷통수. 형사라기엔 액션을 할만한 능력도 별로 없고, 악질이라 하기에도 너무 당하기만해서 오히려 측은하게 느껴진다. 아니, 까놓고 말해서 얘가 악질인 이유가 ATM이나 경찰 증거물 보관 창고 터는 등의 도둑질 정도 밖에 없잖아. 형사가 도둑 잡고 도둑질 했으면 그게 악질이지 입이 거칠긴 하지만 '악질경찰'이라는 타이틀을 달기엔 여러모로 부족한 부분이 많다는 이야기.


후반부에 3D 프린터로 뽑아낸 듯한 조립식 총이 나오길래, ', 여기서부터는 감독답게 액션 장르물로써 전환되나?'라는 생각을 했지만 그것도 잠시, 그냥 적들에게 바로 발각되어 개패듯이 쳐맞는다. 이후 조르기를 주로 사용하는 악당과 대적하기 위해 아로마 오일을 몸에 듬뿍 바르는 설정 등은 재밌었지만 그것도 정말 잠깐. 하여간 영화는 액션을 구석이 정말로 별로 없다. 물론 모든 영화에 액션 요소가 충만해야한다는 것은 아니다. 다만 감독이 <아저씨> 만들었던 이후로 계속 액션 외길을 걷는 듯한 뉘앙스가 있었는데 갑자기 이런 선택을 했나 궁금하다는 거지.


두번째 질문. 세월호 이슈는 영화에 유효한가. 항상 했던 이야기지만, 세월호 사건뿐만 아니라 실제로 일어났던 대부분의 사건과 비극들을 영화적으로 재탄생 시키는 데에는 이견이 없는 편이다. 예술의 목적 하나가 그런 거잖아. 언제든, 무엇이든 소재로 만들 있지. 다만 조건이 붙는다. 다뤄야 한다는 . 예민한 사건을 핵심 소재로 다루는만큼 다루지 못한다면 먹는 역시도 각오해야한다.


근데 의아한 , 굳이 세월호 사건이었어야 했냐라는 거다. 있어. 근데 ? 막말로 영화의 핵심 악당으로 설정되어 있는 악덕 대기업주가 세월호 사건의 주범이었던 것은 아니잖아? 때문에 막판 주인공이 그에게 총을 겨눠도 별다른 영화적 카타르시스가 발생되지 않는다. 조심스러울 있는 부분이라 굳이 강조하자면, 이렇게 세월호 사건을 핵심 모티프로 다루고 있는 영화에서라도 영화적 재미는 중요하다. 통쾌함이든 공포든, 일단 영화적 재미가 있어야 메시지도 견인할 있는 거라 생각하거든.


하지만 일단 영화가 세월호 사건을 소재삼은 것치고는 영화적 재미를 많이 끌어내지도 못했을 뿐더러, 그나마 유효한 '어린 세대들에 대한 어른들의 반성' 같은 가치들도 결말에 이르러서야 간신히 처리된다. 그리고 무엇보다, 모티프들이 너무 직접적이다. 우리는 여기에서 김성훈 감독의 <터널> 생각을 해봐야한다. 영화는 안산이나 진도를 지리적 배경으로 삼고 있지도 않고, 바다에서 벌어지는 일도 아니었으며, 주인공 역시 고등학생이 아닌 성인 남성이었다. 그럼에도 영화를 보며 세월호 사건을 떠올리지 않기란 대단히 어렵다. 그것은 영화 속에서 벌어지는 일의 종류가 현실의 그것과 일맥상통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마지막에 오달수의 입을 통해 전한 하정우의 욕지거리에서 우리가 통쾌함을 느낄 있었던 , 욕을 듣는 대상이 현실의 그것과 정확히 일치하기 때문이었다.


근데 영화는 쓸데없이 직접적인 데다가, 영화의 악당들로 설정된 인물들도 죄다 한국 느와르 영화에서 흔히 있는 클리셰 같은 존재들이다. 때문에 놈들 죽이고 때려잡아 봤자 세월호 사건과 연관성이 없어 보인다는 . 그렇다고 해서 알고보니 악덕 대기업주가 세월호 침몰의 원인을 제공했다- 등의 억지 설정을 붙일 수도 없는 거잖아. 이건 현실에서 있었던 사건이니까. 그거 떠오르네. 뜬금없지만 <엑스맨 - 퍼스트 클래스> 영화 외적으로 논란이 되었던 바로 지점이었거든. 쿠바 미사일 위기 사건이 알고보니 몇몇 돌연변이들의 농간이었다는 걸로 설정된 . 그렇게따지면 세계사의 모든 사건들은 돌연변이 악당들의 탓이었으니 결국 책임을 회피하는 아니냐- 라는 비판. 과하게 느껴지긴 하지만 그럼에도 맞는 말이다. 그것처럼 영화도 사실을 바꿔 설정할 수는 없는 아냐. 그러니까 아예 <터널>처럼 은유의 형태로 가던가...


그나저나 이선균은 대단하다. 짜증내는 연기 1인자인 알고 있었지만, 이젠 쫄리는 연기도 1인자다. 하긴, <끝까지 간다>에서부터 그런 보이긴 했지만... 하여간 방면에서는 일등이야, 일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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